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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좀 쉬다 왔어요.

코로나 4차 접종을 했거든요.

모두 건강하시길..




위의 링크에 이어 마지막 글을 쓸게요.

더 이상 글을 쓰기 싫어서 이번 글로 길게 쓰고 끝내려 합니다.



그렇게 건강이 악화된 저는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그만두게 됩니다.

그러면서 휴양 겸 친한 친구가 살고있는 필리핀에 나가 살게 되었습니다.


당시 관광이 금지되어 관광객은 전혀 없었고,

현지인들 약간과 외국인 몇 명정도가 동네에 살고 있었습니다.


낮에는 항상 단수, 정전이 되었었기에

친구와 바닷가에서 수영이나 하고 해변 거닐면서 신선 놀음을 하다가

해질무렵 전기가 들어오면 집으로 돌아와서

최소 다섯 번 이상은 정주행했을 한국 예능, 드라마 따위를 틀어놓고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는 것이 매일의 낙이었습니다.


당시 저와 친구는 같은 건물, 같은 층 옆집에 살고 있었는데,

주변에 사람도 없고 바나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안주삼아 술을 마시던 그 때,

친구네 집 고양이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여자 얼굴로 보였습니다.

솔직히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때의 그 얼굴을 생각하니 다리가 후들거려요..

정확한 이목구비 없이 흐릿하게 뭉게진 여자의 얼굴..



저는 무척이나 놀라고 무서웠지만, 그저 잘못 봤겠거니 하고 못본 척 했습니다.

그 뭉게진 얼굴은 고양이 뿐 아니라 친구의 무릎,

집 건너편 약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집 안의 구석,

바람에 흔들리는 커텐 등

못본 척 하는 저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 처럼 몇 군대에서 반복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바람에 흔들리는 커텐 끝 부분을 잡고 있는

손이 있을 수 없는 커텐 끝 부분에서 그 귀신의 손을 보게 됩니다.


저는 그래도 못본 척 했습니다.

정말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말 없이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저에게 친구는 물었습니다.

"너, 커텐 보고있지?"


저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친구가 말 하기를

"나 아까부터, 커텐 아래쪽에 발목 있는거 봤어."



그제서야 저는 제가 그동안 가위에 눌렸었던 일,

그리고 친구의 집 고양이의 얼굴이 갑작스레 뭉게진 여자의 형상으로 보였었던 것을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은 더이상 뭘 하지 못하고 친구와 줄담배만 피다가

함께 침대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며칠정도 지났을까요,

여느때처럼 친구와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문득


'죽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에서 계속 쫑알쫑알 떠들며

며칠 전 보았던 귀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친구가

그냥 죽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이상하게 너가 죽이고 싶으니,

우리집에 있는 가위와 주방칼 가지고 나가라고.

그리고 내 집 쇠창살을 자물쇠로 채워놓고,

키는 너가 가져가라고..


친구는 별 말 없이 제 집에서 가위와 주방칼을 꺼내들고

제 집 밖으로 나간 뒤 자물쇠로 문을 걸어잠궜습니다.

제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그때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냥 제가 보았던 여자 귀신에 대해 얘기하는게 너무 싫었고,

그냥 죽이고 싶었었던 기분


아마 이때는 제가 무엇에 홀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날 이후로도 친구와 저는 밤에는 복도쪽에 칼이나 주방가위를 던져놓고

밖에서 문을 걸어잠구고 자는 생활이 이틀 정도 반복 되었었고,

더 이상 감정을 조절할 수 없었던 저는

친구와 살고 있는 건물에서 벗어나

약 4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호텔에서 묵게 됩니다.


그 호텔에서 잠에 들던 둘쨋날,

저는 필리핀에 와서 처음으로 가위에 눌리게 됩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제 위로

아무 말 없이, 그저 흰 무언가가 흔들흔들 춤 추듯 움직이는 것을



그 다음 날 아침 햇살이 침대를 비추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저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꿈을 꾸고 있는 듯 평온하면서도 현실임을 자각하고 있는 기분


기분도 무척 좋아졌고, 다시 저의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친구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보통의 날들을 지내다가,

잠에 들었던 어느 날


저는 저의 집에서 가위에 눌리게 됩니다.

정말 소름이 끼치는 가위였습니다.

그동안 저를 따라다닌 여자 귀신이 눌러놓는 것과는 다르게

매우 불쾌하고, 당장이라도 살해당할 것 같은

그리고 모른 척 해도 소용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가위였습니다.


간신히 눈을 떴을 때,

저는 처음 보는 귀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제가 글에 첨부한 댓글 캡쳐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이자,

이 때의 상황입니다.


그 귀신은, 남자임을 알 수 있었고

단번에 악귀, 악령인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간 봐온 여자 귀신은 원한도 없이, 그저 귀신이라면

이 귀신은 정말 악귀구나, 날 죽이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귀신은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혹시 영화 기담에 엄마 귀신 아시나요?

혼자 빠르게 말을 중얼중얼 거리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그 소름끼치는 장면


저는 그걸 실제로 봤어요.

제 앞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귀신은

마지막에도 아주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동틀녘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귀신은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밤마다 저를 찾아와서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제 앞에

무언가 희미한 것이 지나가면서 남자 귀신을 밀어내고

그 남자 귀신이 들어왔던 방 문을 '쾅!'소리가 나게 닫았습니다.


남자 귀신은 방문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벽을 뚫고 들어오려 했습니다.

그리고 남자 귀신을 밀어낸 희미한 무언가는 사람의 형체였고,

그 형체는 저를 10년 넘게 따라다닌 여자 귀신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여자 귀신은 매우 힘들어하면서 문과 벽을 막아댔고,

그렇게 동틀녘 둘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동네 닭이 아직 울지 않은 이른 새벽 5시 쯔음에.


약 삼일을 밤에 벌벌떨며 제대로 잘 수 없었던 저는

해가 뜬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잠에들 수 있었고,

희안한 꿈을 꾸게 됩니다.



꿈 속에 제삿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갓을 쓴 채 곰방대를 물고 있는 할아버지가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 했습니다.

'제사 한 번으로는 안돼. 두 번은 지내야 해.'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저였지만

꿈속의 그 할아버지가 저의 할아버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꿈에서 제사를 지내고 잠에서 깨어난 뒤

아침에 출근을 하기 전 친구에게 밤 사이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친구가 먼저 퇴근을 하고

저는 사무실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친구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야 ㅅㅂ 1층에서 제사 지낸다'

'집 주인 아들이 3일전에 죽어서 3일장 지내고 시신 묻으려고 이 동네로 왔대.. 여기 1층에 관도 있다.'



필리핀에는 장례 풍습이 있습니다.

사람이 죽게 되면 약 3일에서 일주일 간 상을 치르는..



저는 그 날 퇴근 후 집에 가질 못했었는데,

그 날 밤을 어떻게 어디서 지새웠는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 날 이후 더 이상 남자 귀신은 저를 찾아오지 않았고,

그 간 저를 따라다니던 여자 귀신 또한 다시 본 적 없습니다.

아주 가끔 가위에 눌리고 무언가를 볼 때는 있지만..



지금의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 여자 귀신은 언제부턴지 저의 수호신이 되주었던건 아닐까 하고.



퇴근 시간 전에 두서없이 써내린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단 한 줄의 문장, 단어의 거짓도 없이

저의 생생한 기억을 글로 옮겼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