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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
세상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처럼 폭풍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번뜩이는 번개가 쳤다.
"툭.."
냉장고 문을 열자 어제 먹다 남은 콜라병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있다. 숨이 멎을듯한 과호흡을 겨우 가다듬고 난 확신했다. 아니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집안에 불청객이 있음을..
며칠 전부터 집안의 물건들 위치가 조금씩 바뀌어져 있었고 음식의 양이 미세하게 줄고 있었다. 17살때 부터 혼자 살아 나의 먹는 양과 물건의 위치는 그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고 성격이 많이 예민한 편이라 느낄 수 있었다.
공포에 사로잡혀 몸이 굳은 채 미친듯이 떨려오는 오금을 겨우 진정시키고 눈알을 천천히 굴려 집안 구석 구석 탐색했다.
긴장을 해 속이 울렁거렸고 호흡이 가파왔다.
"하아.."
불행인지 다행인지 육안으론 불청객의 흔적을 더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용기를 내 집안을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살펴보았지만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고 흔적 또한 찾을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여전히 집안의 물건은 미세하게 바뀌어져 있었고 바닥에 정체모를 긴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발견되었으며 불면증으로 인해 집에선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집에 있으면 누군가가 날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예민함은 극에 달해 이대로는 죽을 것 같아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아니.. 피해 입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면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혹시 최근에 힘든 일이라던가 집안에 불화가 있으셨나요?"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너무 뻔한 대답이었다.
순간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집에 CCTV를 설치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출근하는 동안 집을 비우는 시간에도 불청객이 있다면 CCTV에 찍힐 테니까..
사설업체에 의뢰하여 집안에 CCTV를 설치하고자 말하였고 업체에서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이내 설치해주었고 안방, 거실, 화장실에 CCTV를 설치했다.
다음날 출근 후 녹화 내용을 확인했다. 그 어떠한 것도 찍히지 않았다.
만약 불청객이 있더라면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들어오는지 아니면 어디에 숨어있다가 나오는지 찍혀야 했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녹화내용을 본 난 충격에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새벽2시30분을 가리키던 영상화면에서 침대에 누워있던 내가 중국 영화의 강시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걸어가 냉장고 문을 열었고 음식을 아주 자연스럽게 먹기 시작했고 화장실로 가 샤워를 하고 거실에서 헤어드라이까지 사용하는 모습이 찍혔기 때문이다.
그렇다.
난 몽유병 환자였고 이 사실을 평생 모른 채 최근에서야 알게 된 것이다. 부모님 집에 살 땐 없었을 것이고 혼자 살고 난 후로 병을 얻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곧장 병원으로 가 CCTV 내용을 의사에게 보여주었고 이내 의사의 표정에 그늘이 졌다.
"당장 약물 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정도입니다.."
의사는 평생 22년 동안 이렇게 심각한 환자는 처음 본다며 이렇게 오랜 시간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생활을 하는 몽유병 환자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그래도 불청객의 존재가 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내심 안심이 되었고 전부 다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이 다행이라 느껴졌다.
업체에 전화해 CCTV 철거 요청을 했고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가 찾아왔고 방안에 설치 된 CCTV 위치를 가르키며 말했다.
" 설치한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철거하시나요 허허.."
" 오해가 풀려서 이제 필요없게 됬네요 하하.."
"철거는 오늘 바로 진행하는 걸로 하고 잠시 장비 좀 가지러 내려갔다 오겠습니다."
"같이 내려가시죠 저도 잠시 차에 갈 일이.."
기사와 같이 1층으로 내려왔고 차에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올라 가려던 찰나에 기사가 다급히 나에게 말했다.
"아 이거 어쩌죠.. 장비를 회사에 두고 와버려서.. 어떡하지.. 내일은 예약이 꽉 차서.. 정말 죄송한데 2일 후에 진행해도 될까요? CCTV 덮개만 풀어주시면 신속하게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이 가격 할인 해준다는 기사의 말을 듣고 집으로 올라가 각 방에 설치된 CCTV 덮개를 풀었고 소리가 엄청 크게 났다.
다음날 밤
며칠 째 구멍이라도 난 듯 비와 돌풍이 쳤고 굉음을 내는 천둥을 동반한 번개가 안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CCTV에 연결된 노트북을 해제하려고 노트북을 켰다.
" 녹화된 새로운 영상이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
확인 버튼을 눌렀다.
꿈인가 싶어 두 눈을 수차례 비볐다. 하지만 영상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으..."
머리는 도망가라고 지시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순간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몸을 지배하는 공포가 내 두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고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노트북에 이물질이 묻은 거라 생각해 노트북을 미친 듯이 닦아보았지만 소용 없었다.
영상에는 몽유병인 내가 부엌에 가서 음식을 먹고 다시 누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침대 밑에서 검은 형체가 역동적인 모습으로 기어 올라왔다.
검은 형체는 누워 있는 내 옆에 그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때였다.
"콰앙!!"
천둥이 굉음을 냈고 침실을 환하게 비추는 번개가 쳤다.
봐서는 안될 그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짧은 머리의 아주 밝은 붉은빛 머리를 하고 입꼬리가 올라간 채 한참이나 날 응시하고 있었다. 그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그것은 다시 침대 밑으로 엄청난 속도로 기어 들어갔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렇다. 그건 지금 내 밑에 있었고 그것이 자신의 존재를 들켰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 여기서 나가야 했다.
미친 듯이 떨리는 입술을 겨우 진정시키고 휴대폰을 켜 전화 온 척을 했다.
" 어..어 지..지금? 아..알았어 나..가..갈게.. "
떨림이 진정 되지 않았다.
"띠리리리링!!"
그때 휴대폰 밸소리가 울렸고 꽤 오랜 시간 정적이 흘렀고 내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 콰앙!! "
순간 천둥이 굉음을 냈고 이내 번개가 침실을 환하게 비추었고 옆에서 공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 씨발 뭐하냐? "
언제부터 쳐다보고 있었던 걸까..
침대 밑에서 머리만 나온채로 짧은 머리의 붉은빛 머리를 하고 흰자에 검은색 점을 찍은 듯한 눈을 한 여자가 있었고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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