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huv.kr/fear82090

퇴근하고 집에 왔어.

위에 글에 이어서 써볼게.



처음 그렇게 귀신을 보고 난 뒤엔 반년 정돈 가위에 눌리지 않았어.

그냥 나도 대수롭지 않게 날이 더우니 다들 헛것을 보는구나, 넘겨짚고 잘 지내다가


스무살 겨울에 군입대를 하게 되었어.

102보충대에서 보급물품을 수령한 뒤에 훈련소로 이동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을 때 쯤이야.


동기들과 이제 막 훈련소에 적응을 할 때 쯤,

밤이 되어서 침상에 누워 잘 준비를 했었어.

조교가 시키는대로 오후 10시 정각에 취침 소등을 하고 모두 누웠지.

베개를 베고 누워서 가만히 밖의 사회를 생각하며

'아, 내가 없어도 다들 잘 놀고 있는걸까.'

'내가 없으면 다들 심심해하겠지?'

'술이나 더 마시고 올걸..'

등등 잡생각을 하다가 잠에 들었어.


꿈을 꾸었어.

배경이 초등학교 배경에다가 초등학교 동창들이 나왔어.

다 같이 운동장에서 뛰어놀면서 하하호호 하다가,

갑자기 친구들의 눈이 뒤집히면서 흰자밖에 안보이는거야.

무서웠던 나는 도망을 치는데, 그 친구들이 모두 나에게 달려들어 붙잡고는

마구 간지럽히기 시작했어.

나는 '하지마, 간지러워.'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꿈에서 깨었고


깨어난 장소는 중학교 교실이었어.

꿈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거지..

중학교 동창들에게 무덤덤하게 "'초등학교 꿈을 꾸었다." 라고 말했더니,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친구 한명이 "어떤 꿈을 꿨는데?"라고 물어보더라구.

그래서 "눈이 흰자로 뒤집힌 채로 날 간지럽혔어."라고 대답했지.

그 순간 교실이 살짝 빙글 도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주변에 있던 중학교 동창들 역시 눈이 흰자로 뒤집힌 채 나에게 달려들었어.

너무 무서웠던 나는 그대로 교실문을 열고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어.

그 복도가 고등학교 복도로 이어지고..

다시 그 복도가 대학교 복도로 이어지게 되면서

뒤에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동창으로 생각되는 형체들 （얼굴은 하나도 안보임）이

나를 마구 따라오면서 웃고있었어.

복도를 한참 달리다가 어느새 훈련소 복도로 연결되어 우리 내무실 문이 보이자마자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어.


그 순간 정말 잠에서 깬거야.

눈을 떠보니 나는 훈련소 침상 위에 누워있고,

눈 앞에는 관물대가 있더라구.

그래서 '휴.. 정말 꿈에서 깨었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관물대에 하이바가 있어야 할 위치에서

저번에 그 수영장에서 봤던 귀신.

그 귀신의 머리가 있는걸 봤어.


순간 6개월 전 기억이 나면서 소름이 쭉 돋고 움직일 수가 없었어.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들어가 있는 침낭 가장 끝 쪽..

발이 있는 곳에서 무언가 움직이는것을 느끼게 돼.

당시 훈련소 겨울군번인데 침낭에 들어가서 잤었거든...

침낭 발 아래에서부터 무언가 더듬는 것이 느껴지는걸 모르는 척 하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부터 나를 막 간지럽히기 시작하는거야..

마치 초등학교 동창들이 날 간지럽혔던 것 처럼..

정말 너무 무섭고, 어떻게 해야할 줄 몰라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침, 훈련병 동기가 불침번을 서고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어.

그래서 그 동기가 지나갈 때 '나 좀 살려줘, 나 좀 살려줘."라고 계속 말을 했어.

그랬더니 그 훈련소 동기가 나를 내려보더니 '씨익'웃고 지나가는거야.


막 몸부림을 치다가 결국 가위가 풀리고 귀신이 사라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너무 무섭고 주변 동기들을 깨워야겠다는 생각에

불침번을 서고 있던 동기에게 개쌍욕을 퍼붓기 시작했어.

정말 화가나서 욕을 막 퍼부으며 "너는 왜 내가 살려달라고 말 했는데 처웃고 지나가냐 이XX놈아!"

소리를 지르니까 조교가 들어와서 누가 떠드냐고 혼을 내기 시작했고,

나는 있는 사실 그대로를 얘기했어.

그 때 불침번을 서고 있던 동기가 딱 한마디 했어.

"나는 너가 웃고 있길래, 장난치는 줄 알았지."


그래, 나는 침낭 속에 귀신이 나를 간지럽히니까 웃고 있었던 거고

정작 살려달라는 말은 나오지 않은 체 동기는 나를 보고 장난치는구나 싶었던거야.


그 때 조교 등 뒤로 전자시계 빨간 숫자가 보였는데

10시 5분이었어.


10시에 누워서 초등학교 동창들에게 간지럼당하는 것 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 모든 순간이 5분밖에 되지 않았던거야.


이렇게 훈련소에서 그 귀신을 다시 마주하게 되고, 나는 그 영향인지

군대에서도 온갖 귀신을 다 보게 돼.

지금 글 쓰는데 너무 춥고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서

조금만 쉬었다가..괜찮아지면 다시 쓰러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