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있어요. 아주 많이

그리고 가위 눌렸을 때 마다 나오는 귀신이

거의 12년 가까이 따라다녔었어요.



이 귀신을 처음 만났던 건 내가 20살 대학생이 됐을 때,

친구와 함께 여름방학을 맞아 수영장 아르바이트를 할 때 였어요.


당시 수영장에서 라이프가드, 안전요원 알바를 하며

물에 빠지거나 파도풀 근처로 들어가는 손님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일을 했죠.

무척 더운 여름이라 땡볕에서 일하다보면 금세 피곤해지기에

중간 중간에 쉬는 시간이 많았고,

수영장은 특이하게도 큰 온천에 딸린 수영장이었어서

쉬는 시간에는 온천으로 내려가 수면실에서 쉬곤 했어요.


수면실 가장 구석에는 매트나 베개를 쌓아두었기에

그 바로 옆 자리. 그러니까 끝에서 두 번째 자리에 누워서 쉬다가 잠에 들었어요.

스르륵 잠이 들 무렵, 머리맡 벽쪽에서 머리 하나가 천천히 튀어나오더라구요.

저는 처음 눌려본 가위라서 꼼짝도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었고,

상반신까지 모두 벽으로 나온 그 귀신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저를 응시했어요.

눈이 마주쳤을때 '아, 귀신이구나.'하고 인지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때 갑자기 몸이 날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가위에서 풀려나게 되었고,

몸이 날라가는 듯했던 이유는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가 발로 찼기 때문이었어요.

친구는 굉장히 화가 난 것 같기도,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은 얼굴로 "너 지금 뭐하냐?"라고 물었고

상황파악이 잘 되지 않은 저는 "왜?" 라고 되물어볼 뿐이었죠.

친구는 별 말 없이 "미친놈, 쉬는 시간 끝났어. 올라가자." 정도의 대답만 해주었고

저는 다시 수영장으로 올라가면서 친구에게 왜 발로 찼는지, 욕은 왜 하는지 물었죠.

그랬더니 친구놈이 말하길, "너가 날 보면서 실실 쪼개는데, 눈이나 표정 그리고 몸짓이 이상해서 발로 찼다."라고 하더군요.

친구가 보기에도 저는 평범하게 자고 있는 모양이 아닌, 무언가에 홀린듯 한 아주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나봐요.

그렇게 수영장에 도착한 뒤, 같이 일하던 형들에게 '가위에 눌렸다.'라고 한 마디 했을 뿐인데..

형들 중 두 명이 동시에 이렇게 말하더군요.

"너, 끝에서 두 번째 자리에서 봤지?" 라고.

끝에서 두 번째 자리도 맞았고, 그 때 '쉬었지?', '잤지?'가 아닌

'봤지?'라는 말을 똑똑히 들었어요.

무척 더운 여름인데, 몸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어요.

형들은 별 거 아닌 것 처럼, 그냥 그 자리에서 자주 본다.. 정도만 말하고 넘어갔지만

저는 그 형들처럼 별 거 아닌 것 처럼 대하지 못하고

이 귀신은 저를 12년간 쫓아다니게 됩니다.


퇴근하고 12년동안 있었던 일들 더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