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몇 년 주기로 퍼지는 자잘한 바이러스들을 압도하는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굳이 코로나 19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이 바이러스는 단순히 사람을 감염시키고 죽이는 바이러스가 아니니까.

“경기도 충원시를 중심으로 70대 이상의 노인들이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직 보건당국의 발표는 나오지 않았으며, 충원시장은 바이러스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뉴스를 통해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곧바로 공포에 휩싸였다. 그것은 몇 년 전에 있었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그로부터 비롯된 경제위기 때문이었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해당 바이러스는 이전까지 존재했던 바이러스와 유전적 특성이 달라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입니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근원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오늘부터 확진자 수를 공개하겠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확진자 수는 11,473명…”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라니 왜 중국도 아니고 대한민국에 바이러스가 생긴단 말인가? 다만 충원시에 원자력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이 혹시 방사능과 바이러스가 결합한 게 아니냐는 사람들의 공상과 추측, 그리고 음모론을 낳았다.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전에도 말했듯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여서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진단키트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현시점에서는 증상만으로 바이러스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기타 여러 이유로 확진자는 실제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현재로서는 경기도 충원시를 봉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WHO와 각국 정부들의 원조를 받아 이 위기를 극복합시다.”

대통령의 아주 솔직한 담화문에 야당과 국민들은 반발했다. 야당은 정부와 국민이 주체가 되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받겠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무능한 정부라는 것이다. 한국이 왜 중국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면서 국제 망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확진자가 순식간에 불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일본 정부는 한국을 여행재고 3단계 국가로 분류시켰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서 국민들은 분노했지만, 사실 명분 자체는 말이 되었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확진자 수는 하루 만에 두 배 증가해 26,753명이 되었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끝에 바이러스의 특이한 점을 찾아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젊은 층에는 감기처럼 사소한 바이러스입니다. 실제로 증상도 감기와 매우 흡사해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된 고령층에게 이 바이러스는 정말 치명적인 바이러스입니다. 현재 60대 이상의 모든 바이러스 확진자가… 사망했습니다. 치사율이 100%라는 거죠.”

일반적인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높으면 감염성이 낮고, 치사율이 낮으면 감염성이 높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연령에 따른 차이 때문에 치사율과 감염성 둘 다 높은 바이러스였다.

이동생활이 잦은 젊은 층들은 노령층들에 바이러스를 퍼트려댔고, 그렇게 노령층들은 죽어 나갔다. 덕분에 세대 갈등은 끊이질 않았다. 이 일이 봉쇄된 충원시에서만 일어나고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 지경이었다.

“이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충원시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도시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고려해보십시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혐오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혐오범죄 자체를 비난하는 사람들보다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본래 혐오범죄의 대상은 중국인이 아니었던가. 이런 니즈를 파악한 유튜버들은 화난 목소리로 음모론을 제시했다. 일루미나티, 혹은 중국, 혹은 트럼프를 운운하면서….

“음… 혹시 한국인들이 똑똑해서 바이러스도 똑똑한 게 아닐까? ㅋㅋ 만우절 장난임.”

괜히 만우절이라고 욕먹으려는 연예인도 있었다.

“충원시 인구 중 23.4%가 감염되었습니다. 국민들을 버리지 마십시오. 지금 당장 미감염자분들이라도 대피시키세요. 지금 장례식도 못 치르고 있어요.”

국회의원들은 정부에게 질타를 쏟아냈다. 역설적이게도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수록, 그들의 지지율도 늘어났다.

미국은 한국의 대응과 봉쇄된 충원시를 고려해서 여행 경고만 하기로 했다. 중국은 한국에 마스크를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물론 품질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국민들의 입을 빌려 국회는 정부에게 충원시의 시민들을 대피시키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알겠다고 답했다. 제대로 된 진단키트가 개발되면, 또 대피할 장소가 충원되면 사람들을 대피시키겠다고 말했다. 확진자는 418,453명, 사망자는 124,379명.

“바이러스의 근원을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기존의 바이러스와는 달리 아마도 얕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충원시에서 생산된 모든 해산물을….”

정부는 중요한 걸 빠뜨렸다. 사람을 통제할 수는 있어도, 물고기를 통제할 수는 없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물고기들은 진작에 국민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물론 가공 과정에서의 기초적인 소독과 불로 조리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죽을 수밖에 없었지만, 딱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만약 그렇다면 또 모르는 일이었다.

“서울에서 첫 번째 확진자가….”

“확진자가 하루 만에 또 몇 배로 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확진이 시작된 것입니다.”

결국, 한국은 바이러스를 막지 못했다. 한국의 잘못이라기보단, 바이러스가 너무 강력한 탓이었다. 노인들은 죽어 나갔고, 젊은 층들만 살아남았다. 이 때문에 젊은 층들의 이기심이 노인들을 죽이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젊지는 않았다.

"클럽이니 술집이니 그냥 좀 가지 맙시다. 우리가 나중에 늙어서도 이렇게 된다면 납득하겠습니까?"

고령층에서 인기가 많은 몇몇 연예인들은 앞장서서 캠페인을 주도했다. 하지만 젊은층은 싸늘했다. 심지어는 매일 집안에 틀어박힌 사람들도 별 관심이 없었다.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비자연적 상황에서 자연이 개입한 거지, 뭐."

"국민연금도 못받는데, 노인 줄어드는 게 더 이득 아님?"

그렇게 세대갈등 속에서 1년이 지나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러니까 노인들이 죽었다. 남은 사람들 입장에서 바이러스는 이제 일상적인 감기처럼 익숙해졌다. 치료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는 감기. 정부 역시 봉쇄니 뭐니 더 이상은 통제 정책을 들먹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봉쇄는 '중국식' 해결법이었다. 그러므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냥 손을 놓는 것이 더 편했다.

한편으론 고령층이 죽으면서 젊은 세대의 일자리가 늘어났고, 정부는 국민연금과 보건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되었다. 바이러스가 나라에 큰 도움이 됐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우울했다. 모두가 자신의 가족을 잃었다. 삶의 의지가 무너졌고, 허무해졌다. 사람들은 정치인들에게 외쳤다.

“이제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하지만 대답 대신 이런 소식이 들려왔다.

“국회와 청와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 측에서는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거리에 군인들이 나와 있을 뿐입니다.”

군인들은 시위 진압을 포기했다. 그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모두가 촛불을 들고 외쳤다.

“말 좀 해보세요!”

하지만 청와대와 국회는 조용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말을 무시하는 정치인들에게 달려갔다. 청와대와 국회 앞에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왜 침묵합니까?”

국민들의 외침에도 청와대와 국회 안은 조용했다. 결국, 사람들은 군대의 힘을 빌려 강제로 청와대와 국회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물론 말리는 노인은 없었다. 모든 국민이 청와대와 국회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렇게, 잠겨있던 청와대와 국회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회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노인들에게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쓸고 간 청와대와 국회에, 생존자는 없었다…. 애시당초 한국에는 젊은 정치인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