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어서 쓰겠습니다.

문 틈으로 살짝 엄마와 할머니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엄마와 할머니 사이 물잔이 놓여있는 상에 만원짜리가 가득 올려져있는 겁니다.
순간 안 좋은 일임을 직감했습니다. 그대로 엄마손을 끌고 차로가 집으로 향했습니다.
차 안에서 엄마에게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자신의 딸이 맘 편히 눈감지 못하고 자꾸 나타나는 모습에 속이 타들어 가는 할머니는 결국 무당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 무당이 하는 얘기가 ‘당신 딸에게 한이 너무 많아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딸을 저승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마음속 한을 풀어줘야 한다.
그 한을 푸는 방법은 딱 하나 살아있는 총각과의 영혼결혼식 밖에 없다.’ 라고 했다 합니다.
모든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저 돈은 영혼결혼식의 대가이고 그 영혼결혼식의 대상은 바로 나고.
그래서 그 여자가 나한테 나타났고. 전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당연히 거절의 의사를 표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엄마는 더 이상 말이 없으셨습니다.

영혼결혼식 -1

그렇게 며칠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못 만난 친구들도 만나고 술도 마시며 휴가를 보냈지만 그날 있었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직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그 여자분 얼굴이 계속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 날은 별다른 일정 없이 집에서 스타를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방으로 엄마가 들어오시더니 전에 파출소에서 하던 조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같이 가자 합니다.
약속도 없이 당일 날 그것도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오라고 한것이 이상했지만 엄마와 함께 파출소로 향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가는 도중 이상하게 엄마가 아무 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어느덧 우리는 장터말 파출소 근처에 왔습니다.
‘엄마 무슨 얘기를 해?’ 라고 질문을 하려는데 엄마가 파출소를 그냥 지나치시는 겁니다.
이상하게 여긴 전
“엄마? 파출소 지났는데?”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엄마가 차를 멈추고 울음을 터트리시는 겁니다.
“OO아 너 우리 집에 빚이 얼마 인줄 알어?
그것 때문에 아빠 맨날 두세시간 밖에 못 자고 일만하고 엄마도 그것 때문에 생긴 병이 낫지를 않아.
전에 할머니가 약속한 돈이면 우리 빚 다 갚고도 남는다.
그냥 눈 딱 감고 그 할머니 소원 한번 들어주자. 영혼결혼식 한다고 뭐 남는 것도 아니지 안느냐?” 라고 제 앞에서 펑펑 우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리 힘든 상황이지만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을 그런데 팔겠느냐 싶지만 당시의 전 20대 초반으로 매우 어렸고,
무엇보다 엄마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엄마 울지마 엄마가 하라는 데로 할께 라고 승락 했습니다.

영혼결혼식 -2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산길을 따라 차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산 두 봉오리가 있으면 그 산들이 만나는 길 그 길을 뭐라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 길을 따라 한참을 산으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한참을 들어가니 산길이 끝나고 넓은 잔디로 덥힌 장소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저 멀리 버스 같은게 한대 서있고 사람들 십여명 정도가 모여있었습니다.
좀더 가까이 가보니 무당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람들 근처에서 차를 세웠습니다.
이제서야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엄마한테
“엄마 이건 아니다. 그냥 집에 가자.” 라고 말했는데 밖에서
“나와!”
라고 무당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차 안에 있었음에도 목소리가 너무 선명하고 위압감이 강해 머리는 아니지만 몸은 이미 차에서 내리고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무당이 다시 소리치더군요.
“와!”
나도 모르게 몸이 무당 쪽으로 향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상황이 모두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당 옆에 관이 놓여져 있고, 주변으로는 그 여자분의 친척이나 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모여있었습니다.
전 관에만 시선이 쏠렸었습니다.
“앉아!”
다시 소리치는 무당의 목소리를 따라 전 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혹시 예전에 김정일 사망했을 때의 관 모양 기억하십니까?
나무로 만들어진 관에 얼굴 부분만 유리로 만들어져 안이 보이는 관.
무릎을 꿇고 앉으니 그 관과 동일하게 얼굴부분이 유리로 되어있어 그 여자분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글이 마지막 글이 되겠네요.
생각보다 봐주시는 분들은 없지만
그래도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어딘가에 남겨놓을 수 있다는게
개인적으로 큰 발전인 것 같습니다.
속이 시원하네요.
금방 오겠습니다.


1편 보기 :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pg=0&number=82025
2편 보기 :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pg=0&number=82026
3편 보기 :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pg=0&number=8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