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쓰겠습니다.

“이 여자 맞아요! 이 여자에요!”
전 소리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 여자가 내 누명을 벗겨줄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전역전이라 걱정이 너무 앞섰기 때문에 경찰 분 팔을 잡고 도대체 이 사람 누구냐며 소리쳤습니다.
그렇게 전 파출소에서도 경찰관에게 팔이 꺾이며 다시 제압됐습니다.
또다시 아까 여성 경찰분이 오셔서 절 진정시키는 바람에 파출소 의자 구석에 앉아 찐따같이 바닥만 보고 있었습니다.
경찰분들께서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잠시 후 엄마가 파출소로 달려왔습니다.
무슨 일이냐며 우리 아들 죄가 없다고 경찰들을 향해 소리치신 엄마는 저를 데리고 집으로 가기 위해 제 손을 끌어당겼습니다.
하지만 전 정말 경찰들의 설명을 듣고 싶었습니다.
전 오늘 영문도 모른 채 아기 시체를 보고 ,영문도 모른 채 살인범으로 몰렸으며 영문도 모른 채 파출소까지 오게 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경찰분들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이때 한 할머니께서 파출소로 들어오셨습니다.
그 여자 경찰관 분이 할머니께 다가가서 저를 소개하며
“이분이세요.”
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이분? 내가? 뭔데?’ 전 더 복잡해지기만 했죠.
어떤 말을 꺼내려던 찰라 할머니께서 매우 애절함과 간절함이 담긴 목소리로 자신의 집에서 잠시 얘기를 하자며 자신의 집으로 우리를 함께 가자 하였습니다. 갈 이유가 없는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떠한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전 아무데도 갈 수 없다.”
라고 말을 꺼내려 하는데 옆에 엄마가
“그러시죠.”
하며 승락을 해버리는 겁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엄마가 가자고 했으니 전 가기로 했습니다.
경찰분들도 더 이상 조사는 필요 없다 하시며 할머니 댁에 가면 알게 되실거라고 절 보내줬습니다.
그렇게 우린 엄마 차를 타고 할머니 댁으로 향했습니다.

그 여자.

그 할머니 댁은 파출소에서 차로 5분 정도의 거리였던걸로 기억합니다.
한대의 차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비포장도로를 5분 정도 달려 할머니 댁에 도착했습니다.
할머니 댁은 옛날 가옥형태의 집이었습니다. 대청마루가 있고, 마당이 있고, 담벼락이 있는 그런 옛날 형태의 가옥.
할머니의 안내로 엄마와 전 대청마루를 올라 창호지가 발라져 있는 나무문을 옆으로 열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에 들어가서 가장 처음 보인 건 그 여자 사진.
저는 또 흥분해서 도대체 저 여자가 누구냐고 소리를 지르려던 찰라 사진 양쪽에 둘러져 있는 검은 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죽은 사람들 사진에 둘러놓는 검은 테. 전 할말을 잃었습니다.
파출소에서부터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또 다시 ‘에이 설마…’ 하는 맘으로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던 현실이 눈에 보인 겁니다.
할머니께 도대체 저 여자분은 누구냐고 물어봤습니다. 자리에 앉아 할머니가 내주신 물 한잔을 마시며 할머니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저 아이는 제 딸입니다. 제 딸인데 불쌍한 아이입니다. 최근 들어온 공장 사람들한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그 짓이 몇 달을 이어지는데도 제가 걱정할까봐 저에게 한마디도 안하고 혼자 끙끙앓을 정도로 착한 아이였습니다. 그러다 임신을 하게 되고 출산직전 결국 아기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아이를 뱃속에 품은 채 자살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원한이 안 풀렸는지 자꾸 동네에 나타납니다..”
한번이라도 만나고 싶어 자신에게 나타나길 그렇게 기도했으나 할머니는 아직 한번도 그 여자분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직 결혼 안한 청년들 눈앞에만 나타난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친 할머니께서는 잠시 저에게 자리를 비켜달라 하셨습니다.
엄마가 걱정되어 엄마 눈빛을 살폈는데 엄마도 잠시 나가있으라 하셔서 담배도 필 겸 대청마루에 앉아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고 담배를 폈습니다.
담배를 다 피워갈 무렵 문득 군대에 있느라 잠시 잊고 있던 엄마의 성격이 생각났습니다.
남의 말을 너무 쉽게 믿어 중고나라에서 사기를 열번 넘게 당하신 우리 엄마.
엄마에게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닫이 문을 살짝 열어 방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문 틈으로 살짝 엄마와 할머니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엄마와 할머니 사이 물잔이 놓여있는 상에 만원짜리가 가득 올려져있는 겁니다.
순간 안 좋은 일임을 직감했습니다. 그대로 엄마손을 끌고 차로가 집으로 향했습니다.
차 안에서 엄마에게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벌써 한시가 넘었네요. 다시 오겠습니다.




1편 보기 :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pg=0&number=82025
2편 보기 :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pg=0&number=8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