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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가 20대 때 겪은 이야기입니다.


제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애인과 헤어져서 상당히 불안정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친구 부모님이 아무리 위로해줘도 친구는 우울해하기만 했습니다.

연애에 휘둘리는 타입이 아니었던 친구였던지라 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확실히 친구의 표정은 어두웠고,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스타일리시한 친구였는데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고 목욕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히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평소 가족끼리도 친하게 지냈던 저는 친구네 가족에게 부탁 받아 친구네에서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머무는 동안 친구가 다시 기운을 되찾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협조하기로 한 겁니다.


제가 찾아가니 친구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친구네 부모님도 기뻐하셨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 친구 방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들었습니다.


"걔는 나보다 그 여자가 더 좋다고 하더라. 내가 훨씬 더 사랑했는데... 용서할 수 없어..."


몇 시간 동안 친구를 위로하고 친구의 푸념을 들어주었습니다.

푸념은 그칠 줄 모르고 연애가 꼬이면 이렇게나 무섭다는 것을 몸소 실감했습니다.

시계가 거의 12시가 다 되어 다음 날로 바뀌려 할 때였습니다.

갑자기 친구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친구는 매우 무서운 눈으로 조용히 허공을 노려보았습니다.


"또 배신당했다. 그 남자에게…"


그렇게 한 마디 중얼거리던 친구의 표정이 한순간이지만 다른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갑자기 저는 등에 소름이 돋아서 창문을 열고 기분전환할 겸 밖을 내다봤습니다.


친구네 집은 꽤 오래전에 지어진 큰 집인데 부지 내에 창고가 있었습니다.


"창고가 엄청 크네.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안에 뭐가 든 거야?”


침묵을 참지 못하고 화제를 바꾸자 친구가 제 옆으로 와서 중얼거렸습니다.


"저 창고 앞에서 맹세했는데."


"응? 뭘?"


제 물음에도 친구는 아무 대답 없이 누워서 잠들어 버렸습니다.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저도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이 되자 친구의 표정은 꽤 밝았습니다.

어제 푸념을 늘어놓으며 기분이 개운해진 모양입니다.

저는 어젯밤 친구가 남긴 말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잠들었어! 미안해!"


하지만 친구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신경 쓰여서 친구네 부모님께 창고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 창고는 다이쇼 시대에 지어졌는데 이제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젯밤에 들었어요. 창고 앞에서 맹세했다고."


친구의 말을 전했지만 친구네 부모님은 짐작 가는 면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요즘 들어 우리 애가 한밤중에 정원을 걸어 다니곤 하더라고..."


친구네 부모님은 그 한 마디만을 남겼습니다.


그날 밤 친구는 더 푸념할 일 없이 기운 차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진짜 미안하면 나중에 밥 한 끼 쏴."


"그래. 항상 가던 데로 예약할게!"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다 보니 저는 어느새 잠들었습니다.


한밤중에 문득 눈을 떠 보니 친구가 없었습니다.

어쩐지 불안해서 창문을 열고 창고 쪽을 보니 친구가 걷고 있었습니다.


친구 뒤에는 하얀 안개 같은 게 붙어있었습니다.

사람의 형상을 한 하얀 안개.

잘못 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저는 여전히 제가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황급히 친구네 부모님을 깨워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그때는 더 이상 흰 안개가 없었습니다.

친구는 자신이 왜 정원에 있는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마치 몽유병처럼요.


친구의 이상한 행동과 제가 본 하얀 안개.

친구네 부모님은 헤어진 충격으로 한밤중에 정원을 걷게 되었다고 해석하신 것 같지만, 제 생각에는 뭔가 다릅니다.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예감에 이웃에 사는 스님께 불경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창고를 뒤진 결과, 한때 이 집에 사셨던 친구네 증조할머니의 일기장이 발견됐습니다.


저도 같이 봤는데 그 일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것에 대한 원망의 글이 줄줄이 적혀있었습니다.


[ 또 배신당했다. 그 남자에게. 이 창고 앞에서 맹세한 걸 잊어버린 게 틀림없다. 이번에야말로 영원히 함께 하기로 약속했는데. 또 다른 여자를 만들었다. ]


난잡한 서체로 휘갈겨 쓴 글씨.

친구네 증조할머니와 친구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라고 했는데, 사진을 본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친구랑 꼭 닮아서 마치 쌍둥이처럼 똑같았습니다.


그 후, 친구는 다시 활기차고 밝아졌습니다.


"그런 놈 어디가 좋아서 만났던 걸까?"


친구 자신도 왜 그렇게까지 우울해했는지 의아해 할 정도로 역대급인 연애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친구네 증조할머니와 친구의 상황이나 생김새가 비슷했기 때문에 뭔가 공명을 일으켜 일어난 일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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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