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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댁 부지에는 *이나리 신을 모신 작은 사당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사당을 매우 소중히 여기셔서 보여주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 이외에는 만지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한번 무심코 만져보려니까,


"무슨 짓이냐!! 절대 그러지 마라!! 저주받을 거다!!"


…하고 무서운 얼굴을 하신 할아버지에게 혼난 적도 있었습니다.

（*이나리: 일본 신화에 나오는 벼의 신. 노인의 모습으로 여우 두 마리와 함께 다니며, 일본 대부분의 마을에 신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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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온화하고 상냥한 할아버지였는데, 그런 할아버지의 화난 얼굴은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러 사정이 있어서 집 건물을 다시 지어야 했는데 사당이 방해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저걸 그대로 두면 집 형태를 비뚤게 지어야 해요. 어떻게 좀 안되나요?"


목수는 그렇게 얘기했지만, 할아버지는 단호히 반대했습니다.


"아니, 절대로 옮겨서는 안 된다. 함부로 옮기면 저주를 받을 거야."


할아버지의 반대로 공사는 뜻대로 잘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그 사당에 대해 자세히 모릅니다.

가족 중 유일하게 의견이 달랐던 할아버지는 차츰 다른 가족들과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무슨 일이야? 원래 저런 분이셨나?"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봐. 평소처럼 다 이해하고 반대하지도 않으실 줄 알았는데."

"차라리 일찍 돌아가시면 그 사당도 바로 처분할 수 있을 텐데…"


놀랍게도 할아버지의 존재 자체를 싫어하는 친척들까지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집안에서 점점 더 고립되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오시면 모두 빨리 그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결국 할아버지랑 함께 식사하기 싫다며 식탁까지 따로 떼어 놓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를 잘 따랐던 저는 그런 상황을 보고 슬펐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행동에 옮겼습니다.


먼저, 저는 할아버지로부터 그 사당에 대한 정보를 얻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마음을 닫고 저에게조차 이야기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말을 걸었습니다.

또 무슨 이득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신사에 정성껏 기도했습니다.


제가 이걸 한 지 몇 달쯤 지났을 때쯤일까요?


"잠깐만 이리 와 보거라."


제가 할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따라갔을 때, 할아버지는 마침내 제게 사당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 이나리 사당은 할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 그리고 그 조상님들까지 쭉 물려받아서 소중히 모셔왔다. 그러니 앞으로도 소중히 모셔야 한다."


"그렇구나. 엄청 소중한 사당인가 보네요."


"그래, 그렇지."


…


뭐야? 이게 다야?

너무 알맹이 없는 이야기라 귀를 의심했습니다.


"...할아버지, 그러니까 그…이나리 사당을 여태까지 소중히 모셔왔기 때문에 지금도 소중히 모신다는 말씀이세요?"


"글쎄, 뭐... 그렇지. 그래."


놀랍네요.

뭔가 복잡하고 미묘한 사정이 있나 했는데 이렇다 할 깊은 의미는 없었습니다.


"물려받은 것을 소중히 모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과보호하느라 소중한 가족이 피해를 본다면 어쩔 수 없지. 나도 너무 지나쳤구나. 네게도 괜히 신경 쓰게 했고 말이다."


할아버지는 수줍게 말하며 웃었습니다.

아니, 웃을 일이 아니잖아요, 라고 저는 맞받아쳤습니다.

어쨌든 하마터면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따돌림당할 뻔했으니까요.

이렇게 해서 이나리 사당은 부지 끝으로 안전하게 옮겨서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저주 같은 건 없었고, 할아버지는 90세까지 장수하시고 천수를 다하셨습니다.

온 가족이 큰 질병이나 사고 없이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평온한 분위기 속 친척 일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두셨습니다.


"할아버지, 좋은 인생이셨어요?"


"그래, 이나리 님이 날 용서해 주셔서 다행이로구나."


제 물음에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사당 내부를 확인해보니 텅 비어 있었습니다.

가족에게 물어봐도 ‘할아버지가 관리하셨으니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역시 그 사당에는 할아버지만 알고 있는 중요한 뭔가가 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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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