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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갈 무렵 본가로 돌아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친구와 함께 드라이브하고 있었습니다.

기왕 온 김에 조금 멀리 나가 보고 싶어서 2시간 걸려 산으로 둘러싸인 고향 마을에 놀러 갔습니다.

이곳은 호수와 온천으로 유명해서 예로부터 *아이누의 마을로 알려진 관광지입니다.

（*아이누: 일본의 홋카이도와 러시아의 사할린, 쿠릴 열도 등지에 분포하는 소수 민족）

관광 시즌이 지나면 한산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우선 친구와 함께 온천욕을 하러 갔습니다.

리모델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평판이 좋은 호텔이었고 노천탕도 매우 개운했습니다.

대충 돌아보며 쇼핑도 하고 나니 이제 할 게 없었습니다.

해가 지기 시작했으니까 돌아가려면 지금 가야 합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심 이미 여기에서 하룻밤 묵기로 마음먹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제 생각을 말했습니다.


"좋은 생각이네. 여기 자주 오는 것도 아니니까."


친구는 제 말에 동의하고 하룻밤 묵을 숙소를 같이 찾아주었습니다.

물론 친구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서 먼저 집에 돌아갈 예정이었습니다.


아까 온천욕을 했던 호텔은 너무 비싸서 잠만 잘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비수기인데도 저렴한 숙소는 전부 만실이라 여러 번 퇴짜를 맞았습니다.


차를 몰고 빙글빙글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친구가 "아!"하고 소리쳤습니다.


"저 여관, 차가 한 대도 안 서 있어!"


친구가 가리킨 여관 주차장에는 확실히 차가 한 대도 없었습니다.

수상하니까 저긴 관두라는 친구를 뿌리치고 저는 여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입구에 다가가니 유리문 너머에 작은 할머니가 서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거기 계속 서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등이 굽은 할머니는 생긋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빈방 있나요?"


그렇게 묻자 모든 방이 비어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숙박비는 1박에 3,000엔.

여기로 정했습니다.


할머니는 마음에 드는 방을 쓰라고 하셨고 저는 목욕탕이랑 가장 가까운 방을 골랐습니다.

방에 TV조차 없었기 때문에 온천욕을 하는 것이 유일한 오락거리였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목욕을 10번은 더 하자, 어차피 전세나 다름없다, 하고 저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저녁 식사를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고 바로 목욕탕으로 갔습니다.

목욕탕은 천장이 높고 벽도 욕조도 유황 성분으로 검붉게 변색되어 있었습니다.


목욕탕 물도 아주 시원하고 넓은 탕을 혼자 독차지하는 기분도 훌륭했지만, 문득 여기에 손님이라곤 나 혼자라는 생각에 갑자기 불안해졌습니다.


큰 탕 안에는 김이 서려 시야가 흐렸고, 욕조 안쪽에 누가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길한 상상에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덕분에 머리를 감을 때는 몇 번이나 뒤돌아보면서 아무도 없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 후 맥주를 마시고 온천욕을 두 번 한 뒤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불을 끄고 마치 빨려 들어가듯 잠이 들었습니다.


문득 깨서 눈을 떠 보니 주변은 여전히 어두웠습니다.

왜 이 시간에 잠이 깼나 했더니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복도를 걷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소리는 아니었습니다.

뭔가를 질질 끄는 듯한 둔탁한 소리였습니다.


그 소리가 제 방 앞에서 멈추길래 저는 복도에 있는 게 주인 할머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객실 포트에 담긴 온수를 갈아주러 온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그럴 리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한밤중이니까요.


태평하게 생각하던 시간도 잠시, 다음 순간 저는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그 소리가 방 안으로 들어온 겁니다.


만약 주인 할머니가 맞다고 해도 무서울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잠든 척하며 방에 들어온 누군가가 빨리 나가기를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가 누운 이부자리를 중심으로 방안을 빙빙 돌았습니다.

마치 사냥감을 바싹 뒤쫓는 짐승처럼요.

바닥을 질질 끄는 듯한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만해!! 제발 다른 데로 가!!!’


저는 마음속으로 절규했습니다.

소리가 점점 거리를 좁혀왔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있어야 할 이불이 없었습니다.

저는 황급히 주변을 뒤졌습니다.

그때 손끝에 만져졌습니다.

있을 리가 없는 것이.


그것은 제 바로 옆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뻣뻣한 털이 촘촘하게 나 있어서 마치 커다란 개나 늑대의 등 같았습니다.


저는 패닉 상태가 되어 이불을 찾았습니다.

이불은 발밑까지 내려와 있었고 저는 이불을 찾자마자 머리끝까지 끌어당겼습니다.

추위와 공포에 덜덜 떨고 있었지만, 이윽고 저는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침 햇볕을 쬐면서 어젯밤은 꿈이었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체크아웃하러 로비에 나왔을 때, 모든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로비에는 많은 사진이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전부 곰 사진이었습니다.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은 곰 사진 여러 장이 마치 전시회처럼 늘어서 있었던 겁니다.


주인 할머니에게 여쭤봤더니 아들이 곰 사냥꾼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어젯밤 질질 끄는 소리의 주인은 바로 네발로 걷던 곰이 아니었을까요.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두려움은 사라지고 조금 슬픈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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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