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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연말 연휴, 제 남자친구, 남자친구의 친구, 그리고 제 친구들을 포함한 남녀 8명이 함께 지바（千葉）에 있는 한 온천에 갔습니다.

온천 근처에 호수가 있고 낚시를 할 수 있는 장소도 있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다 같이 새해를 맞이하자!

…이런 얘기가 나와서 낚시를 좋아하는 남자친구도 기꺼이 그 장소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온천 여관을 예약할 때는 호수나 주변 사진 모두 대자연 그 자체! 아름다운 곳! 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만…


실제로 가보니 여관으로 가는 길은 들짐승이나 다닐 법한 산길이었고, 가면 갈수록 건물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집과 집 사이 거리가 점점 넓어지면서 ‘그냥 산밖에 없는 거 아냐..?’ 하고 불안에 떨 정도로 주변 풍경이 휑하게 되었습니다.


대자연이 세일즈 포인트여서 그런가 보다, 여관이 산속에 있댔는데 대충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여관까지 걸어갔습니다.


여관은 너무 예뻤지만, 어쩐지 어둑어둑한 느낌이었고 저는 여관을 마주하자마자 왠지 모르게 긴장하고 말았습니다.

제 남자친구는 자칭 ‘영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남자친구가 "여기 좀 무섭다..." 라며 정색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남자친구는 모처럼 연말 연휴를 즐기기 위해 여기까지 와서 장난으로 분위기를 망칠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뭔가 정말 무서워하고 있구나 싶어서 저까지 다 긴장되었습니다.


하지만 모처럼의 여행이니 즐기지 않으면 손해입니다.

밤에는 다 같이 온천에 들어갔다가 각자 나가고 싶을 때 나간 뒤, 자유 시간을 보내고 11시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온천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모두 함께 다녔지만, 온천에서 씻고 나서부터는 각자 자유 시간이었기 때문에 저는 남자친구랑 온천에서 나오는 시간을 맞추고 둘이서 느긋하게 쉬려고 했습니다.


온천은 여관 맨 끝에 있었습니다.

복도를 따라 끝까지 걸어가니 남탕과 여탕이 나란히 있었습니다.

우리는 온천 입구 앞에 있던 의자에서 모이기로 했고, 저는 남자친구에게 먼저 나온 사람은 여기서 기다리자고 한 뒤 온천에 들어갔습니다.


와글와글한 분위기 속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나와 보니 제 남자친구는 이미 의자에 앉아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남자친구를 부르려던 순간, 갑자기 남자친구가 뒤로 쓰러지려고 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서 남자친구의 옷깃을 움켜쥐었습니다.

남자친구도 놀라서 일어섰다가 의자 뒤에 있는 벽을 보고 상황을 이해했습니다.


의자 뒤에 자세히 보니 문이 있었습니다.

벽인 줄 알았으니 문손잡이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둥근 문손잡이가 달린 문이었습니다.


"거기 기대는 바람에 열렸나 보다."


우리는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문이 열렸을 때 문 건너편에 휴대폰을 떨어뜨린 모양이라, 다시 주우러 가야 했습니다.


여관 끝에는 온천이 있었습니다.

즉 복도 끝이 여관의 맨 끝이었습니다.

당연히 막다른 곳이어야 하는데 문을 열자 그 너머로 복도가 쭉 이어져 있었습니다.


불은 켜져 있지 않았습니다.

불은커녕 바로 앞에 보이는 유리창은 깨져 있기까지 해서 상당히 수상한 냄새가 났습니다.


남자친구가 말없이 어둠 속으로 걸어가길래 저도 따라갔습니다만, 어느 정도 걷던 도중…


"큰일 났다…"


남자친구가 제 손을 잡고 왔던 길을 되돌아 달려갔습니다.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을 때는 두 사람 모두 땀에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어두운 복도를 나아가다 보니 부서진 벽, 부서진 화장실, 깨진 유리가 보였습니다.

땡그랑거리며 뭔가 금속이 부딪치는 것 같은 소리도 들렸습니다.

남자친구가 "큰일 났다"며 돌아선 곳에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습니다.


달빛과 휴대폰의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서 보긴 했지만, 분명히 폐허 같은 장소였습니다.

그곳에 있던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하지만 우리가 있던 곳은 1층이었습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라니…?


우리는 아무것도 못 봤고 아무 데도 가지 않은 것처럼, 그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말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내일 여관 직원에게 물어보기로만 하고,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연말 연휴 쪽에 신경 쓰기로 했습니다.


친구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며 밤을 보낸 뒤 다음 날.

남자친구와 저는 여관 사장님에게 어제 이야기를 했습니다.


문이 열린 것, 방 구조까지 전부 말했습니다.


"저 문은 안 열려요. 잠가 놨거든요."


사장님은 웃으면서 저희와 함께 확인하러 가 주셨는데, 정말로 문은 잠겨 있어서 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본 것과 방 구조에 관해 얘기하자, 사장님은 그곳이 폐쇄된 옛 여관 건물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문은 이쪽으로 당겨야 열리는 문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장님이 열쇠를 가져와서 문을 열어 주셨더니 문은 이쪽을 향해 열렸습니다.

어제는 남자친구가 기대는 바람에 문이 열렸습니다.

즉, 반대쪽으로 밀어서 여는 구조였다는 말이죠.

이상하지 않나요?


그리고 계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가 1층이에요! 지하는 확실히 없습니다. 예전에는 이쪽까지가 여관 건물이었으니까 그 당시 구조 정도야 당연히 기억하고 있죠."


사장님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둘 다 계단을 똑똑히 봤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계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더 이상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문은 어떻게 열렸던 걸까요?

확실히 잠겨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계단은 뭐였던 걸까요?


애초에 우리 둘이 갔던 그곳은 대체 뭐였던 걸까요?


지금도 저는 남자친구와 가끔 그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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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