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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불이 소리 없이 켜지고 시뻘것게 한창 달아오를때쯤,
나는 골목길 어귀에서 구두를 질질 끌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한지도 보름이 지났건만,
마라토너가 완주 후, 참아왔던 더운 숨을 몰아 쉬듯이
그해, 초가을 밤은 여름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밉상 김대리의 장기결근 때문에 쉴새 없이 밀려오던 업무 때문인지,
모래에서 물 한방울이라도 건지려는듯 하루종일 쥐어짜내는 부장때문인지,
제 방향 못 잡고 날뛰는 더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찌 됐든
축 쳐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런 날, 평소라면 집 앞 호프집에서 시아시 된 맥주라도 한잔하며 더운 속을 풀고 들어갈텐데.. 하필이면 며칠 전부터 갑작스레 맡게 된
강아지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집으로 향해야하는 발걸음은 진창을 걷듯, 푹푹 꺼지고 있었다.
-삑삑삐삐삑. 철컥
아쉬운대로 편의점에서 산 캔맥주 두어개를 냉동실에 넣어두고
온 몸이 성치 못해 잘 움직이지 못하는 강아지 저녁밥을 간단히 차려주고, 더운 물로 샤워 한 뒤,
더운 기가 채 가시기전에 냉동실에 넣어 둔 시아시 된 캔맥주를
들이 부어 마신 뒤, 허전한 뱃 속을 냉장실에 넣어둔 육회로
채워주니 그나마 이제 조금 살아있는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던 중.
며칠 전, 공수해온 싱싱한 육회거리를 빤히 쳐다보는 강아지 눈 빛이 부담스러워서
슬며시 권해봤지만 으르렁거리며 경계하는 녀석 때문에
살짝 다운된 기분을 위로하며 다시 또 한캔을 땄다.
-딸칵! 벌컥, 벌컥.
갈증에 눈이 떠졌다. 다시 잠에 취해보려 했지만 목 구멍이
달라 붙은 것 같은 매케한 갈증에 잠과 미약한 알콜에 취한
몸을 힘겹게 추스렸다.
거실로 나가 잠도 없는 녀석의 경계하는 눈빛을 마주보며
냉수 한 컵을 들고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은 그 순간.
-쩍...쩍...쩍...쩍...
무슨 소린가 싶어서 방문을 열어보니 녀석은 아까 그자리에 엎드려
나를 멍하니 쳐다볼 뿐, 특이한 점은 없었다.
이상한 기분을 뒤로 하고 다시 문을 닫고 자리에 누우려는 찰나
-쩌억... 쩌억... 쩍...쩍...쩍...
아! 분명히 익숙한듯 낯선 소리가 거실에서 들리고 있었다.
찐득거리면서 일정한 박자를 이루는 소리,
마치 발바닥이 비닐장판에 달라 붙었다가 떨어지는 소리..
그래 그 소리가 맞다. 그런데 분명 이 집에는 나 뿐이고
거실에 있는 녀석은 움직이질 못 하는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불쾌한 소리가 문 너머에서 다시금 들려왔다.
-쩍...쩍 쩌억...쩌억...쩍...
방문을 급히 열어 제꼈지만, 역시나 녀석은 그 자리에 있은 뿐.
이내 이상하리만치 무겁고 소름 끼치는 정적만이 맴돌고 있었다.
다시 방문을 닫기가 꺼림찍하지만 내가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은 나즈막히 들리는 시계 초침에 맞추어
점점 공포로 다가오고 있었기에 문을 잠그고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어 쓰며 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번에는 들리지 않기를..
-쩍...쩍...쩍...
소리로 유추해 보니 발소리는 화장실, 현관문, 주방을 거닐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도 해볼까 했지만 몇 차례 추가로 확인한 결과 아무런 흔적도 없었고 의례 층간소음 일수도 있겠다하는 간절한 위안도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몇 차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몸 속에 스며든
알콜 기운의 잔재 때문인지 슬슬 짜증이 치솟기 시작했다.
"하... 거슬리네"
-쩍...쩍!쩍!쩍!쩍!쩍!쩍!!쩍!!쩍!!!쩍!!!
남아있던 술 기운을 빌려 호기롭게 뱉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실을 맴돌던 발소리는 방문 앞까지 한달음에 달려왔고
등허리에서 부터 올라온 소름이 귀 밑까지 다다르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어?! 어?! 어!!?"
-쾅쾅쾅쾅!!! 콰콰콰쾅!!!!! 쾅쾅쾅!!!!!!
문을 부술듯이 두들기는 소리에 아무 말도 못하고
한참을 벌벌 떨며 제발 모든게 꿈이기를 제발 저 문이 부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때, 그때 였다.
-띵_동!
초인종 소리에 다시금 찾아온 정적에 목을 잔뜩 움츠리며
긴장하고 있기를 수분이 지나 두,세차례 더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을 열어본 그곳엔 앞집 아저씨가 있었다.
한밤중에 무슨 소란이냐며 성내는 앞집 아저씨를 어르고 달랜 뒤,
나는 한순간에 낯설게 변해버린 내 안식처를 뛰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갈수 없었다.
"여보세요? 여보! 혹시 당신 새벽에 앞집 찾아갔을적에 이상한일 없었어요?"
- 어? 앞집? 왜? 시비라도 걸어?
50은 족히 넘어보이는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수화기 저 편에서 희미하게 들리자 중년의 여자는 진저리를 치며 토해내듯 말했다.
"아니 지금 여기 난리야! 난리. 경찰차도 엄청 오고 구급차도 오고..."
- 그게 무슨 말이야 천천히 말해봐.
"아니 글쎄, 앞집 총각네 회사 직원 하나가 며칠 째, 회사에 나오지도
않고 그래서 부장인가 하는 사람이랑 가족들이 실종 신고했는데
그 실종된 사람이 앞집에서 발견 됬다네?"
- 근데 왜 경찰이 와?
"아니 그러니까 실종된 사람이 팔,다리도 잘려서 없고 말도 못하게
뭘 끊고,
온 집이 다 피칠갑이고 아아아 그리고 냉장고에서 팔,다리가
나오긴 했는데 먹은거 같다던..."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 제가 10년전에 겪었던 경험담에 조금 바꾸고 추가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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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당당담선생 |
도대체 무슨 경험을 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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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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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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