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엄창구 이 씹새끼는 그 지랄을 떨어서 일을 이렇게까지 크게 만든거지?
 
이제 다시 생각해보니 화가 났다. 그 자식이 맨처음 '구서' 에서 어길 수 있는 부분만 안어겼다면 괜찮았을텐데.
 
분명 다 풀린 일이였지만 왜일까, 빡침이 한 번 도는 이유는.
 
내가 궁금해야 할 일도 안생기고, 내가 이게 궁금하다고 위험을 무릎쓰고 이러고 있지도 않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새끼는 폐급이 맞다. 여태껏 잘해왔지만 세탁을 잘한거야.
 
나는 그 자리에서 자료를 다 정리해놓고 창구를 찾아갔다.
 
다행히 생활관 안에 있었고, 나는 노크를 한 후 창구한테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충성. 왜 그러십니까?"
 
"아, 됐고 나와봐 빨리."
 
"...?"
 
나는 창구를 데리고 px에서 마실 것 좀 산 뒤 식당으로 갔다.
 
"야, 너 맨처음에 '구서' 왜 어겼냐?"
 
"그 때 실수로 말해가지고 그거 하나로 폐급 취급받으면서 지낸 게 억울해서 그런 거 가짜라고 생각해서 증명한답시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불침번 때 이주하 상병님 잡아서 막 떠벌대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짜가 아니여서... 일이 점점 커지고, 아직도 죄책감에 잠도 잘 안오는 날도 많습니다."
 
뭐 죄책감을 갖고 있어선 다행이지만...
 
"흠..."
 
확실히 창구 말은 틀리지 않고 내가 전부 알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왜 괜히 트집을 잡고 싶지.
 
"너 근데 그럼 맨 처음에 그걸 왜 읽은거야?"
 
"모르겠습니다. 걍 써있는데 읽고 싶어져서 읽었나? 아닌데? 어? 왜 읽었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래되서 기억 안납니다."

창구는 자신이 말하면서 헷갈린다는 듯이 말하였다.

"분명 맨 처음부터는 소리내서 읽지 말라 써있을테고."
 
"맞습니다. 평소에도 애초에 읽으라고 주면 소리내서 누가 읽습니까?"
 
"근데 왜 읽었냐고."
 
"무의식적으로 그랬던 거 같습니다."
 
무의식...
 
"야 뭐 그럼, 여기 오기전에 여기서 뭐 특이하게 뭐 본 건 없었지?"
 
사람이 일반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그런가 싶어 혹시나 싶어, 그 이전 일을 물었다.
 
"예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엥? 언제?"
 
"그 예전에 전투체육할 때 김동기 상병님이랑 무당개구리 보시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어 그랬지... 아! 뱀 봤다고 했구나."
 
"무늬가 진짜 예뻤습니다."
 
창구는 한 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하였다.
 
"?"
 
또 뱀인가.
 
"그 뱀 봤을 때 무슨 생각 안들었어?"
 
"예... 딱히. 그냥 뱀하면 징그러운 건 줄 알았는데, 예쁘게 생겨서 넋놓고 봤습니다."
 
넋 놓고라... 이건 별 상관 없어보이지만, 뱀이 거슬렸기에. 완전 창구 탓은 아니라고 해놓자.
 
"...그래 됐다. 그건 내가 사는 거니까 마시고. 먼저 일어난다."
 
"옙.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쇼. 충성!"
 
뱀한테 홀린건가싶기도 하고. 그냥 정말 우연의 일치일수도 있고. 그런 상황을 의도해서 만들 수 있는 원한이라면 정말 무섭지 않나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이런 거 파헤쳤다고 해코지 당하는 거 아닌지. 뭐 근데 문서로 이루어져있으니 일어날 일은 없을테니.
 
이 정도로 하니 이제 궁금한 건 없어졌다. 마음 속 답답한 호기심도 이젠 느껴지지도 않는다.
 
굳이 더 궁금하다면 이 감정이 뭐였는지일테지만....
 
이 일이 안 일어나게는 못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선 최대한 노력을 해야겠지.
 
그렇게 생각한지 꽤 됐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계절도 바뀌었나.
 
그래도 여태껏 '구서' 관련된 일이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고. 짬 다찬 창구도 열심히 막고 있어줬다.
 
다행히 동기처럼 세면대에서 빨간 물이 나온 사람은 없었나 보다. 그런 일도 없었고.

이 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내가 있을 동안은 최대한 막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도 들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가면 이 일이 또 잊혀지고 그런 위험한 일이 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가면 남이지만.... 괜히 여진이형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나가기 전에 저걸 막기위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불침번이나, 머리가 쉴 일이 생기면 계속 생각하는 문제가 되었다.
 
'뭘 하면...'

잠이 들기전에도 늘 그 생각만 하였다. 하지만 바쁜 나를 하늘은 모르는 건지, 이 행동도 생각할 틈 조차 없어지게 되었다.
 
어느 날이였다. 늘 놀기 바쁜 우리 '대대관리병' 들을 '대대장님' 께서 아침 일과시작 전부터 싹 다 집합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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