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https://plicy.net/GuidebookObject/1528




일하던 회사가 망해서 임시로 동네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공포체험을 했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우리 지역 배경 설명이 좀 필요한데, 부라쿠민 차별이랑 관련된 얘기도 나오니까 거북하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부라쿠민: 부라쿠민（部落民, 부락민） 또는 히사베츠부라쿠민（被差別部落民, 피차별부락민）은 전근대 일본의 신분제에서 최하층에 위치했던 천민을 가리키는 어휘로, 당대 가장 불결하고 금기시되던 곳인 '부라쿠（部落; 부락）'에 거주하였던 집단이다.
현대 일본 사회에서는 그 후손들을 현재진행형으로 차별하고 비하하는 증오발언으로도 쓰인다.
（출처: 나무위키 부라쿠민 항목: https://namu.wiki/w/%EB%B6%80%EB%9D%BC%EC%BF%A0%EB%AF%BC））


이 지역은 에도 시대 신분 제도에서 말하는 ‘사농공상’보다 더 아래 계급인 천민들이 모여 살던 촌락이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니만큼 집은 모두 허름하고 낡아서 볼품없는 거리였습니다.

그러다 쇼와 시대에 들어와서는 그런 지역들이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주택 재건축 권고와 도로 확장 공사 등의 재개발로 대량 퇴거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거리 풍경은 완전히 확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중앙분리선도 없는 좁은 도로뿐이었지만, 지금은 왕복 4차선에 넓은 보도와 자전거 전용 차선（보도랑 자전거 전용 차선 폭만 해도 4m 이상 됩니다）까지 양쪽으로 갖춘 넓은 도로가 많습니다.

물론, 거액의 퇴거 보상금을 지불하고 집을 헐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도로 정비와 관련 없는 곳에서도 정부가 철거비를 지불할 테니 집을 허물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입주민을 받기 위해 시영 단지를 마구마구 지었다고 합니다.

이 부지도 정부가 고액의 퇴거 보상금을 지불하고 매입한 곳입니다.

집을 허물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으니 대부분 사람은 집을 허물고 시영 주택으로 이사해서 또 새로운 집을 지었습니다.

요즘은 도로 정비가 잘 된 넓은 길에 신축 주택이 늘어서 있고, 시영 단지에도 사람이 많이 살고 있어서 24시간 영업하는 슈퍼마켓, 편의점, 생활용품점, 목욕탕이 들어서는 등 아주 편리한 지역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재건축 진행 기간, 대형 가죽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죽은 동물 사체를 다루는 것이 천민의 업이었기 때문에, 지역 산업으로서 가죽 공장이 활성화 되어 있기도 합니다.

가죽 공장은 냄새가 지독하고, 화재로 여러 명이 목숨을 잃어서 결국 정부가 땅을 사들여 가죽 공장을 헐었습니다.

아마도 정부 또한 꺼림칙한 공장 자체가 사라지기를 원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가죽 공장이 헐린 부지에는 큰 시영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10층짜리 건물에 침실 2개, 거실에 주방까지 딸린 데다 엘리베이터도 2대나 있습니다.

심지어 월세가 2,000엔도 안 되는지라 저기 사는 사람은 좋겠다…고 부러워한 적도 있습니다.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제가 공포체험을 한 곳이 바로 그 10층짜리 시영 단지입니다.


예전부터 지역 신문 배달원 모집 공고가 항상 나오고 있어서 신기하다고는 생각했습니다.

저는 실직자가 된 후 이직처를 구하지 못했고, 생활비도 차츰 바닥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임시로라도 신문 배달을 하면서 먹고 살려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모집 공고는 언제나 열려 있어서 일단 채용되는 것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3일 동안 같이 돌아줄 테니까 그동안 배송지 주소를 모두 외워라, 못 외우면 채용할 수 없다, 고 하길래 필사적으로 길을 외워서 겨우 정식 채용되었습니다.


일을 시작해 보니 이 지역 시영 단지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많았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힘들어서 금방 그만두나 보다, 라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건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루하루가 근육통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시영 단지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갈 수 있고, 이런 곳은 복도가 옆으로 긴 형태라서 평탄한 복도를 따라 걸으면 잠시 쉬기에 딱 좋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가죽 공장 부지에 지어진 10층짜리 시영단지만큼은 엘리베이터가 있음에도 계단을 사용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랑 같이 돌아주셨던 선배님이 엄격하게 하신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영 단지에서는 절대 엘리베이터 쓰지 마."


왜요? 라고 선배에게 물어봤지만, 선배는 여러 사정이 있다며 얼버무리고는 어쨌든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말라고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선배 말을 철석같이 지키고 있었지만, 10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는 건 상당히 고역입니다.

결국 저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밤에는 엘리베이터를 정지시켜 놓거나 주민들이 항의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몸이 아주 편하길래 선배 말을 무시하고 매번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다른 신문 배달원과 겹치는 바람에 배달 경로가 바뀌어서 그 10층짜리 시영 단지에 평소보다 늦게 도착했습니다.

시간은 대략 4시가 될 무렵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버튼을 눌렀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윙 소리를 내며 조용히 올라가다가…어찌 된 일인지 9층에서 멈췄습니다.


이 시간에도 엘리베이터 타는 사람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그 층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끔 이런 일이 있곤 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대로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눌렀지만, 여전히 닫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에 맡아본 적 있는 가죽 공장 특유의 악취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선배가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얼른 엘리베이터에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바로 닫혔습니다.

저는 돌아서서 엘리베이터 안을 보았습니다.

…유리 너머로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가죽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죽은 사람인 걸까요.

선배가 절대 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말라고 한 이유를 바로 알았습니다.


저는 그 후로도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은 채 신문 배달을 계속했지만, 역시 기분 나빠서 얼마 안 가 그만뒀습니다.

역시 다들 그런 경험을 하고 그만두는 거겠지, 그래서 다들 오래 못 버티는 거구나…하고 납득했습니다.

저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뒀지만, 이 지역에는 신문 배달 모집 공고가 여전히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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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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