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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에는 상주라는 동네가 있다. 시 라는 명칭을 쓰고는 있지만 인구수는 고작해야 10만 남짓. 마땅히 내놓을 자랑거리라고 해봐야 곶감 정도가 전부인 좋게 말하면 산과 물이 좋은 운치있는 고장이고, 반대로 나쁘게 말하면 정말 말 그대로 별 볼 일 없는 동네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인구가 적고 고령층이 많으니 만큼 강력범죄의 발생건수도 적다. 그만큼 분배된 인력도 적긴 하지만 범죄률이 낮다는 건 이아영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이야기였다. 그녀는 경찰이기 때문에.
그러나 이아영의 평화롭고 순탄한 경찰생활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5월 5일의 일이었다. 경찰서로 걸려온 한통의 민원. 그 민원은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아... 그러니까 부상자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뒤진거 같다니께 그르네~?"
민원의 내용은 간단했다. 제보자인 중년의 여성은 봄을 맞아 나물을 캐러 등산길에 올랐다. 그리고 얼마간 올랐을까,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성과 마주했다. 상당한 양의 피웅덩이에 빠져있는 꼴을 보아 명줄을 다 한 모양인데 무서워서 지나갈수가 없다. 그런데 자신이 캐려는 나물은 이 사내를 지나쳐 가서 한참을 올라가야 캘 수가 있는데 돌아서가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러므로 시신으로 추정되는 사내를 수습해달라는 민원이었다.
장난전화가 아닐까 싶을만큼 여성의 태도는 무성의했다. 아영은 눈으로 전화기를 한번 쳐다본 뒤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장난전화를 휴대전화로 걸 미친 여자는 없다. 있다면 있는대로 문제라 출동해야 하고 어차피 신고가 접수되었으니 출동은 해야 한다. 아영의 눈길이 옆 자리의 남자 형사에게 잠시 향했지만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다.
'...저 놈이 대신 갈 놈이 아니지.'
속으로 남 형사를 욕하며 아영은 준비해야 할 물품을 떠올리고 있었다. 현장 보존을 위한 폴리스 라인, 시체를 가리기 위한 천, 그리고 자신들을 인솔해 줄 정도의 권한이 있는 형사, 그리고 감식반을 요청해야 하고... 아니 감식반은 시신을 확인한 뒤에 부르는 것이 나은가, 다 함께 갔는데 어머나 장난전화였습니다, 같은 전개는 곤란하다.
"그래서 위치가 어떻게 되시는 지 자세히 알려주시겠어요?"
2
"아 그니께 원래 여긴 노상 다니는 길이래두 그러네?"
결과론적으로 사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신고가 접수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일단 신고자가 이야기한 "등산길" 자체가 정식적인 등산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 등산로도 아닌 길로 등산을 했냐는 경찰들의 추궁에 신고자는 "나물따러 노상 오는 길"이라며 뭔가 잘못되었냐는 투로 이야기했다. 혹시나 현장 사진을 찍었을지 모를 그녀의 휴대전화를 검사 하느냐 마느냐로 젊은 순경이 그녀와 옥신각신하고 있는 걸 바라보던 중년의 남성이 아영에게 다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을 건네왔다.
"상주 지리를 아는 놈이겠구만."
그의 말에 아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등산로는 아니었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많은 길이었다. 인근 마을에서 나물 등을 캐러 자주 드나드는 이른 바 현지인들에게는 길이지만 외지인에게는 숲인 형태가 사건의 현장이었다. 사건을 보자마자 아영은 신고자를 용의자 선상에서 배제하기로 마음 먹었다. 형식적인 취조야 하겠지만 피해자의 사체를 보아 그녀가 죽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있는 남성. 쇄골 아랫부분부터 하복부까지 깔끔하게 개복되어 장기들이 훤히 들어나 있었다. 찢어진 셔츠가 흘러내린 상체의 몇군데에서 날붙이로 찌른듯한 몇개의 상흔과 팔에는 베이듯한 자창이 몇개 보였다. 배를 갈랐으니 범행도구는 당연히 날붙이일 것이다. 그리고 팔에 방어흔으로 추정되는 자상이 여럿 보인다는 점으로 보아 몸싸움이 있었을 것이다. 피해자는 얼핏 보기에도 180은 되어 보이는 건장한 남성, 얼굴이 난도질되어 있어 확정할 수는 없지만 단련된 근육들로 보아 20대에서 30대 사이의 남성일 가능성이 컸다. 요 근래에는 중년들도 몸관리를 하니 확정 지을수는 없겠지만.
"범인은 남성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다른 건 둘째치고 배를 갈라놓은 꼬라지를 보면 여성 단독범이라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나."
아영의 눈길이 다시금 피해자를 향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이상하고 모순적인 사건 현장에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다. 배를 개복한 길쭉한 치명상. 개복 시점까지 살아있었다는 전제하에 치명상은 저 개복흔일 것이다. 팔에 난 자상들로 보아 범인과 피해자 사이에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고 상체에 있는 상흔으로 미루어볼 때 물리적인 충돌에서 범인은 이미 피해자에게 어느 정도 유효한 공격을 몇 차례 성립 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얼굴은 신원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마구 난도질되어 있다. 딱히 피해자의 신원을 감출 의도는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의 양 손은 멀쩡히 두 팔에 붙어 있었고 절단을 시도한 흔적조차 없다. 핏물에 젖어 있긴 했지만 지문을 손상시키지도 않았다. 증거를 인멸할 시간이 부족했다, 라고 보기에는 피해자의 상흔들은 그렇지 않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것보다 아영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것은 남성의 시신을 뒤로 비스듬하게 경사진 숲이었다.
몇 개인가 지부러진 나뭇가지, 격하게 흩어져 있는 낙엽, 얼핏 얼핏 보이는 혈흔들이 보였다. 자신이 보고 있는 흔적들이 피해자가 남긴 것이라면, 저 정도의 출혈량이라면 피해자는 부상을 입고 도망쳤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지만 한 지점에서 멈춰 어느 정도 머물렀거나 최소한 숨을 고르는 등의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바닥에 흩뿌려진 혈액의 양이 너무 많았다.
'아니겠지...'
아영은 애써 자신의 생각을 떨쳐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자신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흔적으로 남은 혈액들은 비산흔이 아니었다. 혈액이 흩뿌려지듯 전개되지 않고 한 자리에 둥근 형태로 남았다면 그 것은 피해자가 어떠한 이유에서건 해당 자리에 일정시간 이상을 머물렀을 것이란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쫓기는 몸인 피해자가 장시간 휴식을 취했다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그렇다면 상당한 치명상을 입고 쫓기다 지쳐 잠시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아영이 떠올리고 있늗 범인의 인물상은 크게 두 가지였다.
반드시 피해자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피해자를 뒤쫓은 형태이거나, 이미 치명상을 입은 피해자를 일부러 쫓아와 괴롭히듯 희롱하며 죽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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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몇해전엔 공게에 다른 아이디로 글도 좀 적고 그랬는데 제가 웃대를 잠시 접었었습니다. 그러다 공게에 다시 오게 되었네요. 재미가 있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상주를 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제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이 상주라서 상주로 배경을 잡았어요.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음 네 뭐 부족한 글이지만 틈나는대로 연재를 해볼 생각이에요.
아 근데 제가 쓸 이야기에는 귀신은 안 나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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