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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창구의 말을 듣고 의구심이 생겨 물어보았다.
"확실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걸 다 알고 있다면 그 항목도 해야될텐데 분명히 그 행동을 한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확실하지 않은 이유는?"
두루뭉실한 부분은 잡아둬야 생각했기에 그 부분 부터 물어봤다.
"식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뭐가?"
"야간에만 해당하는..."
"....아!"
창구의 말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 행동은 볼 수 없는 시간대라 안했다고 말한거야?"
"아, 그러니까... 그것도 했다고 쳤을 때 식별되지 않은 행동입니다."
"뭐?"
"야간에만 할 수 있는 행동도 다 했다고 쳤어도, 그걸 어기진 않았습니다."
"확실하지 않다고 한 이유는 야간에만 할 수 있는 행동도 안했다면 네가 식별하지 못한 행동만 유일하게 안 한게 아니게 된다는 거...지?"
내가 말하면서도 무슨 말을 하는 지 몰랐다. 아무튼 안하고 있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단 뜻 아닌가?
"예 그렇습니다."
뭐 창구도 대충 머리 굴려서 생각하는 거 보니 너무 꼬아서 생각한 건가 싶다.
"그렇다면 그 안한 행동이...."
나는 그렇게 말하고 손가락을 펼쳐서 몇번이냐고 물어보았다.
"기억은 잘안나는데 대충 내용은..."
창구는 입모양으로 '우, 임, 언, 아' 라고 하였다.
"뭐야, 그게..."
'우임언아...우임언아...'
속으로 생각하며 그게 뭐를 뜻할까 생각하던 중 발음이 비슷한게 떠올랐다.
'주임원사구나'
깨달음을 얻고 나는 창구한테 궁금한 점을 또 물어보았다.
"근데 어떻게 알았냐?"
"그... 저는 아직도 어느정도 죄책감을 갖고 있습니다."
"..."
그럴만 하다. 창구가 처음부터 그렇게 안했다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을 수 도 있었겠지.
"그래서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시간이 날 때마다 김동기 일병님을 따라다녀봤습니다."
"그리고?"
"그랬더니 정말 보란듯이 구서를 어기고 다녔습니다."
"그건 나도 보긴 했어."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허전하게 안하는 행동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게 그거다?"
"예 그렇습니다."
"일단 확인해봐야겠다. 사실인지."
나는 이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물릴 방법을 찾는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시간이 조금 남는 자율체육시간에 주임원사실 쪽으로 가서 기다려봤다. 정말 안온다면 창구의 말이 맞을테니까.
한시간 남짓인 짧은 시간이지만 그 동안 온다는 보장도 없을테니 난 여러차례를 걸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꽤나 번거로울 거라 생각했지만, 일은 꽤나 쉽게 풀렸다. 아니, 풀린게 아니려나.
"엥?"
30분도 안되서 알아차린거지만... 주임원사실 문 앞에는 사진이 붙어있지 않았다. 상담신청은 언제든 환영하는 문구만 있었다.
나은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는 조금 걸렸던 것 같다. 아직도 안풀린 '구서' 의 항목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더 악화되지 않은 이 상황이라 다행인걸까, 아니면 더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 더 안좋은걸까.
그런 생각을 마구잡이로 하던 중, 끼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으아!"
순간적으로 놀랬고 안에서 나오시던 누군가까지 덩달아 놀란 모양이였다.
"아이! 뭐야!"
큼직한 덩치를 가진...사람? 아니 당연히 주임원사실에서 나왔으니 주임원사였다.
"충성! 죄송합니다."
"어휴, 뭐야.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표정이 잔뜩 찡그려져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생각을 하던 중 문이 열려서..."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뭐 혹시 고민 같은 거 있어?"
주임원사는 나에게 친절하게 물어보았다.
"아닙니다. 그게 아..."
나는 아니라고 말하던 중 생각났다. 혹시 아는 것이 있으시진 않을까?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게 없을까?
"예, 그 부대 관련해서 궁금한게 많아서 그런데 질문할 만한 곳이 마땅히 없어서... 주임원사님한테 여쭤보려다 바쁘신 시간 뺏는게 아닐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에이, 뭘 그렇게 고민해, 여기 써있잖아. 상담은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주임원사는 웃으시며 손사래를 치셨다.
"들어와 들어와."
그리고는 주임원사실 안으로 들여보내주셨다. 주임원사님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있는 소파 두 개중 한 쪽으로 앉으시며 반대쪽에 손으로 가르키며 앉으라 하셨다.
"부대 바뀌고 나서 처음오는 용사 손님이야."
주임원사는 반갑다는 듯 말씀하셨다.
아마도 굳이 높은 분 한테 찾아올 사람이 없었을거다. 이런 부대면 딱히 걱정거리라고 할 만한 것은 지금 진행중인 '구서' 정도니까.
"그만큼 여기가 생활하기 좋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겠네."
주임원사는 맘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그래,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상담까지 고민한거야?"
"아, 그게..."
나는 머릿속을 굴리며 물어볼 것을 생각했다. 급작스럽게 질문을 하게 되어서 딱히 생각한 건 없지만...
띵하고 생각난 질문을 바로 하기 시작했다.
"우리 부대가 왜 하필 용탄에 지었는지 아십니까?"
조사할 필요가 있던 부분이였다. 나는 바로 주임원사에게 물어보았다.
"...."
설마 모르는 건가 싶을 정도로 긴 정적이였다. 나는 주임원사의 눈치를 보며 가만히 있었다.
"그걸 설명하려면... 뒤에 있는 이야기까지 설명해야되는데..."
대충 이야기가 길 수 도 있다는 뉘앙스였다.
"아 전 더 좋습니다."
"전 주임원사가 인수인계 해주고 간 이야긴데, 이 부대는 지어진 지 얼마 안됐어. 건물이 꽤 신형이지?"
"예 맞습니다."
"5년도 안됐을거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최근에 지어진 듯 했다.
"왜 지었는지 부터를 설명해야 돼."
"예"
"군 관련 시설에선 숫자 4를 기피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대는 44부대야."
"예 그렇습니다."
"소속도 4사단 44연대고."
주임원사는 그렇게 계속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4라는 숫자는 굉장히 좋은 숫자야, 사방신도 그렇고 맞지?"
"예 그렇습니다."
"근데 숫자 4가 한자 '죽을 사（死）' 자 랑 발음이 같다고 불길하게 여겨서 잘 안써, 병원도 비슷하잖아."
"아아..."
나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의 소리를 내었다.
"군사시설도 죽음과 직관되는 일이기 때문에 4를 기피할 수 있고 불길하다고 안 쓰는거야."
"아 그렇습니까? 그럼 왜, 우리부대는 쓰는 겁니까?"
"그 숫자를 영구제명한다고 해도, 기운은 남는다는 거지. 이름이 없다고 그것의 존재가 부정이 되냐, 이 말인거야."
"그래서 기운을 갖고 있되 최대한 억누르기 위해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용탄에 4가 들어가는 사단, 연대, 대대를 지은거야."
"그래야 그나마 나쁜 기운은 이쪽으로 빠지게 되지만 용탄은 워낙 아름답다보니, 그래도 피해가 덜 할거다. 라는 거지."
결국은 미신인건가. 예전에 들었던 4중대 4소대씩은 그저 이런 이야기를 피하기 위해 만든 이야기였던 것 같다.
"옛날에 태풍 이름을 여자이름으로 지으면 약하게 온다고 생각해 피해가 적을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지."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습니다."
"1,2,3,5,6 이렇게 숫자를 세어도, 결국 4번째 오는 숫자는 생긴다는 거지."
주임원사는 잠깐 생각하는 듯 했다.
"5랑 관련된 부대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딱히 그랬던 거 같지도 않아."
그럼 왜?
"아무튼 죽는 기운은 우리부대가 다 받아낸다는 거지. 그래서 일과도 대부분 대대가 더럽혀지는 걸 막는거고. 그 기운을 가지면서 퍼지진 않고 안전하게."
"아, 그렇습니까?"
대대관리병에 관한 호기심은 풀렸다.
"그럼 저희는 안전하지 못한 거 아닙니까?"
"그냥 미신일 뿐이라고 생각되는데. 너희도 솔직히 여기서 마음 편하게 지내지 않았어? 별 일도 없는 걸로 알고 있고"
"그렇습니까?"
융통성없다 생각을 한 건 주임원사도 생각했나보다.
"아, 그러고 보니 딱히 별일은 아니였다만 여기 건물 지을 때 작은 뱀도 아니고 큰 뱀들이 너무 많았다고 하던데, 그래서 치우느라 애 좀 먹었다고 하더라."
"뱀 말씀입니까?"
"큰 뱀."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용탄에서 내려오는 이야기에선 뱀이나 잉어들이 용이 되기 위해 여기서 도를 닦는다고 했는데...
아마도 어느정도는 관련이 있을 이야기려나....
"그래 궁금한거 이게 끝?"
"아..."
얻어낸게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 부족하다.
"주임원사님은 문 앞에 사진 안붙이십니까? 전 주임원사님은 붙여놓던데?"
"아, 일부러 안붙였지."
"왜 그러십니까?"
"그..."
주임원사는 갑자기 일어나서 자기 책상 밑 서랍에서 무언갈 꺼내오셨다.
"이거 때문에."
주임원사의 손에 들린건 분명 '구서' 였다.
"그걸 어디서 나셨습니까?"
"인수인계 받았지."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아니였다. 차여진 상병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간부들이 징계까지 줄 정도였다니까.
하지만 그에 비해 딱히 심각성은 인수인계 안해주고 가서 문제가 생기고 있지만.
그렇게 혼자 생각하던 중 주임원사는 조용히 핸드폰에 타자를 쳐서 나에게 보였다.
'봐서 문제가 될 바엔 볼 걸 없애면 문제가 생길 일이 없지 않나?'
나는 그 문구를 보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항목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인가? 걱정을 안해도 되는 걸까?
어째선지 주임원사의 사진을 달아놓아야만 될 것 같았다. 구서를 어길 일을 왜 만들고 싶은거지?
확인만 하는거다. 확인만. 사진을 달았을 때 동기가 이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면 그 때 말려도 늦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주임원사를 꼬드겨보기 시작했다. 일단 한 번 사진을 붙여보고 싶었다. 왜 확인을 해보고 싶은건지, 자꾸 솟는 이 감정은 모르겠지만...호기심?
"아쉽습니다. 이런 미신 때문에 잘생긴 주임원사님 얼굴을 붙일 수 없다는게."
"...?"
주임원사는 애써 묵묵히 있었지만 표정은 거짓말을 못한다. 평소엔 들을만한 이야기가 아닌 낮가지러운 이야기일테니.
주임원사는 외모적으론 잘생겼다라고 한다면 그 말을 한 사람이 미안해질 정도의 사나운 얼굴을 갖고 있었다.
동물로 치면... 멧돼지 정도려나.
"일단 한 번 붙여보시고 별 일 없으면 계속 붙여보는 건 어떠십니까?"
"에이 그래도..."
"애초에 다른 용사들도 그런 항목이 있는 걸 아는데 빤히 보겠습니까? 제가 8초 이상 보지 말라는 문구까지 써드리겠습니다."
"..."
정말 이걸로 넘어온다면 다행이겠다만...그렇게 일이 쉽게 풀릴 리가...
"그래 그럼... 일주일 정도면 괜찮겠지?"
"맞습니다."
주임원사는 싱글벙글 웃으며 언제 준비했던 건지 적당한 사진을 갖고와 바로 붙이기 시작했다.
"어떤 것 같나?"
"와~! 사진도 잘생기셨습니다."
최대한 영혼을 담아서 말했다. 아마도.... 다행히 주임원사도 어떻게 설득은 한 것 같고...
역시 주임원사도 새로온 간부라 그런가 그런 괴이한 현상을 어느 정도는 안 믿는 편이였나보다.
성공이다. 일이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제 할 건 동기가 듣도록 이 사실을 알리는 거다. 아마도 보러오겠지.
나는 그렇게 사진까지 붙이고 주임원사한테 경례를 하고 상담을 해준 것을 감사하다 말하고 자리를 떴다.
이제 창구한테 소문을 흘려 동기가 사진이 붙어있다는 걸 알게하게 하면....
그리고 동기의 행동을 보고 어느정도 판단을 세우기로 했다.
창구한테 관련된 사실을 말하자 창구는 동기를 찾은 후 직접 말을 하였다.
"김동기 일병님 그거 아십니까?"
"...?"
"'구서' 가 하도 어겨져서 그런지.... 주임원사실 앞에 사진까지 생겼답니다."
새끼 노빠꾸네.
라고 생각하던 차였다. 나는 순간 멍을 때리며 동기를 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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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옆위아래구르기 |
아 전군단위의 액땜용 부대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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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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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까마귀 |
옙 맞아용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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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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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용코카콜라 |
와 너무재밌는데 하루에 3개씩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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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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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까마귀 |
헉...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흥미 유지를 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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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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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용코카콜라 |
현기증납니다 빨리 오늘자 글 올려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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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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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까마귀 |
히힣 천천히 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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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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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누구고난어디 |
진짜 흥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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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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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까마귀 |
감사합니다. 남은 편들도 재밌게 읽어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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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3 |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네티켓의 기본입니다.게시물에 상관없는 답글이나 추천유도성 답글을 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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