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길진 않은 긴 밤이 흐르고 흘러갔다.
 
아침점호는 비가왔기 때문에 연변장이 아닌 다목적실에서 진행되었다. 크게 별이야기는 아니였다.
 
계속 비가 오고 있기 때문에 실외 작업은 지양하라는 내용의 전달사항만 말씀하시고 점호는 끝났다.
 
아직까진 평소와 똑같지만 생각때문에 그런건지...괜히 어제 들은 것이 의식되었다.
 
동기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지만 괜히 겁난 것도 있었다. 엮여봤자... 좋을 거 없다고 느끼니까.
 
확인하기 무서웠다.
 
그렇기에... 그 들은 것을 토대로...나는 물어보기 위해 차여진 상병을 찾아갔다.
일과가 끝나고 가야했기에 당장은 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였던건 일과 자체는 동기랑 하지 않았다는 것이였다.
 
"오늘 일과는 대대 안을 청소하면 된다. 거미줄이나 먼지가 쌓인 곳은 바로바로 없애고."
 
아까 일과집합 때 들은 오늘의 일과였다.
 
평소보다 훨씬 나았다. 비가 왔으면 풀이나 뽑고 연병장의 자갈돌이나 치웠겠지.
 
"이렇게 시켜놓고 또 저녁 때 청소 또 시킬 거 아니냐?"
 
"맞지."
 
확실히 이게 일과 때 해야할 일인가 싶기도 했다. 분명 사회에 있을 때 들은 군대와는 전혀 다른 일과였으며, 먼저 군대를 간 친구나 비슷한 시기에 군대를 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주특기에 맞는 일과를 하는게 대부분이다. 의무병이면 약을 주고, 취사병이면 밥을 하고, 경계병이면 경계근무를 서고, 운전병이면 운전을 한다. 물론 나도 주특기에 맞는 일과중이긴 하다.
 
나는 '대대관리병' 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 있는 대부분의 용사들의 직책은, '대대관리병' 이였다. 다른 곳에도 이런 보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일은 간단했다.
 
'대대가 어지럽지 않게 깨끗이 청소하며 관리하는 병사' 였으니까.
 
다른 곳에서 복무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보직은 없다고 했다. 시설관리병이면 모를까, 그래서 하는 일도 설명해주니 '개꿀아니냐?' 라는 말만 들었다.
 
아무튼 대부분의 일과는 아까 설명한 것처럼 대대를 정리하는 일이였다. 그렇기에 늘 더러워진 부분이나 어지럽혀진 곳을 청소하는게 대부분이였다.
 
게다가 사람도 많았기에 나머지 일과시간은 놀기 일 수 였다.
 
물론 내 입장에서도 아주 좋았다. 괜히 빡세게 구르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나을테니까.
 
아무튼 오늘도 일과는 이걸로 녹았다.
 
그렇게 점심시간, 오후일과, 전투체육...그리고 개인정비시간이 슬슬 다가왔다. 혹시 모르니 미리 가서 일단 여쭤보기로 했다.
 
나는 여유가 되는 전투체육 쯤에 차여진 상병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새 찾을 수 있었다.
 
"충성. 차여진 상병님?"
 
"어? 왜?"
 
"그 조금 있다가 찾아가봐도 되겠습니까?"
 
"? 데이트는 좀..."
 
"여쭤볼게 있어서..."
 
"뭔데?"
 
"그...."
 
솔직히 입이 안떨어졌다. 이 사람이 충분히 무서워하는 걸 옆에서도 정말 많이 봤기 때문에, 동기들끼리도 꺼려하는 그 내용을 후임인 내가 말하면....상상도 하기 싫었지만, 별 수 없었다.
 
"?"
 
"'구서' 말입니다.... 관련된건데 괜찮겠습니까?"
 
"...."
 
놀랍지도 않다. 확실히 듣자마자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예상한 거랑은 조금 다른 대답을 주었다.
 
"19시쯤 2생으로 와라."
 
그렇게 말하고 내 어깨를 톡톡 쳐주곤 그도 갈 길을 갔다.
 
대답해주려고 그런건지 아니면...뭐 요즘 선진병영이니 마음의 편지니....하니까 아마도 때리진 않겠지싶다.
 
그렇게 18시 55분 쯤, 나는 조용히 2생으로 향하였다.
 
"똑똑"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일병 이주하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나가자."
 
차여진 상병은 바로 나를 데리고 px를 데려갔다.
 
"마실 거 하나 골라, 저번에 사준다해놓고 안사줬네."
 
"아, 괜찮습니다."
 
"이럴 땐 걍 먹는거라고 내 윗윗 선임들도 그러더라, 빨리 골라."
 
"...예."
 
나는 그나마 싼 이온음료 캔을 하나 골랐다. 차여진 상병은 마음에 안들었던건지 빵 두개와 아이스크림 하나를 더 얹어주었다.
 
그리고 그 후엔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차여진 상병은 자리를 하나 잡더니 자신이 고른 커피에 빨대를 꽂더니 핸드폰을 꺼냈다.
 
나도 맞은 편에 조용히 앉은 후 입을 열려고 했다. 그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냈을 땐 차여진 상병이 나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마주 앉아서 꼴사납지만 '구서' 는 구두로 말하면 정말 안좋다고 생각하거든'
 
메세지의 내용이였다.
 
'말로 하는 건 분명 걸리지만, '구서' 자체도 글로 이루어져있어서 이렇게는 괜찮을거야.'
 
나는 이 메세지에 빠르게 답장하였다.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어렴풋이 확신을 하긴 했지만 혹시 몰라서 물어봤다. 위험했다면 분명 그도 이렇게 하지 않았겠지.
 
'ㅇ'
 
단답이였다.
 
'그래서 물어볼게 뭔데?'
 
그는 메세지 하나를 보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김동기 아시지 않습니까?'
 
'ㅇㅇ?'
 
'그 친구가 '구서' 내용을 어기고 난 직후에 뭔가...'
 
잠깐 설명하기 힘들어서 나눠 보냈다.
 
'평소랑 다르다고 해야되나? 아무튼 좀 이상합니다'
 
그리고 또 바로 이어서 보냈다.
 
'분명 여태껏 '구서'를 다들 어겼었고 그에 대한 대가? 라 해야할 만한 것들은 하나도 없었는데...이제 일어난겁니까?'
 
'...'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차여진 상병님이 '구서' 관련된 일만 언급되면 꺼려하시고 그런 모습을 몇번이나 봤고, 다른 선임들도...비슷한 반응이셔서 혹시나 알지 않을까 하고...여쭤봤습니다'
 
차여진 상병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자판을 치기 시작했다.
 
'너네 맞선임들까지도 잘 모르는 이야긴데...'
 
차여진 상병은 자판을 빠르게 치기 시작했다.
 
'내가 막 전입왔을 때였어. 나도 개짬찌였고, '구서' 를 받았지. 처음엔 장난인가 싶었지.'
 
'근데 분위기라 해야되나... 아무튼 눈치것 선임들의 행동을 보니까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지.'
 
'그리고 지금이랑은 확실히 다른 건, 너네는 거기에 써있는 항목중에 애초에 이뤄질 수 없던 일들이 슬슬 일어났잖아?'
 
혼자 계속 타자를 치다 묻는 듯한 메세지에 나는 답장을 쳤다.
 
'예 맞슴다.
 
'내가 전입왔을 때는 이미 모든게 일어나고 있었어. 화장실 문이 잠겼다 풀렸다는 기본이고, 자다가 깨는 건 일도 아니였지.'
 
조금은 충격적이였다. 전에도 있던 일이라고?
 
'그래서 우리라인들은 이번에 잠금이 풀린 거에 대해서 동요를 거의 안했던거고, 애초에 이렇게 핸드폰으로 이야기 했어. 엮이고 싶지 않았거든'
 
차여진 상병은 그렇게 계속 메세지를 보냈다.
 
'아무튼 나도 뭐 개짬찐데 하지 말란 건 안하는 게 맞았고, 애초에 그걸 어기면 그 때는 간부님들이 노발대발하며 바로 징계위원회 열었거든.'
 
'그 정도 였습니까?'
 
'근데, 이번에 간부님들이 싹 바뀌면서 모르는 간부님이 대다수에 아시는 간부님들도 싹 나가셔서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아.'
 
'...'
 
'아무튼 그건 그렇고 다들 잘 지키는 추세였는데. 말년병장중에 진짜 개미친놈이 하나 있었거든?'
 
'예'
 
'지금보다 부조리도 심해서 후임들도 ㅈㄴ 괴롭히고 일과도 별거 없는데 도망가기 일수였고 아무튼'
 
'그래도 재미는 있었고 괴롭힌 후임들한테 반드시 먹을 것도 많이사줘서 은근히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단 말이야'
 
'근데 이새끼가 사고를 쳤어'
 
'뭡니까?'
 
'말차 직전이라고, 어긴거야. '구서' 를'
 
'...예'
 
'그 때 어겼던게 아마 10번 항목? 이였을거야 화장실 물 빨게진거'
 
동기가 어긴 것과 같았다.
 
'...동기도 어겼던 게 그거였습니다.'
 
'...그러냐...'
 
차여진 상병은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다시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어겨보냐며 자기 아니면 누가 어겨보냐며 그딴 식으로 말하며 했어. 지금은 애들이 뭔지 몰라서 걍 어기고도 나몰라라지만.'
 
'징계도 없으니 더욱이 모르지. 아무튼 솔직히 다들 무슨 일이 생긴다는 것보다 징계를 걱정했는데 그거보다 더 안좋은 일인지...'
 
차여진 상병은 잠깐 눈을 감았다 뜨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혹시 지금 동기처럼...?'
 
질문의 메세지를 보냈다.
 
'맞아, 그렇게 미친놈마냥 날아다니던 양반이 어째서 많이 조용해져있더라고.'
 
'그냥 처음엔 다들 컨셉바꿨네, 사회 돌아간다고 바뀌었네 이런 이야기였는데, 더 큰 문제는 다음이였어.'
'처음엔 크게 별 일은 안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전이랑 비슷한 느낌이지만 뭔가 조금 다른? 아무튼 평소랑은 똑같은데도 뭔가가 어색한?'
 
애매한 표현이였다.
 
'아무튼 사람이 바뀌었나 싶었는데 며칠 안지나서 그대로더라고, 뭐 말차도 얼마 안남았으니까 몸이 심심하긴 했겠지'
 
'근데 이제 주로 하는 일이 후임들 괴롭히고 도망가고 그런게 아니더라고'
 
'그럼 어떤걸 했습니까?'
 
'다른 애들도 꼬드겨서 '구서' 를 어기게 만들더라고'
 
나는 순간적으로 그 메세지를 보고 멍을 때렸다.
 
'그래도 그렇게 꼬드긴다고 한답니까?'
 
그렇기에 질문을 했고
 
'하더라고.'
 
당연하지 않은 대답을 받았다.
 
'아마 주 타겟은 자기처럼 말년휴가 얼마 안남은 애들이나 바로 밑에 애들'
 
'가기전에는 해봐야하지 않겠냐, 쫄보네, 이거 안하면 불명예전역이다 등등 부추기고 심기를 건들여서라도 어떻게든 더 많은 사람들을 하게 만들더라고.'
 
'...'
 
'바로 밑에 후임들도 뭐 얼마 안남았으니 몰래 하면 안걸리겠지 싶어서 한 애들도 많았고 나가서 볼 사이가 생각하니 괜한 트집잡혀서 나빠질 필요도 없고, 같이 놀던 말년병장들도 쓸대없이 그런 곳에서 자존심을 걸더라고'
 
'이해가 안갑니다.'
 
'원래 인간이란 생물들은 뭉치면 뭉칠수록 현명한 생각도 늘지만 멍청한 생각도 늘어난다고 여기서 깨달았어'
 
차여진 상병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메세지를 보냈다.
 
'그나마 다행이였던건 그 '구서' 를 어기는 행동에도 부조리를 입혔단거지'
 
'병장들 이외엔 하면 인정받기는 커녕 그냥 폐급새끼로 몰아가고 욕을 했어'
 
'애초에 어길 생각도 없는 용사들도 많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어차피 갈 사람들인데 굳이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구서' 를 어긴게 멍청한 짓이였지'
 
'애초에 폐급아니면 어기지도 않지'
 
차여진 상병은 그렇게 타자를 치고 잠깐 기지개를 폈다. 아마도 타자를 많이 친지라 손이 조금 뻐근했나보다.
 
'그렇게 말년병장 중 장난 좀 친다는 사람들은 이미 '구서' 를 다 어긴 상태였고 병장들은 대게 다 어겼어'
 
'진짜 일은 여기서 터진거야, 맨 처음 '구서' 를 어긴 그 미친놈이 이상해졌다고 해야되나?'
 
'예를 들면 어떤 거 말입니까?'
 
'보통 사람이라면 안할 만한 행동들을 한단거지'
 
'가끔 멍을 정말 길게 때린다던가, 눈도 자주 안깜빡이고'
 
'그냥 그럴수도 있는 행동일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 뭐 이건 그냥 가끔 볼 수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는데'
 
'피가 나도록 자기 팔과 다리를 긁는다던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다거나, 뜬금없이 울면서 자기를 도와달라고 하다가 뚝 멈추는 행동'
 
'이제 이상하지 않아?'
 
'많이 이상합니다'
 
소름이 끼쳤다. 동기가 그랬다면 하는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좋지 않은 상상이였다.
 
'이 행동들이 맨 처음 했던 그 미친놈한테서 나왔으니 다른 애들 반응이 어떻겠어?'
 
'난리가 났을 거 같습니다'
 
'아니, 그럴 틈도 없이 다 금새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더라고'
 
'...'
 
'그러고 다시 며칠 안지나서 다 잠잠해지고 마치 맨처음의 미친놈의 모습처럼 다들 조용해졌어'
 
'그리고 별 일 없었습니까?'
 
'그 후엔 이제 떼로 몰려다니면서 '구서' 를 어기고 다니더라고 보란듯이'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는 모르겠는데 마치 어린아이처럼 웃으면서'
 
'그리고 어쩌다가 본 광경이였는데 누구랑 그렇게 재밌게 이야기하는지 지나가는데 막 시끄럽게 떠들더라고'
 
'개짬찌 시절이라 병장들이랑은 눈도 겨우 마주치던 시절인데 너무 궁금해서 흘깃 봤는데'
 
'이야기하지 말라는 허수한, 김재봄과 떠들고 있더라고 애초에 엄청 친했던것처럼'
 
'그래서 도망쳤지, 병장들이 '구서' 를 다 어기고 다들 약간 맛이 갔을 때 모두 알 수 있던 건 ' '구서' 는 절대로 어기면 안된다. ' 였으니까'
 
'그런 광경만 봐도 무서워서 다들 도망가고 절대적으로 지키던 때였으니까'
 
'그리고 사람이 해도 될만한 행동인가 싶은 목겸담도 들려왔어'
 
'건강하던 짬타이거들이 상처가 엄청 많은 상태로 죽어있다던가, 작은 동물들이 사람이 뜯어먹은 거 마냥 잘려있는 시체라던가. 아무튼 괴상한 일들이 한 두개씩 있었어'
 
"윽"
 
상상만 해도 역겨운 일이라 육성으로 꺼림칙함을 뱉었다.
 
물론 그러자마자 차여진 상병의 눈치를 잠깐 봤지만 크게 신경 안쓰는 듯 했다.
 
'그러다가 일이 슬슬 잠잠해진건 병장들이 한 둘 전역하기 시작해면서였어'
 
'인정받고 싶은 폐급빼고는 이제 다 집을 간거지'
 
'그 폐급은 어떻게 됐습니까?'
 
'선임 동기 후임 할 거 없이 싹다 마편으로 걔가 '구서' 를 어겼다고 찔러서 징계를 받게 했고 다른 곳으로 보냈지 뭐'
 
'다른 곳이라하면 대대이동 말씀이십니까?'
 
'맞아, 여기 있으면 우리한테 좋을 거 없을테니까'
 
차여진 상병은 그렇게 메세지를 보내고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리고 나서는 완전 뭔가 없었다는 듯이 아예 현상들도 일어나지 않았어'
 
'2층 화장실 맨끝 칸의 잠김이 풀리는 일이라던가, 생활관에서 뭔가 발견된다던가 마치 '구서' 를 어길 일이 거의없는 상황'
 
'거의 최근처럼 말이야'
 
그 메세지는 무언가 많이 담긴 느낌이였다. 묵직했다.
 
'그 이후로는 대게 다 알았기에 정말 아무도 어기지 않았어, 꾸준히 후임들한테도 '구서' 를 넘겼고 그럴 일 없게 만든거지 최대한'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래 그래서 문제야, 그래서 지금 여기선 뭐가 더 일어나도 막을만한 방법이 없어'
 
'마편을 찔러도 지금 간부님들은 뭐가 문제인지 대게 모를 뿐더러 대책도 없고, 어긴 게 곧 갈 사람들이 아닌 너네들 라인이란거지'
 
'우리가 어겼다면 곧 가서 대대자체엔 문제가 잠깐일테지만 너네 후임아니면 동기들이 어겼어'
 
'그렇다면 꽤나 오랜기간동안 예전같은 일이 많이 날 수 있고 우리 때보다 훨씬 어긴 사람의 숫자도 많아서 대대자체의 분위기가 이상해질거야'
 
'예전보다 심할거라고 생각해, 섭섭하게 생각될 만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뭐 몇 달 바짝하면 곧 집가니까 조금만 버티면 되는 상황이고 휴가도 적지않아'
 
'그런데 너희는? 1년 이상은 여기있을텐데 흉흉한 곳에서 정신 멀쩡하게 버틸 수 있을까?'
 
남의 이야기인듯  냉정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이 낮설지는 않았다. 이해가 안가지 않았으니.
 
나도 그런 그가 무엇에 겁먹은지 대충 이해갔다. 예전의 그 상황자체도 평범하진 않지만 이대로 가면 상황은...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였다. 그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아 그리고 내가 겁먹은 건 그 행동들이 아니야, 어겨서 나온 문제였고 나는 어기지 않았으니까'
 
마치 방금 내 생각을 읽은 듯 했다.
 
'바뀐 사람들이 생긴 곳은 뭔가 소름끼치는 한기가 느껴지고 우중충해, 그리고 예전에 알던 사람들의 눈빛이 아니야'
 
'그럼 뭐 때문에 그렇게 무서워 하신 겁니까?'
 
'사람한테 그런 느낌을 느낀 건 처음이였어, 분명 그 때 도망치면서 시선이 느껴지는데 나를 보는 사람은 여럿인데 다 같은 마음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
 
'좋은 마음도 아니고 죽일듯이 쳐다본다는 게 뭔지 알겠더라고 아직도 소름끼쳐'
 
'그 부분은 조금 이해가 안갑니다'
 
'죽은 동물들의 모습이 나랑 오버랩되는 그런 느낌이야,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잠깐의 정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어도 마치 나에겐 정보가 없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였으니까.
 
모태솔로한테 연애할 때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느낌이려나.
 
'겪어봐야 알거야,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충분히 1년 안에 느낀다고 장담한다'
 
신경써주는 듯 안쓴다. 책임감이 있으면서도 없다.
 
'그럼 동기는...'
 
'맞아 아마도 그렇게 변할거야'
 
단호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 무서웠다.
 
'네 얘기 들어봤을 땐 네가 할 선택지는 몇 개 없는 거 같다'
 
'어떤 겁니까?'
 
'진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이 사태를 막는다던가, 다른 폐급짓을 먼저해서 이 대대를 먼저 떠난다던가, 자살이 빠르다던가'
 
'그래도 사람인데 후임한테라도 자살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때는 조금 정색했다.
 
'타살보단 나을걸'
 
왜일까, 그의 말 하나하나가 장난기가 절대 없는 것 같은건.
 
'궁금한건 끝?'
 
'예'
 
'듣느라 수고했다'
 
'얘기해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대화내용 다 삭제해라, 괜히 부정탈 수도 있으니까'
 
'예'
 
차여진 상병이 방을 나갔다는 메세지만 뜨고나서 나도 나갔다.
 
"이제 나가자."

그는 커피를 다 마신 듯 했다. 생각해보니 난 그가 사준 걸 먹지도 못했다. 아이스크림은 이미 망한 듯 했지만, 다른 건 냉장고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옙"
 
나도 조용히 차여진 상병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면서 골똘히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될까.
 
진짜 여기서 어떻게든 떠야되는걸까? 내가 이걸 막을 수 있을까?
 
방법은 떠올리지 않았지만 그 다음으로 난 생각은 그거였다.
 
'최대한 '구서' 를 어기는 사람을 만들지 않기.
 
그럼 피해범위라도 더 줄일거고. 상황을 더디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일은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차여진 상병과 이야기를 마친 후, 개인정비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었다.
 
그런 시간이라 생각할 틈이라곤 남은 시간과 자기 직전에 시간들 뿐인데.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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