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완전 터진 것은 아니였다. 내가 휴가를 간 사이 신병이 4명 정도 와있었는데.

그 중 3명은 선임만 보면 바짝 쫄지만 일은 잘하는 친구 한 명, 어리바리하고 답답하지만 엄청 착하며 노력할 줄 아는 친구 한 명, 건들거리며 걸어서 양아치인줄 알고 거슬렸지만 선임한테 깎듯한 한 명.

이렇듯 첫인상은 나쁜 편이였지만 대게 결국 착한 애더라 라는 느낌이였지만, 문제는 그 마지막 한 명이였다.

'엄창구'

동기 말에 의하면 눈치가 없는 건 기본이였고, 선임이 모르는 걸 물어보면 이상한 표정으로 모른단걸 보여줬고, 작업하다가 힘든걸 티내기 일수였다.

한 마디로 폐급 새끼였다.

불행 중 다행으론 내가 얘랑 동기가 아니라 선임이였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 친구들도 행동강령을 받았는데, 동기말로는 엄창구 이놈이 글쎄 대놓고 첫소절부터 소리 내서 읽고는...

"이게 뭔 지 물어봐도 됩니까?"

"이 미친새끼가!"

그 두 마디로 이미 중대 내에 있는 용사들은 알게 되었고, 창구는 오자마자 가장 임팩트를 크게 터트린 신병이 되었다.

다들 창구가 걸어가면 수근대기 마련이고 창구의 동기들 사이에서도 벌써 기피대상이 된 듯 하였다.

아마 선임들이 싫어하니 자신들도 살아남기 위해 애써 모른 척 하는것도 있지만, 늘 느끼지만 군대는 평소 행실이 중요하다. 이전에도 동기들이랑도 마찰이 있는 듯 하였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창구놈이 한 행동들은 고립되고 도태되기 마련이였다. 게다가 아무리 막나가는 선임들도 어기지 않는 행동강령을 어겼으니...

물론 읽어다고 딱히 별 일이 난 것은 아니였다. 그 행동강령을 했다고 큰 일이 난 것은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그 행동이 사람들을 식겁하게 한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나도 묻어가는 쪽이였다. 물론 나도 행동강령은 처음부터 이상하니까 물어볼수도 있다고 생각도 했었지만, 내 군생활을 그 친구한테 할애할 여유도 이유도 없었고, 나부터 살기 바쁘단 생각이 먼저였다. 그냥 남들처럼 흘러갔다. 그 편이 편하니까. 그리고 '그래야되니까.'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창구의 행실은 날이가면 갈수록 나쁘면 나빴지 좋아지진 않았으며, 남들은 폐급짓으로 한 두 번 정도의 전설을 쓸 때, 혼자 장편신화를 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창구와 같이 불침번근무를 서게 되는 날이 생겼다. 근무표를 본 나는 마음 속으로 욕하고는 뭐로 시간 떼울지를 생각하였다.

그랬는데... 결국 아무것도 할 것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떡하니 서있게 되었다. 불침번 시간은 아직 40분은 넘게 남았고... 창구도 그냥 서있었다.

어색한 공기만 계속 들이며 어두운 공간에서 두 사람은 서있기만 했다. 그러다 그 정적을 깬 것은...

창구였다.

"이주하 일병님?"

나는 처음에 잘못들었나 싶었다. 얘가 날 부를 이유가 없는데?

"?"

나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돌려 창구쪽을 바라보니 창구는 확실히 말했던건지 내 쪽을 보고 있었다.

"그 혹시...행동강령 말입니다."

상상을 뛰어넘었다. 하지말라는 짓을 대놓고 선임 앞에서!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거세게 돌려댔다. 하지말란 의미로 입술에 조용히 하란 제스쳐의 검지도 보이며.

"거짓 문서 아닙니까?"

그 한 마디는 나를 멈추게 하였고, 아니 누구라도 멈췄을거다. 아무튼 그 한 마디를 듣자 나는 잠깐 경청하게 되었다. 물론 언급은 하지 않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다들 뭐 때문에 그렇게 식겁해하고, 그거 한 번 때문에 저는 낙인찍혀서... 솔직히 억울합니다."

무슨 말을 하는건지 싶었지만. 울분이였나보다.

"무슨 일이 난 적 없지 않습니까? 제가 그걸 언급하고, 방금도... 물론 놀라셨을테니 죄송합니다."

싸가지는 있었다. 일단은.

창구는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의도해서 폐급짓을 한 게 아닌데 처음 그 사건 이후로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던 폐급 취급을 한다...그런 식의 자기변호를 하였다.

이해는 하지만, 그 사건 말고도 분명 내가 아는 게 많이 있는데... 거짓말을 하는 듯 싶었다.

"아 그리고 아십니까?"

"?"

"선임들 사이에선 이거 '구서' 라고 불린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그래야 부정 안탄다고."

창구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주머니에서 행동강령을 꺼내 가르키며 말하였다.

"아무 일도 나지도 않았고... 이거 그겁니다. 나폴리탄 괴담이라고..."

창구는 이후 이건 그냥 후임들 놀려먹으려 만든거네 뭐네 하면서 행동강령을 열심히 부정하였다. 하지만 슬슬 그 행동은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이해는 가지만... 선임 앞에서 할 행동인가 싶네."

조금 더 들어주었다간 선을 넘을 것 같아서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애들 깬다. 조용히 하자."

입을 다물게 했다. 어쩔건가? 폐급이라도 바로 옆에 있는 선임의 말은 당장 들어야하지 않나?

"죄송합니다."

뭐 그렇게 불침번은 거의 끝나갔다. 나는 동초였기에 다음번들을 깨우러 갔고, 다음번들을 깨운 후 불침번 교대를 하고 생활관을 돌아가려는데.

"이주하 일병님?"

...또 창구인듯 하였다.

아까보단 소곤소곤 이야기 해서 뭐라할 방도는 없었다.

"제가 증명해보겠습니다. 이게 가짜라는걸. 그 때가 되면 제발 믿어주십쇼."

그러고는 경례를 씨게 박고 갔다. 어이가 없었다. 굳이 나한테?

그렇게 별 생각 없이 가려는데... 창구의 말을 들었다.

'안되는건 제껴두고 되는 것 부터...'

듣고선 잘못들었겠거니 싶었고, 설마 겁대가리 없는 빡대가리라지만 하겠어 싶었지만...

다음날 부터 창구는 '구서' 라고 칭하는 행동강령을 어길 수 있는 부분은 당장 어겨버렸다.

절대 노크를 하지 않았으며, 8시가 넘으면 휘파람을 불고, 무전을 칠 때 절대로 호명하지 않고 송신을 하였다.

중대는 난리가 났고, 선임들도 잔뜩 화가 나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창구는 자신을 변호했다. 무슨 일이 나지 않았다고.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고.

여태껏 이 행동들만 어길 수 있었고 다른 사항들은 어길 이유조차 생긴 적 없지 않냐면서 오히려 따졌다.

선임들도 처음에 화가 났지만 들을수록 더 화는 났지만 확실히 그 사항들을 어길 일이 생긴 경우는 여태껏 절대 없던지라 그걸 믿었던 자신들이 창피했던건지 욕만하고 가기 일수였다. 그러는 선임들한테도 창구는 조상급 선임들이 할로윈이나 만우절 때 후임들 놀려주려 계속 내려온 문서일거라 추측하여 말하였다. 확실히 대단하긴 했다. 그리고 나도 그를 믿어줘야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별 일 없이 창구의 불명예가 씻겨지는 듯 하였으나...

일주일 뒤 2층 화장실 맨 끝에칸의 잠김이 풀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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