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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첫 직장을 구한 것은 대규모 취업난 시기였습니다.

운 좋게도 사장님을 포함해 직원 10명 정도 규모의 무역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야근은 잦았지만 저는 신입사원이라 매일 정시에 퇴근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회사에 취업한 친구들은 맨날 야근이라고 투덜거리기 일쑤였으니, 저는 어느 쪽이냐 하면 부러움을 사는 편이었죠.


입사한 지 6개월이 지나자 회사 생활에도 익숙해졌습니다.

사장님은 점심때나 저녁쯤에 불쑥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습니다.

반면에 항상 회사에 있는 T 과장님은 저를 포함한 부하직원들을 매우 아끼고 잘 챙겨줬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T 과장님을 좋아하는 것이 언행에서 느껴질 정도로, 모두가 과장님을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무역회사 업무라곤 하나도 모르는 저였지만 T 과장님 덕분에 금방 제 몫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야근하는 일도 많지 않고 상사도 좋은 사람뿐.

주변에 문제 있는 사람도 없고, 아주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작은 무역회사다 보니 주상복합빌딩 한 층을 임대해서 사무실로 쓰고 있습니다.

거기에 항상 자물쇠로 잠겨 있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방이 하나 있습니다.


레이아웃 도면을 보니 5평 정도 되는 회의실인 것 같은데…

입사 후 한 번도 그 방문을 열어본 적이 없습니다.


다행히 다른 회의실이 하나 더 있어서 평소 손님이 왔을 때는 그곳을 응접실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의가 여러 개 있어도 그 열리지 않는 방은 한 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굳이 사무실 한구석에 의자를 모아놓고 거기서 회의하곤 했죠.


사무직원 한 명이 옆에 있던 Y씨에게 슬쩍 방을 쓰지 않는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거긴 위험해서 열 수가 없어…"


하지만 Y씨는 조금 거북한 듯 대답을 얼버무릴 뿐이었습니다.

저는 바닥에 구멍이 났거나 천장이 무너지는 등 건물에 결함이 있어서 실수로 들어가지 않도록 잠갔구나, 하고 납득했습니다.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고 점점 해가 짧아질 무렵.

저는 처음으로 혼자 야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무역 업무를 하고 있어서 해외 거래처와 소통할 일이 많습니다.

시차 때문에 한밤중에도 일해야 했는데 드디어 1인분을 한다고 인정받은 건지 오늘 혼자 야근하게 된 것입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작지만 텅 빈 사무실을 보며 드디어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바둥바둥 일하고 오후 10시 30분에 해외 거래처들과의 업무가 끝났습니다.

저는 마무리로 서류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덜컹’하고 세게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처음에는 누군가 두고 온 물건을 찾으러 돌아온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소리는 잠긴 방에서 나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지만, 이 건물에는 경비원도 없었고 다른 층 사람을 부르자니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몇 분 동안 그 문만 보고 있었습니다.


정적이 맴도는 사무실에서 숨을 죽이고 있자니 침착하게 생각이 돌아갔습니다.

혹시 잘못해서 갇힌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문으로 다가갔을 때 낯선 여자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열어 주세요..."


계속해서 그 여자의 목소리는 말했습니다.


"T 과장님 서랍 안에 열쇠가 있어요..."


T 과장님을 안다는 건 같은 회사 사람이거나 회사 관계자라는 뜻이겠죠.

저는 어쨌든 문을 열기로 했습니다.

여자가 말한 대로 T 과장님 서랍에는 자물쇠 열쇠가 있었습니다.

그 열쇠를 가져와 바로 자물쇠를 열었더니….


"하하하하”


메마른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름 끼치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다음 순간 갑자기 형광등 불빛이 약해지는 바람에 주위를 확인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어두컴컴한 이 층에서, 저는 어쨌든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무실 문 앞에서 무심코 뒤를 돌아봤더니 오피스룩 차림의 여자가 힘없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여자의 실루엣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여자의 목이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방향으로 꺾여서 휘청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서둘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습니다.

숨 가쁘게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제가 있는 층까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서 도저히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버튼을 연타하면서 빨리 도착하기를 애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사무실 문이 열렸습니다.


목 꺾인 여자가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계단으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로우힐 구두를 신고 있었지만, 계단으로 내려가는 것은 매우 힘들었고 다리에 힘이 빠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혼비백산해서 주저앉기 일보 직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저는 벽에 부딪혀가면서 서둘러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어떻게든 무사히 빠져나와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 사무실이 있는 층 창문에 여자의 실루엣이 보였습니다.


저는 빌딩을 나오자마자 T 과장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니 T 과장님도 어이가 없었겠지만,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기분에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T 과장님은 의외로 상황을 이해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에게도 연락해 두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솔직히 다음날 하루 쉬고 싶어서 그것도 말씀드렸는데, T 과장님은 굿을 할 거라서 가능하면 회사에 와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다음 날.

출근해 보니 신관 복장을 한 분이 사무실에 계셨습니다.

아마 사장님이 아침 일찍 굿을 하도록 부탁하신 것 같았습니다.

그분은 잠긴 방을 지그시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Y씨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1년 전 한 여직원이 이 잠긴 방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고 합니다.


그 여직원은 T 과장님이 유부남인 것을 알면서도 상냥한 성격에 끌린 듯합니다.

T 과장님에게 사귀자며 고백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자살해 버렸다고 합니다.

여직원이 자살한 이후로 그 회의실에서는 밤이 되면 이상한 소리가 들리게 되었습니다.

겁에 질린 T 과장님이 회의실 문에 자물쇠를 채웠고 그 방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건 괜히 겁을 줄까 봐 저를 배려해 주신 것 같습니다.


굿을 한 뒤로는 한밤중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야근도 혼자 하지 말고 꼭 2명 이상이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회의실은 여전히 자물쇠로 잠긴 채, ‘열리지 않는 회의실’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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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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