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길면서도 뒤를 보면 짧았던 하루가 지났다. 역시 이래서 군대, 군대 이러나 보다.

수료도 끝나고, 이제 자대배치만이 남았다. 다들 군생활이 끝난 거 마냥 시끌벅적했고, 나 역시 그랬다.

훈련소가 끝난 것인 뿐인데 뭐가 그리 신났을까. 그렇게 시끄러운 것도 잠시 한 두명씩 호명되며, 각자의 자대로 출발당하기 시작했다.

다들 조교들과도 정이 들었는지 형,동생하며 떠나갈 무렵 나도 버스에 탔다.

다행히 다른 동기들과 딱히 흩어지지 않았으며 버스는 무사히 기차역에 도착했다.

내렸을 때엔 대기하란 말 외엔 딱히 없었다. 정숙하고 기다리란 말에 그저 입을 닫고 동기들과 눈치를 보며 기다릴 뿐.

그러던 중 같이 온 교관이 강원도로 올라가는 기차를 탄다고 말을 하였다. 대게 다른 애들은 작게 좆박았다며 속삭이고 있었다.

그렇게 열을 맞춰 기차를 타러 가던 중이였다.

"이주하 훈련병."

'?'

뒤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순간 잘못 들은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들어 반응을 못했다.

"이주하 훈련병 없습니까?!"

하지만 한 번 더 부른 건 제대로 들렸기에 대답을 하였다.

"이병 이주하!"

하며 뒤를 돌았다. 그러자 교관이 나를 보고 말하였다.

"아 미안합니다. 이병이여서 대답 못했나보네."

그는 멋쩍은 듯 그렇게 말하고 웃더니, 이어 말을 하였다.

"이주하 이병은 저 차량을 타고 따로 이동할 겁니다."

교관이 얼굴로 가르킨 방향엔 조금 멋드러진 레토나 차량이 있었다.

기차를 타러가는 동기들의 시선과 부러운 함성이 들렸다.

"이주하 개꿀빠네~"

"정숙!"

물론 한 마디에 다들 가던 길을 갔지만, 난 왜인지 좋기보단 조금 더 긴장이 되었다.

마치 가족과 떨어져 홀로 다른 곳을 가는 어린아이같은 마음이 되어버렸다.

홀로 이상한 곳에 가게 되는 게 아닐까. 라는 괜한 걱정도 하게되었다.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아주 잠깐이였다. 잠깐 멍때리다간 차량에 탑승도 못할 것 같기엔 일단 가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별에 별 이상한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나 특수부대로 임명된 것이 아닌가? 라는 괜한 망상도 해보고, 실험체로 쓰는 건 아닐까 지레 겁을 먹었다.

그렇게 혼자만의 긴장감 깊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덜컹이는 차 안에서 다가올 미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도 어느정도 하다보니 지쳐버렸다. 차로 달린지 족히 1시간은 된 것 같은데 30분 전부터 주변에 산밖에 안보였었다.

외진 곳으로 갈 수록 내 마음은 불안해졌다. 진짜 실험이라도 하는건가 싶은 생각만 들고...

이런 곳에서 죽으면 소리소문도 없이 조용히 묻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잡생각을 해서 그런가, 오래달리는 차에 오랜만에 타서 그런가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급격히 나빠진 느낌이였다.

선탑간부는 자고 있었고 운전병도 역시 별 말하지 않았기에 괜히 긴장감만 더욱 느껴졌다.

그렇게 20분 정도를 더 갔나? 어쩐지 그 때부터는 도심가 같은 느낌도 들고 그제서야 부대 하나가 보였다.

주변은 용탄OO,용탄XX 등등으로 지역명인지 뭔지 모를 용탄으로 시작하는 간판들이 보였다.

그래도 완전 산골은 아니구나하며 다행인가 싶은 생각을 하며 안심을 하고 하늘을 보자 꽤 아름다운 구름이 "용처럼 날리고 있었다."

마치 홀린 듯 그 구름을 보고 넋을 놓고 있던 어느 정도 시간... 그 이후론 조금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위병소를 지날 때는 조금 의아했다. 부대의 이름이 "44대대" 였으니까 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부대 안을 보는 순간, 꽤나 넓고 안의 구조가 예쁜 편이였고 군대가 원래 이런 곳이였나 싶었다.

그렇게 짐을 챙겨서 인사과를 들르고 행정반, 중대장실, 그 다음이 되어서야 나는 생활관 하나로 들어가게 되었다.

말로는 상담이라지만 서로 말이 10마디채 왔다갔다 하지 않았던것 같다.

시간은 12시 정도 됐었나? 그제서야 들어간 생활관은 동기생활관이니 맘편히 지내며 애들과 친해지라는 선임의 말이였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다행이란 생각만 들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짐을 정리했다.

생활관 안은 사람이 없었다. 짐은 있는 것을 보아하니 빈 자리들은 아니였는데...

'덜컥'

누군가 아는 척을 하자마자, 나는 짐을 정리하다 말고 문쪽을 바라봤다. 그쪽엔 일병 한 명이 서있었다.

"충성!"

나는 바로 경례를 하였고, 그는 경례를 받지않고 말했다.

"우리 동기야 동기."

"아,,,"

나는 손을 이마에서 내리고 방금 들어온 그가 하는 말을 들었다.

"밥은 먹었어?"

"아...아직 안먹었어요."

"잉? 왜 존댓말해?"

"초면엔 이게 편해요."

그는 신기하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그럭저럭 넘겼다.

"오늘 새로 온다고 얘기 들었어. 내가 이번달 생활관 대표병이라 안내하라고 지시를 받아서."

"그렇군요."

"배고프지? 밥먹으러가자."

"예."

나는 생활관 대표병을 따라 식당으로 따라갔다.

"평소엔 행정반에 다 같이 보고하고 밥먹으러 가면 돼."

"아, 그럼 다른 동기들도 식당에 밥먹으러?"

"어어."

식당에 가니 밥은 생각한 짬밥보다는 괜찮은 편이였다.

"우리 부대는 밥 좀 괜찮은 편이야. 아 물론 아침은 늘 별로고, 점심이랑 저녁만."

생활관 대표병은 식판을 내게 하나 건내주고 자신도 한 개 들고 배식하는 곳으로 이끌어주었다.

"충성"

"그래그래 많이 먹어라"

인상 푸근한 아저씨가 배식대에서 밥과 메인반찬을 퍼주고 계셨다.

'?'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냥 밥을 받고 지나갔다.

"아, 처음보는 얼굴인데 신병인가?"

"옙."

"난 이 식당 주인이야~"

속으론 외부인이 군에서 일을 할 수 있구나 생각했지만 나중에 생활관 대표병이 우리부대에서 짬이 가장 높은 부사관이라는 걸 듣고 놀랬다.

확실히 짬이 많이 차보이는 부사관들도 그 분께 각잡아 경례하는 걸 보니 농이 아닌 걸 그제서야 느꼈다.

"오늘은 별 일 없고 그냥 투표만 했어. 우리 부대 개꿀이야."

생활관 대표병은 고기를 한움큼 젓가락을 집고는 나에게 말하였다.

"네?"

"말 그대로 일과때 딱히 할 거 없을거야 그냥 시키는 것만 하면 돼. 한 동안은 우리 꽃 심을걸?"

"....?"

그의 말을 영문을 이해못해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지만 그는 이미 고기를 입에 넣고 열심히 씹고 있었다.

"우이 이언 우요애."

"어?"

"아 이안이안"

그렇게 말하고는 고기를 꿀꺽 삼키고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대대장님이 직접 여는 대대관리투표를 1년에 1~2번 해 우리 부대에 어떤 작업을 하면 좋을지. 근데 이번 투표 때는 부대 전체적으로 꽃을 심는 걸로 정해져서. 다른 후보들은 어우 상상도 하기싫어."

"아..."

"근데 꽃은 대부분 다 심었고 이제 관리만 하면 될 정도?"

그렇게 말하고 생활관 대표병은 밥을 와구와구 입에 넣었다.

"뭐, 더 궁금한 거 있어?"

"아니요. 딱히... 아, 혹시 다른 후보들은요?"

"마음의 교양을 쌓는 도서관 만들기랑 대대장님이 추진하려한 연못만들기 정도?"

신병짬찌지만 듣기만 해도 어째선지 소름이 돋았다. 그냥 밥이나 먹기로 했다.

그러다가도 궁금한 건 물어봤다.

"아, 그럼 우리 부대 이름이 44던데...?"

"그거? 걍 대대 밑에 4중대 밑으로 4소대씩 있어서 그렇다는데? 선임들이 그랬어."

뭐 크게 이상하진 않았다. 중요한 것도 아닌 것 같고 어색하게 있는 것보다 한 마디라도 더 하는게 나을테니까.

확실히 대표병 말대로 밥은 맛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요리 잘하셨는데 왜인지 그 때 그 맛이 떠올라버렸다. 벌써부터 집밥 땡기면 안되는데...

나는 그렇게 생활관 대표병과 밥을 다 먹고 생활관으로 같이 향하였다.

생활관에 가자 아까는 없던 동기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tv를 보고 있었다.

"오, 오늘 온다고 한 애가 얘야?"

"예, 만나서 반가워요."

그렇게 마저 동기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기소개를 하며 동기들을 한 명씩 알아갔다.

첫날이라 그런지 딱히 일이 꼬이는 느낌은 없는데...

아무튼 그렇게 무난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던 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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