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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해 여름, 친한 친구 5명이 댐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 계기가 된 건 친구 집에 모였을 때, 모처럼 모였으니 어디 놀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 명이 이렇게 말을 꺼낸 겁니다.


"TV에 나온 댐에서 담력 시험하는 건 어때?"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라서 친구 차에 붙어 있던 내비게이션으로 찾아보았습니다.

댐까지 2시간 30분 남짓 걸린다고 합니다.

뭐 다 같이 떠들면서 가기에는 적당한 이동 시간이었지만, 시간이 새벽 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도착할 때쯤이면 날 밝을 텐데, 그러면 담력 시험 못 하는 거 아냐?"


그런 말도 나왔지만, 담력 시험을 못 하게 되면 경치 구경이나 하자고 이야기가 정리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그곳에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담력 시험보다도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됐었거든요.


남자 5명이 친구네 세단 승용차 안에 꽉 껴서 댐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늦은 밤이라 도로는 텅텅 비었고,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가 일반도로를 달리며 서서히 댐까지 가까워졌습니다.

중간에는 길을 따라 많은 터널이 있었고, 터널의 주황색 불빛은 어쩐지 소름이 끼쳤습니다.

몇 번째인지 모를 터널 입구에 다가섰는데 그곳은 다른 터널보다도 훨씬 분위기가 무서웠습니다.

저는 장난삼아 말했습니다.


"뭐 나올 것 같이 생겼냐."


그러자 어디선가 놀리는 듯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나오지 그럼."


순간 당황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아마 환청이라도 들은 거겠죠.

태연한 척했지만 나도 속으로는 무서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목소리에 대해서는 그냥 무시해 버렸습니다.


터널을 지나 2~30분쯤 운전하니 댐에 도착했습니다.

댐으로 들어가는 길은 울타리와 쇠사슬로 막혀 있어서 자동차로는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차를 세울 수 있을 법한 공간에 주차하고 울타리를 넘어 댐으로 향했습니다.


댐에 도착한 시간은 4시가 다 됐을 무렵.

8월이라 하늘은 서서히 밝아오고, 담력 시험할만한 분위기도 전혀 아니었고, 댐 수면과 산 표면에는 햇살이 내리쬐어 아름다운 경치를 선사했습니다.

담력 시험을 못 한다면 경치 구경을 하면 된다고 했었죠.

그 말대로 우리는 사진도 찍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잠시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후훗"


제 근처에서 여자가 웃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자 목소리 같은 거 못 들었냐고 친구들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아까 차 길거리에 세워 뒀잖아. 경찰한테 걸려서 딱지 끊기면 귀찮아지니까 집에 가자."


그래서 우리는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아까 여자 목소리를 들었던 터널이 보였습니다.

터널을 통과했는데 이번에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역시 잘못 들은 거구나, 무서워서 환청을 들은 거구나, 하고 안심했습니다.

다들 졸린 듯 조용해진 차 안 분위기를 바꿀 겸 저는 아까 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 얘기 하면 니들이 놀릴 거 같긴 한데, 아까 터널 지날 때, 내가 뭐 나올 거 같이 생겼다고 그랬잖아?

근데 거기서 갑자기 ‘나오지 그럼'하고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다 자나? 싶어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다들 깨어 있었습니다.

뭐야 이 침묵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대답했습니다.


"나도 들었다."


그러더니 다른 친구들도 이어서 그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다들 저를 놀라게 하려고 몰래카메라를 하는 건가 싶어 한마디 하려던 순간.


"들렸으면 대답을 해.”


그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차 안의 모두가 그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는 알았습니다.


차 안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옆에 앉은 친구는 귀를 막고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여자의 목소리는 계속 들렸습니다.

희미한 웃음소리와 우릴 부르는 목소리가 여러 방향에서 수차례 들려왔습니다.

그러자 조수석에 타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습니다.

운전하던 친구가 놀라서 차를 세우자 그 친구는 차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모두 겁에 질려 일제히 차에서 뛰쳐나왔습니다.


모두가 패닉 상태에 빠진 이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웃는 여자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차에서 내렸는데도 목소리는 계속 들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댐에서도...

도로를 따라 맞은편에 선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차가 몇 시인지도 모르고 차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보다 더 패닉에 빠진 녀석이 있으니 오히려 침착하게 생각할 수 있더라고요.

저는 각오를 다지고 친구들에게 차에 타자고 말했습니다.

친구들도 진정한 뒤 아직 패닉에 빠져 소리 지르던 친구를 달랬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안심시키기 위해 뒷좌석 한가운데 앉히고, 조수석에는 제가 앉아서 차를 출발시켰습니다.


침묵 속에서 또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얘”

“후훗”


그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을 꾹 참고 바깥 풍경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오른쪽에 다리가 하나 보였습니다.

오는 길엔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던 다리였습니다.

그 다리를 지나갔을 때였습니다.


"쯧."


짜증 내는 듯 혀 차는 소리가 나더니 여자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친구들과 그때의 이야기를 한 적은 없습니다.

댐에서 사진을 찍긴 했지만 그 사진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보자고 제안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금기사항이 되어 버려서 언급하면 안 되는 사건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로부터 13년이 흘렀고, 저는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그 댐 근처에 거래처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상사와 인사차 그곳을 들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공포가 제 뇌리를 스쳤습니다.


"심령현상을 경험한 곳이기 때문에 무서워서 못 가겠습니다."


다 큰 어른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죠…

저는 상사를 따라 다시는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던 다리를 지나갔습니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처음 목소리를 들었던 터널도 지나갔습니다.

신록이 우거진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질 뿐,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지역에 있는 거래처는 제 상사와의 관계가 오래된 곳입니다.

제가 그 거래처를 담당할 일은 없어서 참 다행입니다.


그 목소리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그 장소와 관련된 괴담을 조사해봤지만, 비슷한 경험담은 없었습니다.

물론 인터넷에 모든 것이 적혀 있는 건 아니니까, 우리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또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부르던 그 여자의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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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