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싫다.”

행복해 마땅한 퇴근길이었지만 운전대를 잡은 난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즐거운 퇴근이라기엔 이미 해가 진지 오래였고,

또 내일은 새벽부터 장거리 출장일정이 있어 벌써부터 지겨웠다.

고개를 흔들어 짜증나는 생각은 날려버리고 기분전환을 할겸 휴대폰으로 음악을 틀었다.

“뭐가 이렇게 다 우중충해?”

휴대폰에서는 축축 쳐지는 이별노래만 주구장창 나오고 있었기에

집어들어서는 리스트를 아래로 넘겼다.

휴대폰을 보느라 잠시 정신을 쏟은 그 순간,

‘쿵! 덜컹!’

심상치 않은 덜컹 거림에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 큰 건 아닌 것 같았다.

난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갔다.

“아 씨.... 기분나쁘게...”

도로 한가운데 나뒹굴고 있는건 고양이의 시체였다.

타이어가 상반신을 제대로 뭉개고 지나갔는지 몸이 거의 두동강 나기 직전이었다.

굳이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돌려서는 차를 살펴보았다.

저녀석은 차 바퀴에 깔리기전에 불빛에 놀라 튀어오르기라도 했는지

차 번호판 쪽이 살짝 찌그러져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생명을 죽였다는 죄책감 보다는 할부도 안끝난 내 차가 망가지는게 더 속이 상했다.

“되는일이 없으려니까 아주....”

투덜거리며 운전석으로 돌아가려던 나는 뒷덜미에서 느껴지는 쎄 한느낌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 늦은 시간에는 간간히 가로등만 켜져있을 뿐 지나가는 이 하나 없었다.

기분탓이구나 싶어 몸을 돌리려던 그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급히 돌아보니 갓길옆 가로수 옆에 이상한 행색의 노인 한명이 서있는게 보였다.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새하얀 한복을 차려입고 그에 어울리는 백발에

수염까지 길게 기르고 있어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자네 그냥 가려는 겐가?”

노인은 신비로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아 이번엔 또 뭐야....’

참견하기 좋아하는 동네 어르신인 것 같았다.

동물을 치었으니 제대로 치우고 가라는거겠지.

“아뇨 어르신 차에서 장갑좀 꺼내려던 참이었습니다.

당연히 치우고 가야죠.”

적당히 둘러댄 다음 속으로 투덜투덜 거리며 차를 뒤지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노인은 만족하지 못한 듯 했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말이야.

자네는 지금 살아있는 생명을 해친거네.

아무리 축생이라지만 영이 있고 혼이 있을진데

넋을 기리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게다가 묘령은 특히나 그 영기가 강해서 자네가 큰 화를 당할수도 있다네.”

무슨 얘기인지 알수가 없었다.

죽은 고양이한테 사죄라도 하라는 것일까?

“예? 어르신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잘 모르겠는데요..”

노인은 점잖게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대답했다.

“내말은 정성을 들여 제를 지내서 묘령을 달래야 한단 말일세.

아무래도 자네는 이런쪽으론 문외한 인 듯 하니 내게 맡기게.

내가 딱 제사상 값만 받고 위무해 줄 터이니.”

허탈감이 몰려왔다. 차림새가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무당이랍시고 순진한 사람들 돈이나 뜯어먹는 사기꾼인 것 같았다.

한숨을 쉬고는 몸을 돌려 차에서 장갑을 꺼내서는 고양이 시체로 다가갔다.

“자네 내말을 듣고 있는겐가?”

난 고양이 꼬리를 슬쩍 집어 길 밖으로 질질 끌고 가며 대답했다.

“제사 얘기는 됐어요. 제 밥한끼 제대로 못챙기는 놈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죽은 고양이 새끼 제삿밥까지 챙깁니까?

영 잠자리 뒤숭숭하면 어디 참치캔이나 가져다가 뿌려주죠 뭐.”

구둣발로 길옆 흙바닥을 대충 긁어내 공간을 만들고는

그안에 고양이 시체를 집어 넣었다.

손으로 대충 흙을 덮어 마무리하고 돌아보자 노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날 지켜보고 있었다.

“자네 나중에 후회하게 될걸세. 업이란게 그리 가벼이 볼게 아니야.

지금은 간단히 치성을 들여서 끊어낼 수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고작 굿 같은걸로는 어림도 없단 말일세.

그러지 말고 한번 맡겨보는게 어떻겠나?

내가 정말 술값만 받는다니까?”

왠지 노인이 다급해 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됐습니다. 고양이 귀신 달랠 돈으로 그냥 맥주에 쥐포 사다가 상처받은 제 영혼이나 달래렵니다.

시간이 늦었는데 얼른 들어가서 주무세요 어르신.

날이 많이 차네요.”

노인은 한참동안 내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말했다.

“혹여나 잠자리가 심상치 않거든 날 찾아 오게.

저기 보이는 당집이 내가 사는곳이야.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꼭 찾아오게.”

그말을 끝으로 노인은 몸을 돌렸다.

나역시 더러워진 장갑을 벗어 저 멀리 던져 버리고는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와... 여섯시간도 못자네.”

씻고 나와서 침대에 누워 시계를 보자마자 탄식이 터져나왔다.

그 망할 고양이만 아니었어도 삼십분은 더 잘 수 있었을 텐데.

서러운 마음에 괜시리 고양이 욕을 한번 해준 후 곧바로 잠을 청했다.

조금이라도 푹 잘수 있기를 바라면서.



‘째깍. 째깍. 째깍.’

시계 초침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내가 잠에서 깬건가?

정신이 몽롱하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파왔지만 감각만은 또렸했다.

다시 잠들고 싶었지만 척추를 긁어내리는 듯한 이상한 기운에

뻐근한 눈을 힘겹게 뜨고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방안. 익숙한 천장과 익숙한 침대의 느낌.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무게감.

내 몸위에 무언가 올라가 있다.

너무도 선명한 그 느낌 때문에 등줄기를 타고 섬뜩한 한기가 훑고 지나갔다.

난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키고는 눈동자만 내려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검고 커다란 형체.

호랑이가 연상될 정도로 큰 어떤 존재가 내 몸위에 올라와 있었다.

마치 검은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안개처럼 흐물거리는 그 형체는

기괴할 정도로 또렷한 눈동자가 한쌍이 박혀 있었다.

위로 쭉 찢어진 고양이의 눈.

그 눈은 정확히 날 바라보며 날카롭게 일렁였다.

숨을 쉬기 힘들정도의 공포감이 내 몸을 적셔가기 시작했다.

시원하게 비명이라도 지르면 후련하기라도 하련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몸은 마치 꽁꽁묶인 듯 손가락 하나 까딱 할수 없었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그것과 눈이 마주친 이후로 눈동자를 움직일 수도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꼼짝없이 그 이상한 녀석과 눈이 마주친채 깔려있는 모양세였다.

‘가위? 그런데 이렇게 생생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검은 형체는 낮고 차가운 울음소리를 냈다.

‘야옹....’

살아있는 짐승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지옥에서 기어나온 검은 짐승이 낼듯한 소리.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혀를 깨물고 싶을 정도의 공포심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부족하다는 듯 날 옭죄어 왔다.

흐물거리는 몸을 천천히 흔들며 내쪽으로 자기 얼굴을 들이밀자

그 쭉 찢어진 눈이 한층더 기괴하게 다가왔다.

‘놔!! 저리가!! 저리가 이새끼야!!!!!’

있는힘껏 소리쳐 보았지만 마치 물풍선을 목구멍에 쑤셔넣은 듯한 숨막힘과 함께

내 목소리는 속에서 삼켜질 뿐이었다.

그 형체는 급할 것이 전혀 없다는 듯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 눈동자가 가까워질수록 난 내 눈을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 했다.

무서웠다.

너무 무서워서 차라리 이녀석이 날 당장 갈기 갈기 찢어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녀석은 그렇게 관대 하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죽어라 지른 비명에도 그 눈이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헉!!!! 하아... 하아....”

시트가 다 젖을 정도로 땀에 절은채 눈을 떴다.

내가 꿈이란걸 알아차리고 진정하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악몽? 가위? 뭔진 모르겠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아무래도 요새 너무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아직도 미친 듯이 뛰어대는 가슴께를 몇 번 쓸어내리고는 시계를 보았다.

새벽 1시.

침대에 눕고 나서 딱 한시간이 지났다.

이제 네시간 뒤 면 나갈 준비를 해야한다.

그 사실이 고통스러워 한껏 짜증을 부리고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퍼석. 퍼석. 퍼석.’

난 사방이 어두운 안개속을 혼자 걷고 있었다.

걸음을 옮길때마다 불쾌한 소리가 났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마치 내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앞으로 가는 것 뿐이라는 듯이.

난 왜 걷고 있을까?

의문이 드는 순간 발끝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감각에 몸을 떨어야 했다.

난 주저하며 아래를 내려보았다.

‘퍼석’

바닥에는 검은색 고양이 시체들이 마치 양탄자처럼 쭈욱 깔려 있었다.

‘퍼석’

그것들을 밟을 때마다 뼈가 으스러 지고 살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댔고

그 느낌 역시 발끝을 통해 선명하게 전해져 왔다.

너무도 끔찍했지만 내 몸은 마치 누가 조종이라도 하는 것 마냥 멈출수 없었다.

한발. 또 한발. 그리고 또 한발.

벌레 수천마리가 온몸을 갉아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게 가늠하기도 힘든 시간동안 지옥같은 걸음을 걸었다.




“으악!!!”

또다시 눈을 떴을때는 새벽 2시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이미 눈은 뽑힐 것처럼 아프고, 당장 기절할 정도로 피곤했지만

정신만은 피폐해질지언정 또렸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찬물 한컵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나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대로 몇 번이고 악몽을 꾸다가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는 것일까?

정말 그 고양이를 치어죽인 것 때문에?

문득 노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자네는 지금 살아있는 생명을 해친거네. 아무리 축생이라지만 영이 있고 혼이 있을진데

넋을 기리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게다가 묘령은 특히나 그 영기가 강해서 자네가 큰 화를 당할수도 있다네.]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래. 미신이잖아. 그런거 하나도 안믿어.”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나조차도 그말에 확신이 가지 않았다.





아침 여섯시.

설마 싶었던 염려가 현실이 되었다.

거의 한시간 주기로 악몽을 꾸고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는것에 반복.

지금은 피곤하다 못해 당장 관짝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몰골이었다.

난 고통에 흐느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만 버티자. 금요일 이니까 진짜 오늘만 버티면 어떻게든 할 수있어...’

그렇게 다짐했지만 그리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다시 잠에 빠져드는게 겁이날 지경이었다.

정말 그 노인을 찾아가야 할까?

난 애써 머릿속을 비웠다. 이러나 저러나 오늘 하루를 버티고 나서 생각할 일이다.

이 상태로 까딱 잘못했다간 졸음운전으로 큰 사고를 낼 지도 모른다.

난 억척스럽게 뺨을 몇 대 후려갈기고는 집을 나섰다.

몸은 천근 만근 무거웠지만 어떻게든 걸어야 했다.





“계십니까? 어르신. 안에 안계십니까?”

노인이 산다는 당집을 찾아간건 이틀이 지난 일요일이었다.

지옥같은 피로를 이겨내며 무사히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것 까진 좋았지만

악몽은 끝이나지 않았다.

잠이 들기만 하면 고양이 모습을 한 귀신이나 눈이 찢어진 괴물.

그리고 시체들이 달려드는 통에 한숨도 편히 자지 못했다.

지금 몸상태는 물에 젖은 솜마냥 축축 쳐져있었고

머릿속은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피로에 녹아들어 있었다.

이제는 속는셈 치고도 아니고 아주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그 노인네를 찾아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히 노인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를 맞아주엇다.

“내가 무어라 했는가? 묘령이란 것이 그리 가볍게 넘길 녀석들이 아니네.

독하기로는 사람보다 더 독한 것이 묘령이야.

그런 묘령이 한을 품었으니 어떻겠나?

이제 가볍게 털어낼 수는 없을 걸세.

각오 단단히 하게.”

이제는 아무래도 좋았다. 잠만 편히 잘 수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자 이제부터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하네.

그 굉이를 묻었던 곳에 가서 머리만 뚝 잘라오시게.

내 작은 항아리 하나를 줄터이니 그 안에 굉이머리를 넣고 단단히 봉해야해.

부적을 붙여서 기운이 빠져나가는걸 억누를 수 있을걸세.

완전하진 않지만, 그걸로 잠은 편히 잘 수 있을게야.

하지만 이것도 임시변통일 뿐이니 굿을 해서 살을 다 풀어내야지.

보통으론 어림도 없으니 아주 떠들썩한 액풀이굿이 될걸세.

이게 한두푼 드는 일은 아니지만 자네가 딱하니 내가 최대한 힘써보겠네.

재료값이나 대고 사람 불러 술한잔 대접할 돈이나 준비하시게.”

그렇게 말하며 노인이 내미는 숫자는 백단위가 넘어갔지만 난 고민하지 않았다.

그 고양이 새끼한테서 벗어날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정말 뭐든지.

그덕에 기억을 더듬어 땅을 헤집고는 썩어가는 고양이 시체에서 머리를 잘라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소금 따위가 가득 담긴 항아리에 머리를 넣고 입구를 봉한뒤 노인에게 가져가자

노인은 부적을 붙인 후 잘 보관하겠다며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돌아온 노인의 얼굴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오늘밤은 풀 잘수 있겠구만. 그래도 잊지 말게.

괜찮아 졌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순간 업은 몇곱절이 되어 다시 돌아올테니.

묘령이란게 그런것이야. 독기가 보통이 아니란 말일세.

그러니 제사 일정에 문제없게끔 준비해 주시게.”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아무래도 좋았다.

돈이야 얼마가 들건, 무슨 짓을 하건.

그 빌어먹을 고양이 놈에게서 벗어나길 바랄뿐이었다.







노인은 청년을 돌려보내고는 다시 안으로 향했다.

방금전에 청년이 주고간 항아리.

그 항아리 주변에는 비슷하게 생긴 항아리들이 수십개는 즐비해 있었다.

모두가 고양이 머리를 넣은 항아리였다.

“묘령이란게 말이지. 참 영묘하단 말이야.

고작 축생 주제에 어찌그리 강한 영을 가졌는지.

나처럼 변변찮은 박수한테는 이만큼 다루기 좋은 신이 없지.”

노인은 웃으며 뒤뜰로 나갔다.

그곳엔 수십마리의 고양이들이 철창 안에서 굶어죽어가고 있었다.

“영은 혼의 그릇이요 육은 영의 그릇이니

혼의 양식은 심이요, 육의 양식은 금이라.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고양이들에게 장난스레 물어본 노인은 껄껄 웃으며 스스로 답했다.

“맑은 영혼에는 좋은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건강한 몸뚱이를 위해선 많은 돈이 필요하단 얘기지.

이게 다 심과 금을 위한 일이니 이해해주시게.

나도 벌어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굶어서 기력이 쇠하는 고통을 기억하고 뼈에 새기시게.

그리고 숨이 꺼지는 순간.

너희를 죽게 한 아무개에 붙어서 마음껏 액을 끼얹어 주시게.”

노인은 철창 안에서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고양이 한 마리를 꺼내 들고는 집을 나섰다.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기에 가로등이 없는 길거리에 가만히 서있는 노인을

지나가는 차는 보지 못했다.

거리를 가늠하던 노인은 타이밍 좋게 고양이를 길에 던져넣었고

곧 끔찍한 소리와 함께 차가 덜컹거렸다.

“아씨. 재수 더럽게 없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욕설을 내뱉으며 죽은 고양이의 꼴을 보고 있었다.

곧 노인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이거 좀 곤란하겠구만.

묘령은 말이야 자신을 죽인 이에게 생전 모든 원망과 원한을 쏟아 낸다네.

그리고 절대로 잊지 않지.

제라도 지내서 혼을 달래지 않으면 아주 무서운 일이 일어날게야.”

코웃음 치는 남자의 모습에 노인은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게.

묘령이란 건 말이야. 아주 독하고 신묘한 존재거든.”



By. neptun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