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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아버지는 집을 한 채 가지고 계셨는데, 시 정책으로 인해 집이 헐리고 땅은 매입되었다고 합니다.

그때 집을 떠나는 대신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고 새로운 신축 시영주택 단지로 이사할 수 있는 권리까지 받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저는 할아버지의 명의를 인계 받아 그 집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이사 가신 것은 자그마치 35년 전.

꽤 오래된 시영 단지입니다.

그래도 내 집이 있다는 게 어디냐, 하고 생각하며 살던 중, 새로 지은 시영주택 단지로 이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딱히 이전 신청 같은 건 한 적 없었습니다.


이제 와서 침착하게 다시 생각해보면 낡았다고는 해도 35년밖에 안 된 건물이었습니다.

40년이 넘은 단지가 아직 현역인 곳도 있죠.

오래된 시영 단지에서 신축 단지로 이사하는 게 너무 설레는 바람에 침착함을 잃고 부자연스러운 점들을 간과한 것 같습니다.


그쪽 직원에게서 추첨제이기 때문에 떨어질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손해 볼 건 없었기 때문에 그 정도야 납득했죠.

결과적으로, 저는 추첨에서 떨어졌고 신축 단지로 이사는 가지 못했습니다.


운이 없었구나 하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후.

또 신축 시영 단지로 이전할 수 있다는 추첨 공고를 받았습니다.

신축 단지에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각인된 저는 바로 응모했지만…역시나 실패.

놓친 고기가 더 크다는 말이 있듯이 저도 어느새 신축 단지로 이전하는 것을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번째 공고가!

더군다나 제가 여러 번 떨어진 이력이 있어서 우선순위가 올라가는 바람에 당첨 확정이라고 하더군요.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면 저를 지정된 장소로 옮기려는 전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지나친 생각일 수도 있지만요…


이사하기 전에 간단히 건물을 둘러봤는데, 역시 신축은 신축이었습니다.

시설부터가 천지 차이였습니다.

시영 단지니만큼 구조가 저렴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월세가 1만엔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집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게다가 직접 설치해야 하긴 했지만, 욕조, 목욕물을 데우는 보일러, 화장실 설비 등이 전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하나같이 최신 기기에 새 물건입니다.

수납공간도 지금 가지고 있는 옷장이 다 필요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실제로 이사할 때 가지고 있던 옷장과 수납함을 대부분 다 버렸습니다.


꼭대기 층인 10층인데다 복도 맨 끝 집인 점도 최고였습니다.

전망도 일품이었고, 꼭대기 층에 맨 끝 집이었기 때문에 이웃에게 불편을 끼칠까 크게 걱정할 일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거실은 6평이나 됩니다.

단점은 여름에는 꼭대기 층이라 매우 덥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가 필수입니다.

다른 신경 쓸 점은 한 달에 한 번 대청소가 있고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 정도.

아무리 봐도 장점이 더 커서 바로 입주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기껏 이사 왔는데… 3일이 지나자 이상한 점을 깨달았습니다.

웬일인지 한밤중에 천장이 삐걱거리는 겁니다.


우리 집이 맨 위층인데, 왜 천장이 삐걱거리는 걸까요?

낮에는 전혀 삐걱거리지 않고 새벽 2~4시쯤에만 들립니다.


며칠이 더 지나자 이번에는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집은 맨 끝 집이라 옆집이 없는 대신 바깥 계단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데도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

근데 한밤중에 보통 그러나요?

보통은 시끄러울까 봐 조용히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상식인데, 그 소리는 일부러 들리라는 듯 시끄럽게 달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꽤 오랜 시간을, 지치지도 않는지 계단에서요…

저는 마침내 불길한 집에 입주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청 직원은 전에 살던 사람이 사정이 있어서 방을 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신축 주택, 즉 이전 세입자는 들어오자마자 방을 뺐다는 말이 되죠.

참 이상합니다.

당연히 직원에게 그 상황에 관해 물어봤지만, 사생활 문제도 있다며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매달 있는 대청소 날이 찾아왔습니다.

기본적으로 주민들은 한 가구에서 한 명 이상 참여해야 합니다.

참여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게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들로부터 눈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좋은 인간관계를 쌓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니, 이러한 행사는 필수로 참여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주민들로부터 직접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청소하는 동안 많은 대화를 할 수는 없었지만, 주민들에게 눈도장을 찍게 할 수는 있었습니다.

청소가 끝난 뒤 간단한 선물을 들고 주민회장님 댁에 가서 인사를 드렸더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듣자 하니, 우리 집에 처음 이사 온 가족이 낙상 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이사 온 가족의 어린아이가 베란다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진 겁니다.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하던 아내마저 뒤를 따르듯 몸을 던졌고, 홀로 남겨진 남편은 그대로 떠났습니다.

그 직후에 이사 온 사람이 있었지만, 대청소 날 전에 그 사람은 이미 이사 간 후라서 얼굴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들어왔다는 거죠.

아마 저보다 전에 이사 온 사람들도 같은 경험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알아냈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관공서 직원에게 다른 곳으로 집을 옮겨주거나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지 문의했지만, 당연하게도 거절당했습니다.

이미 입주 수속은 마쳤고, 퇴거 자체는 가능하지만 다른 시영주택 단지로 이사하는 것은 안 된다고 딱 잘라 거절당했습니다.


그 후의 일상은 공포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천장이 약간 삐걱거린다고만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기도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본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저쪽의 무언가도 눈치챈 것이겠죠.


방 한구석에서는 인기척까지 느껴졌습니다.


이 상황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 바로 거실 창문에서 보이는 그림자였습니다.

거실 반대편에는 베란다가 있고, 전망도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밤늦은 시간이라 커튼을 쳐 놓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무심코 그쪽을 쳐다보니 어린아이 크기의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이내 그림자는 마치 뛰어내리듯 사라졌습니다.


그 외에 더 겪은 일은 없었지만, 제게는 충분히 공포 그 이상이었습니다.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다고 생각한 저는 어쩔 수 없이 퇴거 수속을 밟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물건 정리가 거의 다 되어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이사할 수 있었습니다.

집이란 건 월세보다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던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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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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