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http://www.yunphoto.net/jp/photobase/yp8628.html




저는 어릴 때부터 귀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진짜 귀신이 보이는 건지 반신반의할 때도 있고, 살아 있는 사람과 구별이 안 될 때도 있고, 저게 진짜 귀신이냐고 물었을 때 확실히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이것은 그런 제가 경험한 이야기이고,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같은 동아리 부원인 유미가 물었습니다.


“내일부터 여름방학인데, 계획 같은 거 있어?"


특별한 계획이 없었던 저는 유미네 집에서 며칠 자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 우리 집에 귀신이 있는 것 같아… 한 번 봐주면 안 돼?"


유미는 제가 귀신을 보는 것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친구입니다.


유미네 집은 도시에서 1시간 가까이 떨어진 산간 지역에 있으며 *헤이케 패잔병 전설이 있는 마을 중 하나입니다.

저는 혼자서 오후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좁은 산길을 쭉 올라갔습니다.

유미가 매일 이런 길을 스쿨버스로 통학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유미네 집은 절 옆에 있었고 절과 집 사이에는 묘지가 있었습니다.

너희 집이 절이냐고 유미에게 물어봤더니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유미네 가족들과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넓은 집 안을 안내받았습니다.


꽤 크고 좋은 기와집이었는데, 1층에는 방이 여러 개 있고 그 바깥을 둘러싼 회랑이 있었습니다.


"집이 너무 넓어서 청소하기가 힘들어."


천장은 높았고 통나무 기둥을 대들보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집 구조일지도 모릅니다.

특별히 으스스한 곳은 없는 것 같았지만, 목욕탕과 화장실 주변에서 다리가 움츠러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집에서는 흔히 있는 일인데, 조상의 영혼이 때때로 물가에 머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집을 둘러보고 유미와 함께 목욕한 뒤 올라가 보니 유미네 가족이 없었습니다.

밤에는 귀신이 나와서 2층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2층에는 3평 정도의 작은 방이 있는데 여기서 4인 가족이 함께 잔다고 합니다.

원래는 단층집이었는데 유미네 아버지께서 조금 무리해서 증축하셨다고 합니다.


빈틈없이 꽉꽉 채워진 이불에 숨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아랫방에서 자도 상관없는데..."


제가 말하자, 유미는 "둘이면 괜찮아"라고 말하며 이불을 아래층 불단을 모셔놓은 방에 깔았습니다.


이제 잘 준비는 다 됐지만, 아직 저녁 7시밖에 안 됐습니다.

유미네 어머니가 찻주전자와 차, 다과를 준비해 주시고, 우리는 이불을 나란히 놓고 불을 켜놓은채 선배, 반 친구들, 그리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등등 수다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곧 유미는 잠든 듯 숨을 고르게 쉬기 시작했습니다.

유미가 잠들자 갑자기 불안해진 저는 수면등을 켜놓고 이불 속으로 숨었습니다.


산속이라 그런지 여름인데도 정말 시원했습니다.

바람 소리인지 살짝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잠을 청하려 해도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습니다.

게다가 화장실도 가고 싶어졌습니다.


유미를 깨우려고 했던 그때.


스으으윽….


복도에서 무언가를 끌고 가는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그 명백히 이상한 소리 때문에 저는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유미, 일어나!!"


유미는 깜짝 놀란 듯 바로 눈을 떴습니다.


"... 화장실 같이 가 줘."


유미는 제 말을 듣고 불을 켠 뒤 미닫이문을 열고 어두운 복도로 나갔습니다.

아까 그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앞이 화장실이었는데, 저는 유미가 겁먹지 않도록 "미안, 미안해." 하며 화장실로 달려들었습니다.

안심하고 나오자 유미도 "나도 기다려줘"라고 말하며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스으윽….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유미, 아직 멀었어?"


참을 수 없어서 방금 들어간 유미를 재촉했습니다.

소음은 이미 저쪽 모퉁이까지 이르렀습니다.


‘맞다! 무슨 소리인지 확인해야 해!’


문득 해야 할 일이 생각난 저는 두려움을 억누르고 기둥 그늘에 몸을 숨긴 채 소리가 다가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긴 머리를 풀어 헤친 옛날 갑옷 차림의 무사가 무언가를 끌고 걷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기모노를 입은 할머니가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워 있고, 무사는 할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미가 문을 열고 나와 제 팔을 잡아당기면서 방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저거 봤어?"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신 게 스스로 느껴졌습니다.

그 소리는 계속 들리고, 아까 본 광경이 제 뇌리에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잠도 자지 않고 숨을 죽인 채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역시 귀신이 있었구나. 너 귀신을 쫓아낼 수 있니?"


아침 식사 시간에 유미네 아버지께서 물어보셨지만, 저는 그냥 귀신을 볼 줄만 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귀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옆에 있는 절에 상의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마침 옆집이 절이니 딱 좋을 것 같았고 그때는 제가 나설 차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오가 조금 지났을 무렵 주지 스님이 오셨습니다.


"사실 우리 절은 여기 야마다（유미의 성씨） 가문의 묘를 관리하는 묘지기였는데, 언젠가부터 한 마을의 절이 되었다고 전해진단다."


제가 어젯밤에 본 광경을 이야기했더니 나중에 종파 본산에 연락해서 크게 의식을 치르고,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비석도 크게 세웠다고 합니다.

주지 스님 말로는 영혼들이 시끄러운 것은 재앙의 징조라고 생각하여, 과감하게 의식을 치르기로 했다고 합니다.

유미네 집에서는 그 뒤로 귀신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귀신이 되어서도 계속 끌려다니는 할머니가 불쌍해. 그 할머니는 무슨 짓을 했던 걸까? 신경 쓰이는 게, 우리 조상님들을 모셨던 할머니라는 거잖아.”


유미의 의문을 들었을 때, 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이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 중에 이곳 영주의 아기를 골짜기 밑바닥에 내다 버린 한 노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주의 혈통이 끊긴 후, 마을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서 온 영주에게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영주의 누나가 그 노파라고 합니다.

눈앞에서 타인에게 원한을 산 사람의 말로를 지켜본 저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고 말았던 겁니다.



*헤이케 패잔병 전설: 지쇼・주에이의 난（일본 헤이안 시대에 일어난 전국적인 내전）에서 패배한 헤이케 가문 측의 생존 병사들과 그 외 귀족, 집안 여성, 어린이 등이 산간 지역 등 외진 곳으로 도망가 숨어 지냈다는 전승.




-------------------------------------------------------------------------------------------------
원문 출처: 恐怖の泉
※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