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죽어서 영혼이 된 그에게 신이 찾아왔다.
그는 신에게 물었다.
[이제 전 어떻게 되나요?]
신은 그에게 대답했다.
[천국에서 영생을 누리던, 지상에서 새로운 인간으로 살아가던, 너의 선택이다.]
그는 다시 신에게 물었다.
[역시 당신은 자애로우신 분이십니다. 지옥은 없나요?]
그러자 신은 대답했다.
[현생에서 죄를 많이 지으면 지옥으로 간다. 내가 직접 심판하지.]
어리둥절한 그에게 신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했다.
[그간 고생 많았다. 앞으로는 죄를 짓지 말거라.]
2.
어느 종교 집회에서 교주로 보이는 자가 수천명의 신도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여러분 회개하십시오! 회개한 자만이 죽어서 천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신도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믿습니다!]
교주는 다시 말을 이었다.
[어제 밤, 신께서 제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오늘 지금, 지상에 강림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신도들은 더 큰 목소리로 화답했다.
[믿습니다!]
교주는 연단 뒤 십자가를 손으로 가리키며, 하늘을 향해 외쳤다.
[신이시어! 부디 강림하시어 우리의 믿음이 헛되지 않음을 몸소 증명하소서!]
순간, 십자가 아래에 큰 불길이 일더니, 불길 사이로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불길이 사라지고 인간의 형상을 한 커다란 붉은 형체가 내려다 보고있었다.
교주는 그를 향해 양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고는 물었다.
[신이시여, 직접 지상에 강림하시어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겁니까?]
그러다 거대한 붉은 형상은 크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세가지 다 틀렸다.]
당황한 교주를 향해 붉은 형체는 노란색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나는 신도 아니고 지상에 갈 수 없으며, 구원도 할 수 없다! ]
3.
어린 아이 4명이서 모여 앉아 바닥을 내려다 보며 애기를 나누고 있다.
철민이가 말했다.
[얘는 자기 몸보다 2배나 무거운걸 들고 옮길 수 있대. 힘이 좋은가봐]
민정이가 말했다.
[암컷한테 잘보일려고 수컷들이 열심히 구애한대. 선택받지 못한 수컷은 혼자 늙어 죽는다더라]
진웅이가 하나를 집어 올리며 말했다.
[함부로 죽이면 나중에 죽어서 벌받는대나 뭐래나]
마지막으로 수하가 말했다.
[얘네들은 여기에 올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많이 죽인거야?]
4.
폭우가 쏟아지는 어두운 밤, 물이 불어나 위험한 다리 위에 한 남자가 난간에 걸쳐 서있다.
[당신은 왜 지금까지 한번도 제 기도를 안들어주셨습니까!]
남자의 목소리가 이내 빗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당신을 위해 전 지난 수십년간 하루도 쉬지않고 기도했습니다!]
하늘에서 번쩍 번개가 치더니, 수초 후에 천둥소리가 크게 들렸다.
[전 이제 당신을 부정할껍니다! 그리고 전 더 이상 살아갈 이유도 없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남자는 다리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그의 앞에 신이 나타나 얘기했다.
[아들아, 난 단 하루도 너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미 죽어버린 남자의 영혼은 신을 향해 눈물을 흘리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그런데 어찌하여 단 한번을 나타나지 않으신 겁니까!!]
신은 그를 품에 안으며 나지막히 얘기했다.
[아들아 원래 난 그 곳에 갈 수 없단다.]
5.
[내 소원을 들어준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소!]
남자의 부르짖음에 악마가 찾아왔다.
[그 말이 정녕 사실인가? 인간.]
남자는 악마를 향해 대답했다.
[악마시여, 저에게 죽음보다 더 큰 모욕을 준 그 자를 지옥으로 보내 주신다면, 제 영혼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악마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소원이라면 들어주지.]
그리고 다음날.
남자는 눈 앞에 나타난 악마에게 분노하며 외쳤다.
[악마의 거래는 확실하다고 들었는데. 어찌하여 그 자가 내 눈앞에 버젓이 살아있는 겁니까!!]
악마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네 소원대로 난 그 자를 지옥으로 보냈다.]
당황한 남자에게 악마는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대가로 네 영혼도 거뒀지.]
뭔갈 깨달은 듯, 주저앉아 오열하는 남자에게 악마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악마의 거래는 언제나 확실하니까.]
악마의 커다란 웃음소리와 남자의 절규소리가 섞여 온 집안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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