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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촌 동생 B를 만난 적이 없다.

쌍둥이로 태어난 B는 이름을 지어 준 지 2주 만에 세상을 떠났으니까.

당시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도 B의 장례식이 어슴푸레 기억난다.


평소 모이면 쾌활하고 시끌벅적하던 친척들이 상복을 입고 숙연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낯설었다.

원래대로라면 생일을 축하해야 했을 갓난아이의 장례식이었으니 당연하다.

장례식이 끝난 시골 친척집은 커다란 목조 저택 전체에 마치 물에 희석된 잉크처럼 어두운 분위기가 옅게 감돌고 있었다.


작은 관이 친척집을 떠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본 기억이 선명하다.

슬픈 광경이었다.

사촌 동생은 ‘B’라는 이름과 계명을 받았지만, 그 이름은 친척들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되었다.


한편 B의 쌍둥이 동생으로서 이 세상에 남은 A는 하늘나라로 간 B의 몫까지 사랑을 듬뿍 받았다.

마치 B의 생명력을 흡수하기라도 한 듯 지나치게 활기찬 아이로 자랐다.


수공예에 능한 엄마가 직접 드레스를 만들어 주고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무리 비싸도 전부 사 주었다.

등하교할 때도 목욕할 때도 반드시 아빠와 함께했다.


"발가락 마디마디까지 씻겨준대."


사촌 언니가 기분 나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 집은 본가인 A네를 떠받들어 모시듯 살고 있었다.

부모와 조부모의 과도한 사랑, 그리고 본가의 딸로서 집안 서열 꼭대기에 있다는 사실.

지역 명문가의 딸인 만큼 이웃 주민이 떠받들어 주는 것, 이 모든 것이 A의 착각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그런 축복받은 환경에서 A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특별한 아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B가 있었다면 A가 받을 혜택과 사랑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A에게 있어 B의 존재는 '과거의 정보'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듯했다.

A는 이기적이고 거만한 성격이 되어 명절 때나 만나는 나와 사촌 언니에게도 건방지게 굴기 시작했다.


A가 싫어서도 있지만 친척집에 가기 싫은 이유가 또 있었다.

그날 B의 장례식장에서 느꼈던 물에 희석된 잉크 같은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여전히 연기처럼 그 집안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혈통주의가 강한 지역이라 본가의 소집을 거역할 수 없었다.

명절에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아이들은 평상시 쓰지 않는 2층의 다다미가 깔린 헛간 같은 방에서 자야 했다.

나는 그 방에서 정체 모를 오싹함을 느꼈다.


뭔가 있다.


방 안에 있는 '뭔가'의 기척이 섬뜩한 느낌을 불러일으켰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알고 보니 그 방에는 귀신이 다니는 길, 이른바 ‘영도（靈道）’가 있었고 방 안에 장식해 놓은 중국 청나라 시절 골동품이 그 입구였다고 한다.

폴터가이스트 현상도 자주 일어났다.

놓여 있던 북이 밤중에 제멋대로 울리는 괴현상도 있었다.

정화 의식을 다섯 번 정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2층에 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나는 가능한 한 빨리 그 계단을 지나가려고 했다.

지나가려고만 하면 차가운 손이 발을 덥석 잡는 일이 여러 번 있어 기분 나빴다.


나는 차츰 핑계를 대며 본가에 들르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의 33번째 기일에 본가에 오란 소리를 들었을 때는 ‘귀신이 있어서 싫다’고 거절했다.

비웃음을 받았지만 상관없었다.


친하게 지내던 사촌 언니가 A네 집 근처로 시집을 가서 A의 소식은 언니에게서 간간이 들었다.

A는 여전히 주변 사람들로부터 과잉보호와 사랑을 받고 있었다.

십 대 아이가 갖기에는 너무 과한 명품 가방과 액세서리를 들고 다니고 부모 몰래 사치스럽게 놀러 다닌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촌 언니로부터 강력한 영능력자가 A네 집으로 불려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할아버지와 A가 병에 걸리고 작은아버지가 다치는 등 꺼림칙한 일이 연달아 일어난 탓인 것 같다.

나는 그 일을 완전 남의 이야기처럼 듣고 있었다.

본가와 나는 그만큼이나 교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은 본가에서 치르기로 했다.

A는 18살이 되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났을 때, A는 어른스러운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헉, 하고 숨을 삼킬 정도로 예뻐졌다.

그리고 작은 폭군 같은 오만함이 온데간데없었다.

철이 들었다기보다는 무언가에 겁을 먹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잘 지냈냐고 물었더니 A는 무표정하게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A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A의 상태가 걱정되긴 했지만 별로 할 말이 없었다.

할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걸지도 모른다.

그대로 지나가려고 할 때 A가 소리를 질렀다.

목구멍 깊숙이서 터져 나오는 것처럼 잠겨 있지만 필사적인 목소리였다.


"저기 계단 층계참에 B가 있었어!!”


그 말에 나는 돌아보았다.

그곳은 내가 몇 번이고 차가운 손에 발을 붙잡혔던 곳이었다.


"B가?"


내가 묻자 A는 풀이 죽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A는 계단 층계참에 가만히 앉아 있는 B가 항상 보였다고 한다.

A가 나이를 먹음에 따라 B도 비슷한 또래로 ‘성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A를 ‘노려보고’ 있었다고 한다.

마치 뭉크의 ‘절규’처럼 새까만 눈으로 그 옹이구멍 같은 눈에서 증오가 느껴졌다고 한다.


정화 의식을 치른 영능력자의 말에 따르면 B는 항상 슬픈 목소리로 가족을 불렀다고 한다.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과 그리움을 담아 가족을 불렀지만, A를 부를 때는 달랐다.


"너만은 용서 못 해."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던 A에게 이 세상에 더 이상 없는 존재로부터,

그것도 같은 피를 나눈 쌍둥이의 깊은 원망과 증오에 찬 한마디는 극심한 공포였을 것이다.

B는 영능력자의 의식으로 정화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훗날 A는 3번의 혼담이 모두 깨지고 말았다.


아마도 B는 여전히 그 오래된 집 계단 층계참에 가만히 앉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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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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