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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도 한밤중에 가위에 눌려 깨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인데 그로부터 20년 정도 지났지만, 아직도 완전히 잊을 수 없습니다.

사실 기억이 희미하기 때문에 꿈이거나 어린 시절의 망상일 수도 있습니다만, 누군가 잊지 말라고 당부하기라도 한 것처럼 악몽을 꾸면 선명하게 다시 눈 앞에 펼쳐집니다.


저는 산으로 둘러싸인 도호쿠 지방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키가 작고 수줍음이 많은 제게 유일한 친구는 같은 반 친구인 카토（가명） 뿐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항상 카토와 같이 놀았습니다.


카토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고, 어머니는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 다니고 계셨습니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생활비는 마을 어르신들이 돈을 모아서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길 잃은 아이’ 전설 때문이었습니다.


수십 년에 한 번, 이 세상이 아닌 곳에서 한 아이가 길을 헤매다가 마을로 찾아온다.

마을 사람들은 그 아이를 돌보고 소중히 키워야 한다.


그런 전설이 있었습니다.


물론 미신이었고,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절대 믿지 않았지만, 어르신들은 완고하게 확신하며 카토네 가족을 돌보았습니다.


카토가 그 ‘길 잃은 아이’라고 어떻게 확신했을까요?

어렸을 때의 저는 의아했지만, 어르신들은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점심을 먹은 후, 저는 딱정벌레를 잡으러 카토와 함께 신사에 갔습니다.


한여름의 따가운 햇볕, 풀 향기 가득한 오솔길을 지나 곤충 채집하러 가는 두 사람.

매미가 사납게 울어대고 있었습니다.


카토는 저보다 키가 컸고（사실 제 키가 작은 편이었지만）, 시원스러운 눈이 인상적인 소년입니다.

카토도 조용한 성격이어서 저와 잘 맞았기 때문에 항상 같이 놀고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딱정벌레나 하늘소가 잡히는데, 그날만큼은 수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사 뒤쪽으로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도리이를 들어서니 광장이 있고, 중앙에는 모래판이 있었습니다.
（*도리이: 일본의 전통 기둥 문. 주로 신사의 입구에 세우며 일본의 신토에서 신과 인간의 영역을 나누는 관문, 결계의 역할을 한다고 함）

모래판은 신에게 스모 경기를 바치기 위한 것으로, 가을이 되면 스모 대회가 열립니다.

큰 신사였던 만큼 돌로 만든 긴 계단을 올라가니 큰 사당이 있었습니다.

사당 옆을 지나 숲속 깊숙이 들어가면 산 정상 부근에 있는데도 물이 마르지 않는 큰 연못이 보입니다.

마을에서는 그 연못을 ‘연못님’이라고 불렀습니다.


키 큰 나무에 둘러싸여 낮에도 어둑어둑한 연못.

서늘한 바람이 스쳐 지나갑니다.

연못 주변에는 길이 나 있고, 우리는 딱정벌레를 찾아 그 길을 걸어갑니다.


한참 걸으니 철망으로 만든 바리케이드가 보였습니다.

야생 동물이 지나는 길처럼 좁은 길이 철망으로 막혀 있습니다.

그 앞에 서서 철망 너머로 살펴보니 곤충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잠깐 안으로 들어가 보자."


철망에는 어린아이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뚫려 있어서 저는 채집통을 땅에 내려놓고 몸을 숙여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안 돼!”


카토가 제 목덜미를 잡고 강하게 뒤로 끌어당겼습니다.

엉덩방아를 찧고 올려다본 카토는 험상궂은 표정이었습니다.

그런 얼굴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친구인 카토가 뭔가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거기는 신이 아이들을 숨기는 길이야. 들어가면 안 돼.”


그런 오래된 전설이 있어서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믿는 건 마을 어르신뿐이었습니다.


"알았어, 카토. 오늘은 집에 갈까?"


일어서서 채집통을 어깨에 메자 카토의 위압감은 사라지고 평소처럼 상냥한 얼굴로 돌아왔습니다.

신사를 나와서 카토와 헤어진 뒤 걷고 있었지만 저녁에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저는 그 좁은 길이 궁금했습니다.

저 앞에는 뭐가 있을까?

어린아이의 무모한 호기심이 제 걸음을 멈추게 했고 결국 신사로 이끌었습니다.


철망 앞에서는 매미 울음소리가 마치 경고하듯 숲속에 울리고 있었습니다.

큰 나무 밑동에 곤충 채집통과 잠자리채를 놓고, 허리를 숙여 철망에 뚫린 구멍을 통과했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온 햇빛이 비치는 좁은 길을 따라 안쪽으로 깊이 나아갑니다.

아무도 걷지 않아 풀이 무성한 길에 뜨문뜨문 비추는 햇빛이 왠지 이상했습니다.


큰 나무에 사슴벌레가 붙어 있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보다도 그 앞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던 것입니다.


한참을 걸으니 주위가 어둑어둑해졌습니다.

숲 깊숙이 들어와서 어두운 느낌이 아니라 마치 해가 갑자기 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나 시끄럽던 매미 울음소리도 사라지고 조용해졌습니다.


눅눅한 공기가 뺨을 살랑살랑 어루만졌습니다.


그때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까마귀나 꿩의 울음소리 같은, 지금까지 들어 본 적 없는 불안한 소리였습니다.

주위는 어두웠고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돌아가려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어둠 때문에 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 풀을 헤치고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소름이 돋았습니다.

머릿속으로 네발짐승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짐승이 제 상태를 감시하듯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등 뒤에서 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보니 커다란 개 같은 그림자가 얼핏 보였다가 다시 사라졌습니다.


순간, 제 눈에 보인 것은 사람 얼굴이었습니다.

착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인간의 얼굴에 개의 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서워서 우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몸이 덜덜 떨렸고 금지된 장소에 들어간 것을 죽도록 후회했습니다.

풀 밟는 소리가 가까이 다가왔지만 저는 주저앉은 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이젠 꼼짝없이 죽겠구나 싶었던 그때였습니다.


"괜찮아?"


카토의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흐느끼기만 할 뿐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어두워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와 분위기를 보아 확실히 카토였습니다.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해."


어느샌가 짐승의 기척은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카토는 제 어깨를 잡고 말했습니다.


"내가 손을 잡고 출구까지 갈 테니까, 그동안 눈을 꼭 감고 한마디도 하면 안 돼. 절대 보지도 말고, 절대 말하지도 마. 알겠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카토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카토가 제 오른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고 저는 쓰러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따라갔습니다.

아무것도 안 보이니 더 겁이 났습니다.

주변에서는 괴물 같은 새 울음소리와 사람의 말소리 같은 것이 들렸습니다.

하지만 눈을 꼭 감고 카토가 가는 대로 따라갔습니다.


눈을 뜨면 어떻게 될까, 말을 꺼내면 어떻게 될까.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이 정말 카토가 맞나?

그런 의문이 뇌리를 스쳤지만, 식은땀을 흘리며 말없이 걸어갔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릅니다.

카토가 멈춰 섰고 저도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다 왔어. 이제 눈 떠도 돼."


눈앞에는 익숙한 철망이 있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묵묵히 걸었습니다.


"다신 거기 들어가면 안 돼."


카토의 말에 저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후, 저는 필요한 때 외에는 신사 근처에 다가가지 않도록 멀리했습니다.

그때에 대해서는 카토와 얘기할 일도 없었고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현재 도쿄에 살며 운송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카토와 사이가 소원해졌습니다.

아마 마음속으로 카토를 무서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도 카토도 다른 친구가 생겨서 같이 놀 일 없이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저는 졸업 후 바로 취직했습니다.


그때 일은 환상이었을까요?

만약 악몽을 꾸지 않았다면, 그 일은 모두 까맣게 잊어버렸을 겁니다.

어쩐지 일상생활에 현실감이 없다고 자주 느낍니다.

때때로 지금의 삶이 환영이고, 실제 저는 아직도 숲속 깊은 곳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합니다.


카토는 인간이었을까요?

아니면 정말 ‘길 잃은 아이’였을까요?

소문에 의하면 카토는 현재 니가타에 살고 있으며 몇 년 전 결혼해 아이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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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