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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문대학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있는 2층짜리 연립주택에 살고 있었습니다.

세입자는 모두 다른 현에서 온 대학생들이었고 친한 친구나 선배들도 살고 있었습니다.

첫 자취생활이었던 탓인지 잠이 잘 오지 않아서 베개를 들고 친구 집에 자주 자러 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나니 다들 아르바이트나 과제 때문에 바빠서 마지못해 집에서 자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우리 집은 한밤중에 현관이나 복도에서 탕탕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욕실에서는 물소리가 들릴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리만 날 뿐이지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침대에서 일어나 무슨 일인지 보러 가는 경우가 많아 그렇지 않아도 잠이 잘 오지 않는 마당에 몹시 불편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서운 경험이었지만 그때는 귀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잠이 부족했던 저녁.

학교에서 돌아오니 창가에 있는 좌식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것은 흐느적거리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때는 그저 잠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음날도 또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설명하자니 어려운데, 좌식 의자 위쪽 공간이 배경에서 붕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날은 친구 N의 집에 다른 친구 Y와 같이 자러 갔기 때문에 뭔지 궁금해졌던 저는 N과 Y에게 방에서 나는 소리와 좌식 의자에서 본 이상한 것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제가 수면 부족으로 헛것을 보는 건 아닌지 걱정하던 N은 말했습니다.


"내일부터 그냥 우리 집에서 자."


덕분에 일주일 정도 N의 집에 묵으며 학교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수면 부족도 완벽하게 해결되어서, 이제 우리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본 우리 집 좌식 의자는 이상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아, 아직도 그러네. 더 심해졌는데.'


우선은 과제를 끝마치고 샤워한 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밤이 되자 여느 때처럼 탕! 탕! 하는 소리가 나고 물소리가 들렸습니다.

시끄럽다고 생각하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갑자기 숨이 가빠졌습니다.

명치 부근에 뭔가 무거운 것이 놓인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움직이려고 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습니다.

눈은 감기지도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뭔가 몸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가위눌림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귀신 생각이 나면서 무서워졌습니다.

30분 정도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집중하고 있었더니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어서 어깨 주변에 힘이 빠지면서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엔 귀신 같은 게 보이면 무서울 것 같아서 전등과 TV를 켜놓고 아침까지 깨어 있었습니다.


다음날 N에게 이 일을 말하자 자기 집에서 자라고 하길래 잠시 N의 집에서 신세를 졌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건 미안해서 아르바이트하던 노래방에서 밤을 새우고, 집에서는 샤워만 한 뒤 잠은 학교에 가서 점심시간이나 공강 시간에 자곤 했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최근 한동안 Y를 못 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N에게 물어보니 Y는 요즘 학교에 자주 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Y는 조금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예전에도 마음고생을 했던 적이 있어서,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돼 N과 함께 Y를 데리러 가기로 했습니다.

Y는 자기 방에 있다가 현관으로 나왔는데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진하고 머리도 더부룩하게 헝클어져 있었습니다.

뒤에 보이는 방은 정말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무것도 아냐. 학교는 안 나갈 거야."


아무리 물어봐도 Y는 그렇게 말할 뿐이었습니다.

우선은 N과 학교로 돌아갔지만, Y의 시선이 멍하니 한곳을 응시한 채 뱀처럼 입술 사이로 혀를 날름거리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N과 저는 다른 동기들에게 Y에 관해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서 저렇게 된 건 아닌지 걱정되었습니다.

물어보고 다니던 중 Y의 옆집에 사는 A가 Y네 집에서 물건을 던지고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Y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N과 저는 다른 친구 R의 집에서 타코야키 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R은 우리가 사는 연립 주택이 아닌 다른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Y는 나가는 것을 꺼렸지만 우리가 끈질기게 부탁해서 겨우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타코야키 파티가 시작되자 Y도 제법 즐거워 보였기 때문에 저와 N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배가 부르니 잠이 솔솔 왔지만, R의 집에서 자기로 미리 약속해뒀기에 안심하고 잠들었습니다.


얼마나 잤을까요?

가슴과 배가 무겁고 숨이 가빠와 눈을 떴습니다.

또 가위인가 싶어 몸에 힘을 주었는데, 제 위에 있던 것은 귀신이 아니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이를 빠드득 갈고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는 Y가 제 목을 조를 것처럼 손을 얹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N과 R, 그 밖에 다른 친구들이 Y를 뒤에서 잡아당겨 저에게서 떼어내려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N이 소리쳤습니다.


"뭘 멍하니 있어! 빨리 일어나서 멀리 떨어져!"


저는 흠칫 놀라서 Y를 힘껏 뿌리치고 일어나 울면서 Y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뭐 잘못했냐? 억지로 데려온 게 싫었으면 사과할게…"


Y는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저를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았습니다.

Y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R의 집을 뛰쳐나갔습니다.


몇몇 친구들이 Y를 쫓아갔고, 남은 N이 제게 상황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제가 10시 30분쯤 잠든 뒤 다 같이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자정 무렵에 Y의 상태가 이상해졌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휴지나 책을 던지더니, 인형의 목을 조르거나 팔을 잡고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형을 벽에 내동댕이치곤 밟기 시작하길래 그 인형을 Y한테서 떼어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자는 제 위에 올라타 목을 졸랐다고 합니다.

시선은 먼 곳을 향한 채 입술 사이로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Y의 모습에 친구들도 놀랐다고 합니다.


그 후 Y는 친구들에게 다시 끌려왔는데, 더욱 충격적이게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Y는 자기가 저지른 모든 기행에 대해 듣고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라 있었습니다.


"기억이 안 나지만, 정말 미안해..."


Y는 그렇게 사과했지만,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습니다.


R의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N이 말했습니다.


"혹시, Y가 뭐에 씐 거 아니냐? 확실히 상태가 이상했잖아..."


Y도 그 말을 듣고 불안해하는 것 같아서 제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의 선배에게 상담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선배는 제령 의식이나 신사로 유명한 곳에서 자란 분이라, 좋은 곳을 소개해 주든 어쩌든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배에게 얘기하자, 그 지방에서 유명하다는 영능력자（일단은 그렇게 이해했는데…사실 정확히 뭐라고 불러야 할진 모르겠습니다） O씨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O씨는 연립주택 근처에 오자마자 말했습니다.


"이 집 근처에 혹시 연못이 있어요?"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연못으로 안내했더니, O씨는 지도를 꺼내 뭔가를 확인했고 그간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말했습니다.


"이 집은 귀신이 오고 가는 길 위에 있어요. Y씨와 K씨（나） 두 분 모두 방 위치상 영향을 쉽게 받으실 거예요.

Y씨 상태가 이상한 것도 그 때문이지만, 다행히 아직 심각한 상태는 아니고.

K씨가 집에서 겪으신 일 또한 귀신의 영향 때문인데, 심각한 정도를 보면… 평소에 Y씨가 K씨보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확실히 그랬습니다.

저는 거의 N의 집에서 묵거나 아르바이트하는 노래방에 있었으니까요.

또 O씨는 그 토지의 성질과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와 Y에게 부적을 하나 건네주며 충고해주었습니다.


"이 부적을 이쪽 벽에 붙여 주세요.

그리고 여기에서 너무 오래 살지 말아요. 집에 자주 안 들어가더라도 거기는 여전히 귀신의 영향을 받기 쉬운 장소거든.

쉽게 영향받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장소가 아니야."


그 부적을 말씀해주신 곳에 붙이고 나서 정말 놀랐습니다.

'탕!'하는 소리나 물소리가 싹 사라지고, 좌식 의자에 뭔가 앉아 있는 듯한 느낌도 사라졌습니다.

Y도 점점 예전처럼 밝아지고 있었습니다.


O씨의 충고를 전부 지키지는 못했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 우리는 그 집을 나왔고 그 후로는 평범하게 살고 있습니다.

무서운 것도 있지만 부적을 붙이고 난 뒤로 환경이 확 달라졌던 기억이 15년 넘게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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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