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왜냐고 물어보시는게 참 이상한데.. 음.. 뭐랄까.

짜증나니까? 아저씨 하는 꼬라지가 성질나서?

원래 인내심이 그리 많은 놈도 아니었거든요. 어릴때부터.

아 어릴때 얘기를 좀 해줘야겠다.

그러니까 한 초등학교 3학년때인가?

몇살이었지? 대충 10살 이럴때인데 내가 집중도 못하고 자꾸 사고치고 다니니까.

할머니가 이제 바둑 학원에 보냈어요.

근데 이게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거에요.

그리고 뭐 할때마다 지기도 하고.

얼마간 다니다가 한놈한테 두판인가 세판 내리지고서는

그냥 열이 받아서 바둑돌 들어있던 통 집어들어 가지고 앞에있던 놈을 후려 갈긴거죠.

화풀릴때까지.

한바탕 난리가 나긴 했는데, 그 이후로 바둑 안다니게 되서 난 좋았죠.

그러니까 대충 다 그래요.

처음부터 그냥 하고픈대로 하고 내키는대로 하고 그랬던 거죠.

중고등학교라고 다르겠어요?

밥먹을때 새치기 하는놈 대가리 깨고

복도에서 어깨빵 친놈 싸다구 갈기고

길거리에서 가오잡는 꼰대 새끼 두들겨 패고.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원래 그렇게 내키는대로 뒤없이 살았던거죠.

아 그렇다고 아저씨가 처음부터 맘에 안들었던건 아니고.

그러니까 그거는 이제부터 얘기할건데,

학교 때려치고 뭐 경찰서도 들락날락 거리고 소년원도 들락날락 거리다가

혼자 먹고살긴 해야되니까 성질대로 벌어먹고 살자 했단 말이에요.

저 뒷동네 판자촌 아시죠?

그런데는 문따기도 쉽고 허술하니까 그런데 털었죠 뭐.

그네들은 사람 못 믿어서 버는대로 집에다 고이 모셔놓으니까 현금 훔치기도 좋았거든요.

그러다 운나쁘게 노인네한테 걸려서 팍 쳤는데 죽은거고.

아 걸리진 않았어요. 아마 지금도 내가 한줄 모를걸요.

아무튼 뭐 나쁘진 않았는데. 뭔가 좀 아니었단 말이죠.

그 와중에 아저씨 만난에요.

예전에 포장마차에서 시비붙어서 줘팬 그애들 관리하는 사람이다 이러면서 딱 오는데

와 딱 보자마자 보통은 아니구나 싶대요.

이거 짱돌이라도 집어서 후려갈겨야하나 그러는데 아저씨가 딱 그랬잖아요.

내밑에서 일해보라고.

지금 생각하면 아저씨 눈썰미가 엄청 좋았던 거죠.

사채꾼들은 다 그렇게 촉이 좋나?

여튼 난 다 좋았죠.

거지새끼들 푼돈 주워먹는것도 지겨웠던 참에

돈 많이 주겠다. 먹여주고 재워주겠다..

또 뭐 그거아님 내가 양복 입어나 보겠어요?

차려입고 어깨에 딱 힘주고 다니면 열받게 시비거는 놈들도 없고.

돈받아 와라 딱 그럼 가서 행패나 부리면 어찌 다 되니까 일도 쉽고.

천직이다 싶어서 계속 이렇게 널널하게 살아야겠다 싶었어요.

네. 처음엔 딱히 불만 없었다니까요?

근데 이제 내가 열받았던게 뭐냐면.

그렇게 한 몇 년 일해서 밑에 놈들도 생기고 짬도 차고 그러니까 일이 더 편해져야 되는데

어째 날이갈수록 아저씨가 까탈스럽게 군다 이거죠?

쓸데없이 주먹쓰지마라. 성질좀 죽여라.

생각좀 하고 움직여라.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지 마라.

네? 아저씨. 기억나요?

그 지딸 지키겠다고 발악하는 새끼 주둥이에 옷걸이 쑤셔박았을때,

그때 아저씨가 나한테 뭐라그랬는지 기억나냐구요.

‘깝치지 말고 시키는 일이나 똑바로 해라 이또라이 새끼야.’

그러고나서 내 아구창 아작 낼듯이 후려갈기는데

맨손으로 소도 때려잡을 양반이 그따위로 패니까

이건 빡치는게 아니라 그냥 죽겠대요.

며칠 사경을 헤매다가 딱 깨니까 생각나는게 하나밖에 없는거에요.

이건 그냥 두면 안되겠다.

죽여버려야겠다.

그냥 죽이는것도 아니고 발가락부터 대가리 속까지 다 조져놔야겠다.

내가 가진거 몽땅 걸고 이새끼 하나만은 완전 다 박살내야겠다.

그래서 이제 작업을 친거에요.

우선 사무실부터 조져야지 싶어서 뭐 부를 수 있는 애들 전부다 사무실로 불렀죠.

와 모아놓으니까 어마어마하게 많대요.

아 그래, 말나온김에 그거도 따져야겠는게

처음에 내가 아저씨랑 일할 때 딱 다섯명이었어요. 아저씨 까지.

그 허접한 건달모임 내가 뼈빠지게 키워논거에요. 이렇게 크게.

근데 날 그따위로 대접하니 내가 빡이 안치고 베기겠어요?

뭐 아무튼 그렇게 모아놓은 다음에 불을 확 지른거죠.

혹시 거기 보고왔어요?

창문으로 구경하다가 불 크게 번지길래 그냥 왔는데.

어떻게 됐어요？ 몇놈이나 죽었어요?

원체 음침한 데다 사무실이 또 이중 삼중 철문이라 많이 못빠져나왔을거 같은데...

아무튼 뭐 일단 그렇게 아저씨 사업은 기가 막히게 조져놨고.

이제 가족들 조질 차례인데

솔직히 가족은 그냥 가볍게 가면 안되잖아요.

내 목적이 아저씨 빡치게 하는건데.

그래서 일단 우리 조카 학교에 찾아갔죠.

평소에 아저씨 아들래미가 저 엄청 좋아했잖아요.

막 힘쎈 삼촌! 힘쎈 삼촌! 이러면서.

와 진짜 걷지도 못하던게 언제 그렇게 컷나 몰라.

아무튼 학교 끝날 시간 맞춰서 찾아가가지고 너네 엄마아빠 모르게 삼촌이랑 좋은데 가자!

딱 이러니까 신나서 따라오드라구요.

그렇게 아저씨 아들래미는 내가 또 재미있게 가지고 놀다가 박살냈죠.

아시죠? 내가 영상으로 보냈잖아요.

그리고 아들이 집에 안와서 걱정하던 형수님도 내가 친히 방문해서 아주 적극적으로 위로해 드린 다음에 아들래미랑 나란히 보내드리고.

할건 다한거에요. 깔끔하게.

이제 만족스러우니까. 아저씨 찾아가서 조져놓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때 딱 아이디어가 떠오른거죠.

그래. 그냥 죽일게 아니라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게 만들자.

그래가지고 이제 딱 자수했다 이거에요.

얼마나 좋아요?

봐요. 아저씨 지금 나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은데 아무것도 못하잖아.

얼마나 속이 뒤집어져요.

와 진짜 혹시라도 면회 안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우리 아저씨는 하여간 성질 나못지 않어.

뭐 열불나서 자살이라도 하실거면 말리진 않겠는데 솔직히 못하잖아요.

그쵸? 내가 멀쩡히 살아있는데 먼저 죽으면 안되잖아.

복수 해야지. 당신 인생 완전이 망쳐 놓은 나한테.

봐봐요. 나 무기징역 떨어진거는 맞는데,

모르잖아. 한 20년 30년 뒤에 모범수로 나갈지도.

내가 딱 약속할게요.

내가 진짜 여기서 성질 죽이고 세상 착하게 지내가지고 무조건 밖에 나간다.

어? 언젠간 나간다고.

겁나게 모범수로 지낼테니까 자살하고 뭐 그따위 짓거리 하지 말고 버텨봐요.

뭐 딴맘품지 말고 잘 지내라고 영치금 좀 넉넉히 넣어주면 더 좋고.

거지같고 힘들고 원통해도 나 퇴소 할때까지 한번 버텨봐요.

아저씨 나 용서하네 마네 이따위 소리 할 정도로 착한 사람 아니잖아.

찌질이 새끼마냥 징징거리면서 그냥 죽어버리겠다 그럼 뭐 어쩔수없는데

나같으면 악착같이 버틴다 진짜.

어? 알아 들었지? 나는 전부다 걸고 당신 조져놨으니까.

당신도 똑같은 각오로 버텨봐.

나처럼 독하게.



By. neptun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