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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온천을 좋아해서 명절만 되면 모두가 온천에 갈 정도로 자주 다녔습니다.

가는 곳은 항상 옆 동네에 있는 온천 마을.

오늘은 이 여관의 온천으로 갈까, 오늘은 이 시설의 노천탕으로 갈까, 하는 식으로 그날의 기분에 따라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제가 6년 전 이 온천지에서 겪은 이야기입니다.


그날은 단풍을 보며 온천을 즐기기 위해 노천탕이 인기 있는 온천 여관에 가기로 했습니다.

온천은 낮에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우리 외에는 다른 손님이 없었습니다.


'앗싸! 완전 전세 냈네!'


저는 마음속으로 승리의 포즈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바깥 공기를 마시며 노천탕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 어머니와 함께 탈의실로 갔습니다.

탈의실에는 바구니가 가지런히 줄지어 놓여 있고 청소도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앗, 두고 온 게 있네. 잠깐 차에 갔다 올게.”


탈의실에서 기분 좋게 옷을 벗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시고는 그대로 나를 혼자 남겨두고 가버렸습니다.


“엄마도 참, 왜 이렇게 덜렁거려~”


어머니의 뒷모습을 향해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넓은 노천탕을 독차지할 수 있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빨리 옷을 벗어 버리려고 셔츠 단추에 손을 얹었을 때였습니다.

탈의실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무거운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우와... 뭔가 안 좋은 예감이...'


그래도 빨리 노천탕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신경 쓰지 않고 탈의실을 나와 노천탕으로 향했습니다.


밖에 나가보니 상쾌한 공기가 감돌았습니다.

몸을 가볍게 씻은 후 온천의 물 온도를 확인하고 노천탕에 들어갔습니다.


‘아, 역시 온천은 정말 기분 좋아.’


두 눈을 감고 온몸으로 온천의 개운함을 느끼다 보면 더욱더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됩니다.


문득 눈을 떴을 때 눈앞에 하얗게 김이 서려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희미하게 사람 그림자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어? 언제 들어온 거지...’


아무리 눈을 감고 있었어도 사람이 들어오면 잠깐이라도 발소리가 날 거고, 물에 들어갈 때 물소리도 날 것입니다.

하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림자는 회색빛이었고, 수증기가 자욱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실루엣으로 보아 여자였습니다.

여탕이니까 당연하지만요.

머리는 높게 묶은 포니테일이었고,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정도로 젊은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뜨거운 물을 손으로 떠서 천천히 어깨 위로 붓는 그 여자의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혼자 여행 온 건가? 아니면 남자친구랑 왔나?’


쓸데없는 망상을 하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눈앞에서 여자가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눈을 감은 건 고작 1~2분이고, 그동안 작은 소리 한 번 안 났을뿐더러 문을 여는 소리도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이 이상한 상황 때문에 더 한가롭게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서둘러 노천탕에서 나와 탈의실로 가기 위해 문 쪽을 보니 탈의실에 사람이 있었습니다.

조금 전 그 여자의 그림자였습니다.


"에이 뭐야, 그냥 나왔던 거였네..."


안심하면서 탈의실 문에 손을 댔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던 노천탕에 아까 그 사람이 있었습니다.


“후와악!!”


한 번도 내본 적 없는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탈의실로 뛰어 들어가 서둘러 유카타*를 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복도를 나와서 로비로 가기 직전에 어머니와 딱 마주쳤습니다.

황급히 뛰어오던 제게 어머니가 "왜 그래?"라고 물으셔서 아까 있었던 일을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마침 지나가던 여관 프런트 직원이 다가왔습니다.


“손님도 보셨나요? 사실 일부 다른 손님들께서도 같은 걸 보셨다고 하셔서…”


보이기만 할 뿐 다른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긴 하지만, 손님들 앞에 여자 귀신이 종종 나타난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후로 그 온천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어찌 보면 귀신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좋은 온천이란 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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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


*유카타: 여름에 입는 일본의 전통 복장. 목욕 후에 가운처럼 입거나 여관 같은 곳에서 잠옷으로 입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