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글 다 적으면 구린 제목부터 어떻게 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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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뉴스입니다.
2년 전 오늘 사라졌던 최미래 양이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의 상태는 크게 좋지 않아.........경찰 조사 결과..........
.........이에 가족들은 크게 반발하여.......
돌아왔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최미래양의 비극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요?
하루 빨리 범인이 잡혀 비극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상으로 아홉시 뉴스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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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사 번째의 내가 눈을 떴다. 저번에 어떻게 죽었었더라.
아, 맞다. 홧김에 손목 그어버렸지.
역시 악몽은 쉬이 깨지 않으려나보다. 10월 5일. 다시 루프의 첫날로 돌아와 있었다.
“미래야, 일어났어?”
엄마가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부른다.
“엄마. 나 나쁜 꿈을 꿨어.”
“무슨 꿈?”
“내가 죽는 꿈.”
엄마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울그락, 불그락. 화를 애써 내리누르는 것 같기도 했고, 슬퍼하는 것 같기도 했다.
“엄마.”
“왜, 미래야?”
“나는 왜 태어났을까?”
끔찍하게 살해당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엄마와 아빠는 지금은 사이가 서먹하지만 그래도 한때는 서로 많이 사랑하셨을거다. 침대 위로는 따스한 볕이 내렸다. 창 밖은 더 없이 평화롭다. 5일 후에 나를 죽이는 세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엄마?”
한참 대답이 없던 엄마는 조용히 울고 있었다. 당황스러워서 엄마가 우는 것을 달래야하나, 아니면 기다려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엄마가 곧 울음을 멈추고 대답을 해줬다.
“사랑 받기 위해서지, 당연히.”
엄마가 팔을 벌려 나를 껴안았다. 엄마 특유의 냄새도 나를 껴안았다. 엄마는 나를 껴안은 채로 한 동안 내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게 내가 ‘루프 속 엄마’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다.
“사랑 받기 위해서 태어난거야, 미래는.”
내가 미래가 아니라고 의심되면 바로 가둬두고 죽게 만들지만, 내가 미래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을 때는 더 없이 날 사랑한다.
루프 속에 갇히기 전보다 더.
“엄마, 나 학교 가야해, 학교!”
엄마 품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더 안겨있었다. 시간은 어느 새 훌쩍 지나 7시 50분이 되었다. 급하게 교복을 껴입고 머리엔 노세범 파우더를 뿌린 다음에 신발을 신었다.
“조금 늦어도 되니까 밥은 먹고 가! 너 좋아하는 팬케이크랑 핫초코 준비해뒀어.”
“갔다와서 먹을게!”
식사까지 챙겨먹으면 지각확정이다.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앞에 아슬아슬하게 섰다. 지각은 하면 안되니까.
“엄마가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런데 하루쯤은 지각해도 되지 않을까? 팬케이크와 핫초코는 식기 전에 먹어야 맛있으니까.
..................
“최미래, 지각이니?”
“아, 그렇게 됐다....”
혜수에게 대충 대답해주고 반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하예은과 소희는 보이지 않는다. 얼굴에 X자가 그어져서 존재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대신 못 보던 얼굴들이 보인다.
내가 놓친 게 뭐지? 왜 없던 애들의 자리가 채워진거지? 왜 옆반마저 차 있는거지?
탐정지망생으로서 생각해보자.
왜 나는 루프에 빠져있을까?
왜 나는 계속 금요일에 죽을까?
왜 아빠와 소희, 하예은은 사라져버렸을까?
솔직히 생각할 수록 더 모르겠다.
생각할 수록 머리가 아파온다. 이럴 땐 가는 곳이 있지.
“선생님, 저 보건실 좀 다녀올게요.”
담임이 엉거주춤하게 고개를 끄덕이기 전에 뒷문을 열어젖혔다. 수업시간이 되어서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걸으니 재미있기도 했다. 멀리서 희미하게 첼로 소리가 들려온다. 첼로 소리가 가까워지도록 주욱 복도를 걸었다.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격정적이게, 보건 선생님은 언제나 첼로를 연주한다. 신기하게도 항의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얼굴을 보면 답이 나온다.
“어, 미래야, 안녕!”
“쌤, 오랜만이에요!”
보건실의 선생님은 언제나 나를 밝게 반겨준다. 서글서글한 얼굴로 시원하게 웃으며 첼로의 활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로 왔어?”
“별 건 아니고, 머리가 아파서요.”
“아이고, 그럼 이건 집어넣어야겠네. 두통약 줄까?”
“아뇨. 그냥 생각을 많이 해서 그래요. 좀 누워있으면 괜찮아질거에요. 그리고......”
“응?”
“선생님이 첼로 연주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고민할 때 도움이 되거든요. 그거.”
“고민은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도 도움이 돼. 필요하다면 선생님이 들어줄게.”
“알죠.”
어떻게 모르겠는가. 이미 몇 번이나 보건실에 와봤는걸. 보건선생님은 내가 이 루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힌트를 줬다.
“선생님. 저 너무 외로워요.”
“왜 외로울까?”
“친구도 가족도 다 곁에 있는데 딴 사람 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너무 외로워요. 뽀실이만 곁에 있었어도 괜찮았을텐데.”
“뽀실이는 누구야?”
“집에서 키우던 개였어요. 내가 9살 때 죽었지만.”
유난히 비가 오던 날이었다. 금세 온 몸이 다 젖을 정도로 비가 쏟아지던 날에 뽀실이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멀리 떠나버렸다. 뽀실이의 희고 작은 몸은 내 품에서 금방 식어갔고, 어린 나는 어찌할 줄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사실 제 동생이요, 태어날 때부터 약하게 태어나서 몸이 많이 아프거든요. 그래서 맨날 병원 왔다갔다 했어요. 그리고 멀쩡한 저는, 뭐. 뽀실이랑 같이 집에 있었죠.”
집은 혼자 있기엔 크고 외로웠다. 뽀실이가 없었으면 확실히 그랬을 것이다. 엄마는 미주랑 병원에, 아빠는 회사에 있을 때면 나와 뽀실이는 언제나 집에 있었다. 뽀실이와 나는 같이 많은 걸 했다. 내가 뭘 하든 뽀실이는 좋아해줬다. 특히나 뽀실이가 좋아했던 것은 숨바꼭질이었다.
“죽었을 때 많이 슬펐겠다.”
“바보 같은 개였어요. 숨바꼭질 할 때 늘 침대 밑으로 숨었거든요. 튀어나온 엉덩이가 귀여워서 모른 척 해줬던 건데 그런 줄도 모르고 제가 못 찾는 줄 알고 있던 거 있죠. 바보 같아요. 거기에 숨으면 제가 못 찾을 줄 알고 침대 아래로 들어가서 죽어있더라고요. 흰 엉덩이가 빼꼼히 나와있어서 못 찾을 수가 없는데.”
보건 선생님이 따뜻한 차를 건넸다. 한 모금 마시자 따뜻한 기운이 몸에 퍼져나간다.
“뽀실이가 보고 싶어요. 분명 걔만은 내 편이 되어줄텐데.”
“음, 글쎄. 네 편이 되어줄 사람은 많을거야.”
“저한테 사람을 믿지 말라고 한 건 선생님이잖아요.”
“뭐?”
“아니, 아니에요... 말 잘 못나왔어요.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충 고개를 숙이고 복도로 빠져나왔다.
“미래야, 더 말하고 싶은게 있으면 얼마든지 다시 와도 돼! 알겠지?”
내 등에 대고 말해주는 보건 선생님은 고맙지만 그래서 더 올 수가 없어졌다. 보건실에 와봤자 내가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될 뿐이다. 선생님은 내게 무슨 조언을 해줬는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
[미래야, 고민이 있어?]
다정하게 맞아주는 보건 선생님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선생님,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살해당하는 일주일에 갇히게 된다면 선생님은 어떻게 빠져나오실 건가요?]
[글쎄, 왜 갇혔는지부터 생각해보겠지. 그리고 그 다음은 살기 위해서 애쓸거야. 그런데 그런 건 왜 묻니?]
[제가 영화.... 는 아니고 소설을 봤는데 작가가 쓰다 말았거든요. 답답해서 어떻게 끝날지도 모르겠고.....]
현재 쓰여지고 있는거나 다름 없으니까 거짓말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선생님의 눈치를 살폈다. 고민하는 머리가 많아진다면 분명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막역한 희망감에 신나게 떠들어댔다.
[그 주인공이 어떤 일을 해왔는데?]
[살기 위해서 도망치고, 숨고, 빌었어요. 그렇지만 잘 안 되서 비밀을 털어놓을 믿을만한 사람에게 자기가 일주일 동안 갇혀 있다고 고백하기 직전에 끝이 났어요.]
[음. 살해당했다면 살인을 저지른 사람도 있겠지. 주인공은 자기의 살인자가 누군지 확인한 적 있니?]
[아뇨, 그 주인공은.... 자기 살인자를 확인보려고 해봤지만 결국 확인할 수 없었어요.]
[그러면 뒤 내용은 좋지 않겠는걸.]
[네? 왜요?]
[정말 네가 말하는대로 살해당하는 일주일에 갇힌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 그 주인공에게 일어났다면, 주인공은 그 말도 안되는 일이 자신에게만 일어났을거라고 생각하면 안됐어.]
[그건.... 그 말은......]
[도망쳐도, 숨어도, 빌어도 살해당하고 있다고 했지. 다른 것은 그렇다쳐도 숨었는데도 찾아오는데서 이상함을 느꼈어야 했어.]
여태 몰랐던 사실이었다. 보건 선생님의 말을 통해 그제서야 나는 내 위치가 어디쯤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 순간엔 속이 메스꺼워지면서 토하고 싶었다. 남의 말로 확인 받는 순간 스스로가 초등학생의 손에 쥐어진 잠자리가 된 기분이었다. 언제든 초등학생이 원하면 조잡한 손놀림에 날개가 뜯겨진채로, 버동거리다가 개미들에게 생살을 파먹히는 잠자리가 된, 그런 기분이었다.
[그 이상함도 한 가지가 사실이라면 이상해지지도 않지.]
왜 항상 같은 틀 속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해가며 살아가냐고? 왜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냐고? 그래선 안되기 때문이다.
[혹시 그 주인공 살인자는, 주인공과 같이 일주일을 반복하고 있는 거 아니야? 주인공에게 있어 반복적으로 살해 당하는 일주일은, 그 살인자에게는 반복적으로 살인을 벌일 수 있는 일주일인 거 아니야?]
나는 내 살인자와 함께 반복하는 일주일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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