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과 두려움이 나를 감싸 안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나의 심장은 더욱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고, 이마에선 땀이 맺히고 있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녀석이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찬찬히 살펴보았다. 녀석의 상태는 멀쩡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멀쩡했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골골대던 녀석이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나도 멀쩡히 있었다. 다행히도 그 뒤에 별다른 이상행동을 보이진 않았고, 30분을 선 채로 바라보던 나는 그제야 한숨을 몰아 내쉬었다.
ㅡ아오 씨발 깜짝 놀랬네... 별일 없는데 괜히 작가가 오바싼거 아니야?
긴장이 풀린 나는 이제 저 녀석을 어떻게 처분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꾸 신경이 쓰여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뒤를 돌던 찰나 갑자기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ㅡ이게 뭔 냄새야?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독한 악취는 마치 암모니아처럼 쏘는 듯한 냄새가 났다.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서 시선을 돌리던 나는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녀석이 담겨있는 수조에서 부글부글하며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고, 녀석은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움직이고 있었는데 크기가 점점 커지며 핏줄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나는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ㅡ어어어? 저거 왜 저래?? 어어???
별안간 폭발할 것만 같던 수조는 금세 다시 고요해젔다. 하지만 녀석을 본 나의 정신은 고요하지 않았다. 녀석의 크기는 이전보다 훨씬 커져 있었고, 무엇보다도 눈이 생겼다. 녀석의 몸통 한가운데 눈이라고 밖에 설명 할 수 없는, 마치 인간의 것처럼 생긴 눈이 있었던 것이다. 하나밖에 없긴 했지만 그것은 분명히, 분명히 눈이었다. 호문쿨루스는 새로 생긴 눈을 시험이라도 하듯 천천히 수조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두려움에 휩싸여 녀석을 무조건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후들거리는 다리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여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수조 안을 둘러보던 녀석은 갑자기 나를 바라보고서 눈을 찡그렸다. 마치... 사람이 웃는 것처럼...
ㅡ내가...내가 지금 뭘...본거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혼란스러운 감정이 나를 뒤덮었다. 녀석이 웃었다. 나를 알아본 것처럼 나를 보고 웃었다. 녀석의 그 행동은 나를 혼란스럽게 하기 충분했고,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나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단순히 나의 살점을 먹은 것만으로 저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저것을 버려야 하나? 아니면 계속 키워야 하나? 온갖 의문이 나를 괴롭혔다.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겪은 나의 머리는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도망치듯 내 집을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뛰고, 속이 울렁거렸으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ㅡ우웨에엑!!!!!!!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담벼락을 잡아 속을 게워내었다. 한참을 게워내고 나서야 속이 조금 진정이 되는듯 했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여러 생각들이 정신없이 머리를 스쳤지만 한 가지의 의문 만은 계속해서 남아있었다.
ㅡ나...이제 진짜 어떻게 해야되지..?
9
0
0
526
추천
반대
신고
답글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네티켓의 기본입니다.게시물에 상관없는 답글이나 추천유도성 답글을 달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