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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고 있다.
나뭇가지위 쌓인 눈이 흘러 내리듯 계절은 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어둑해진 골목이 밝게 열리기 전,
골목을 가득 채우는 터벅거리는 소리는 필시,
입에 문 새빨간 담뱃불 하나 벗 삶아 출근길에 나선
일용직 최목수의 오래된 낡은 안전화에서 나는 소리라는건
이 골목에 보금자리를 튼 주민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였다.
약 1년전, 어떤 사건에서 다리를 크게 다친뒤로 그 소리가 더욱이 거슬렸지만 이른 새벽을 여는 그의 발소리는 골목의 한부분으로 녺아내려 그 누구도 그소리에 불편을 표한적이 없었다.
매일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소리, 노르스름한 외등하나 없고
사방이 도시숲에 막혀 해가 제일 늦게 들어으는 낡은 판자촌 골목길의 아침을 최목수가 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살며시 다가온 봄내음을 느낄새도 없이 다가온 더위에 골목이 달궈졌을때, 폐지와 공병을 주워가며 홀로 어린 손녀를 키우던 김씨할머니의 외침이 골목을 흔들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최목수의 발소리를
자명종 삼아 아침을 맞이한 늙은 그녀의
비명은, 전 날 주말이였던 관계로 집집마다 내 놓았을
빈 병을 주우려고 밖을 나섰는데 본인 집 대문 앞에 놓여진 검은 비닐봉지가 혹시나 전 날 제사를 지낸 황씨 할멈이 놓고간 제사음식일까 싶어 열어 보았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잘게 다져진 고깃덩어리가 무엇인지 깨닳고 나서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공포였다.
조용하고 어둡던 동네가 빨갛고 파란 불 빛으로 물들고
그 불 빛을 몰고온 경찰들의 말에 따르면 무식하게 짓이기고
다진 고기는 누군가의 왼손이라고 했다.
그러다 그 상황을 지켜보며 이리저리 소문을 불려가던
사람들중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 한 마디에 모두 주목하기 시작했다.
-손등에 쪼매난 별 모양 문신 있다던디,
저기 위짝에 사는 공씨 아니여? 그 있잖여 얼마전에 출소한..
평소 쉰소리하기 좋아하는 걸로 유명한 알콜중독자의 말에
순경 하나가 와서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몇몇이 공씨집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무리들 중, 제일 먼저 녹이 잔뜩 낀 파란 대문을 부수듯이 열고 들어간 사람의 말에 따르면 그 어디에서도 공씨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에 따라 들어온 순경이 마당 한켠 놓인 개 집안에서 공씨의 머리를 발견하기
전까지 공씨는 그 어디에도 없는줄 알았었다.
그로부터 몇 일, 몇 주동안 태풍이라도 몰아치는 듯이
동네 전체가 시끄러웠었다.
공씨와 원한관계에 있을 법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고
작고 별 볼일 없는 동네에 둥지를 튼 사람들중, 몇 해전
공씨의 뺑소니로 사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었고,
총 4명의 피해자 중, 공씨가 고깃덩이가 되기 전날
공씨의 뺑소니로 허무하게 먼저 떠나버린 남편 제사를 지냈던 황씨 할멈은 몇 일간 걸친 조사에서 혐의를 찾을수 없어
간신히 집에 돌아올 수 있었고, 이제 남은 사람은 최목수 하나 뿐이였다.
약 1년전, 하루도 빠짐없이 울리던 최목수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때가 있었다. 홀로 키우던 어린 남매 중,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간 막내 딸아이가 바다가 보고싶다며 투정부리는 탓에
그날 하루 어쩔수없이 일터에 나갈수가 없었다.
매일 이렇게 열심히 살면 나중에 큰놈 고등학교 올라갈적에
지금보다 형편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에 버텨내던중
딸아이의 귀여운 투정은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와
'하루정도야...'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최목수도 그의 자식들도 그날 하루, 처음으로 남들과 비슷한
추억을 쌓을수 있었다. 그날 밤, 고단해하는 아이들을 다독이며 들어선 어두운 골목길 입구에서 오랜만에 마주친 노인의
인사에 이 사람이 누군지 고민하는것도 잠시,
자주 아이들을 들여다보고 챙겨주는 황씨 할머니의 남편이라는 노인의 말에 최목수와 노인, 그리고 아들과 딸은 그 자리에서 즐겁게 대화를 하던 그 짧은 시간동안 공씨의 낡은 자동차가 죽음처럼 갑작스레 다가오고 있다는걸 미쳐 알지 못했다.
그 날이후로 황씨 할멈은 남편을 잃고, 최목수는 다리 한쪽을 다쳐 제대로 걸을수 없게 되었지만, 어린 딸의 분리된 왼손과
뒤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멀리 떠나버린 아이들로 인해 그는 희망도 삶의 목표도 모두 잃었다.
경찰이 최목수를 찾아갔을때,
단칸방 한켠에 누워있는 최목수의
몸뚱아리 아래 깔린 낡은 이불이 찐득한 액체에 흥건히
적셔지고 말라 비틀어질때까지
육체는 이미 썩을대로 썩어있었다.
1년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한듯,
머리맡에 놓인 유서 한통으로 알수있었다. 경찰관계자들은 연일 보도되는 언론에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는 말만 남긴채, 그렇게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주취감경과 정신병을 핑계로 형을 얼마 살지않은
공씨가 뺑소니치던 그날 김씨 할머니는 전부 보았다.
도망치는 공씨,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시간, 최목수와 노인의 지갑에서 몇푼 안되는 지폐를 꺼내
쌈지주머니에 넣고 그렇게 김씨 할머니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사건에 관심을 가지던 언론의 호소도 사그라들고 단풍이 붉게 물들어가던 무렵, 김씨 할머니는 잠들지 못했다.
몇 일동안 매일, 같은 시간 어두운 골목길에 울려퍼지는
최목수의 안전화 소리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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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사과 |
쓸쓸한 분의기 너무 좋은데 문장이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많은것 같아요. 때론 스트레이트하게 쭉 읽히는 맛도 필요한데 너무 앞뒤로 호응이 왔다갔다하는게 몰입을 방해하네요ㅠ 정성들여 쓰신 글에 주제넘게 댓글 달아봅니당.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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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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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감지사이렌 |
앗 감사합니다. 글 재주가 없어서...ㅠ 호응이 왔다갔다한다는게 어떤건지 알려주실수있나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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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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