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서운 이야기를 아주 좋아해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읽는 것도, 보는 것도 전부 좋아합니다.

그 당시에는 특히,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식사모임을 여는, 요즘으로 말하자면 오프라인 모임에 빠져있었습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같은 화제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을 겁니다.

이 이야기는 그랬던 제가, 이제는 오프라인 모임에 가지 않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속해 있던 그룹은 시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비정기적으로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매번 2~30명 정도 모였고, 참여 인원은 거의 항상 같은 조합이긴 했지만 바뀌는 경우도 가끔 있었습니다.

그날은 특히 인상 깊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남자였는데, 사적인 식사 모임인데도 정장을 차려입고 참가한 것이었습니다.


평상복으로 정장을 입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그 점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것보다도 그 남자는 너무 안색이 나빠 보였습니다.


‘혹시 블랙 기업에서 일하느라 정장도 못 갈아입을 정도로 여유 없이 사는 거 아냐?’


라는 등,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말았죠.

어쨌든, 그 남자에게 관심이 생긴 저는 그와 대화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 기회는 곧 찾아왔습니다.

식사모임이 시작되자 그 남자가 제 옆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저는 바로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 （닉네임） 라고 합니다.”


“▲▲? 이름이 특이하시네요.”


“아, 본명이 아니라 그룹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입니다. 닉네임이 어떻게 되세요?”


“닉네임이요...... 아, 저는 그런 게 없어서요, 본명인 K라고 불러주세요.”


그룹 사람도 아닌데 여긴 왜 온 걸까,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즐거운 자리였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정장을 입고 있으시나요?"


“얘기하자면 조금 긴데요. 들어보시겠습니까?”


그런 말을 꺼낸 뒤, 남자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학생 때부터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정말 멋진 여자였어요. 이름은 M이라고 하는데, 누구에게나 친절한 데다 얼굴도 예쁘고, 특히 웃는 모습이 참 예뻤어요.

여성의 웃는 얼굴을 보면 힘이 나는 법이지만, 그녀는 특별했습니다. 인기가 상당했었기 때문에, 분명 그런 생각을 하던 게 저 혼자는 아닐 겁니다.

저희의 관계는 사회인이 된 후에도 계속되었고, 서로 결혼에 대해 의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둘 다 영화 감상이 취미여서, 그날도 화제가 된 영화를 함께 보러 갔었습니다.

영화관은 큰 건물 3층에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젊은 사람이 계단으로 좀 올라가지, 라고들 말하겠죠. 정말, 계단으로 갔어야 했는데...


엘리베이터에는 저희 두 명과 남자 한 명이 동시에 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죠.


저와 M 사이에 그 남자가 억지로 끼어들더니, 저를 옆으로 밀치면서 비집고 들어오는 겁니다.

어? 라고 당황하던 찰나에, 그 남자가 M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오랜만이야, M. 나 기억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스러웠지만, M은 저보다 더 당황한 것 같았습니다.

무리도 아니죠,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남자는 자기 마음대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아~! 괜찮아, 기억 안 나도. 나만 기억한다는 건 그만큼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는 뜻이겠지.

나는 S야. 어린이집부터 중학교까지 같이 다녔어.”


S라는 이름을 듣고 얼마 되지 않아서 M은 그가 기억이 났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이 되지는 않았죠.


M이 대답했습니다.


"S...기억하고 있긴 한데...뭐야?"


S라는 남자는 황당한 말을 했습니다


“M, 데리러 왔어. 결혼하자."


여기서 저는 폭발했습니다.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너?!”


저는 S의 멱살을 잡고 따졌습니다.

그러자 S가 말하길,


“너야말로 뭐냐? M을 좋아한 건 내가 먼저라고. 너는 내 뒤야. 그러니까 내가 이겼어.”


듣고도 이해가 안 되죠.

더 그를 상대해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M을 껴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S라는 남자는 우리가 떠날 때까지도


“꼭 데리러 갈게~!”


라고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영화를 볼 기분이 아니었던 저희는 차를 타고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 “도대체 저 남자 뭐야?!”


M “S야. 그 말대로 오랫동안 같이 다녔던 사람. 하지만 그건 우연히 그렇게 된 거고, 조용하고 존재감 없는 사람이라 나랑은 아무 연관도 없었어……”


M은 떨고 있었습니다. 무리도 아니죠.

당분간 S라는 남자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날은 평소처럼 M과 함께 서로를 격려하며 일어나서 출근했습니다.

회사에 막 도착하려고 할 때 M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K, 도와줘! S가 우리 회사에 있어!”


안 좋은 예감은 들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일이 터질 줄은 몰랐어요.

어제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바로 다음 날에 말이죠.

회사 바로 앞에서 저는 M에게 달려갔습니다.


편의점에서 M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M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S는 어디 있어?”


제가 물어보니, 그는 M의 회사 앞에서 매복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M의 회사 앞까지 가봤더니, 정말로 S가 있었습니다.

그를 보자마자 화를 주체할 수 없어 소리 질렀습니다.


“야 이 새끼야! 너 도대체 뭐야! 적당히 좀 해!!"


출퇴근 시간에 화를 내며 고함을 지르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S는 말했습니다.


"말했잖아, M을 데리러 간다고. 나는 M을 좋아해. 너보다 훨씬 전부터 좋아했어. 계속 봐왔어. M은 내 거야.”


다음 순간, S는 땅바닥으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주먹을 휘두르고 있더군요.

스스로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저는 흥분 상태였습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제지당했고,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엄중히 주의만 받고 어떻게든 수습되었습니다만……

저와 M은 그대로 회사를 쉬었습니다.

S는 떠나려는 순간, 또 말했습니다.


“데리러 갈게.”


저희는 제정신이 아닌 놈과 얽혀버렸다는 사실에 벌벌 떨었습니다.


그 뒤로 S는 M의 주변을 쫓아다녔습니다.

평화란, 한순간에 끝나는 법이죠.

S 녀석은 M 앞에 나타나지만, 전혀 말을 걸지 않습니다. 그냥 모습을 비출 뿐.

그 점이 몹시 불쾌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큰일이긴 하지만, 실제 상해를 입거나 해야지만 경찰이 움직여 줍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우연히 거기 있었을 뿐이라고 변명할 수 있기 때문에, 범죄로 기소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M에게는 확실히 자신의 모습을 인식시키는 거죠.

어디를 가도 S가 나타나자, M은 집에 틀어박힌 채 노이로제 증상을 보였습니다. 얼굴에서는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집 안으로 숨어도 S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M의 전화번호를 어디서 알았는지 틈만 나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물론 착신 거부 등의 조치를 취하지만, S 녀석은 말도 안 되게 많은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죠.

하나를 차단하면 다시 다른 번호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끝이 없어요.

결국, M의 휴대폰은 해지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M의 집으로 우편물이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S의 열렬한 러브레터와 함께, 매일매일 M의 어릴 적 사진이 11장 도착합니다.

그중에는 가족들만 소장하고 있던 어린 시절의 사진들도 있었고, 시기는 제각각이지만 도촬한 것 같은 사진까지 있었습니다.

게다가 11장, M의 생일이 11월이었거든요...


M은 눈에 띄게 피폐해졌습니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해 회사도 그만두었고, 매달리고 화풀이하는 것도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는 해도 아주 괴로운 관계가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M은 집안에 불행한 사정이 있어, 부모도 가족도 없습니다.


그때의 저는 S의 집요한 모습에, 심지어 감탄할 지경이었습니다.

그 사진도 정말로 M을 오랫동안 계속 좋아하지 않았다면 갖고 있지 않았겠죠.

심지어 M에 대한 제 사랑은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M이 인기 있는 게 잘못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었고요...... 형편없는 놈이죠.


궁지에 몰린 저희는 큰맘 먹고 S를 찾아가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S는 아무리 찾아봐도 종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도 한 명도 없고, 회사에 다녔던 기록도 없었습니다.

운동이나 공부도 평범했고, M의 동급생마저도 존재감이 희미해서 기억도 안 나고, 잘 모른다고 하는 상황.

S의 부모님은 큰 집에 사는 자산가였습니다.

삼 형제 중 둘째였다고 하는데, 부모님 댁을 찾아가도 “그런 애 몰라요”라고 우기며 상대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M과는 다르게 가족도 있으면서 이렇게까지 고독한 녀석은 처음이라, 저는 조금이나마 그를 동정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기분 전환할 겸, 저는 M을 데리고 밤길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눈앞에 S가 나타났습니다.


“꺄악!!!!!”


M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저는 S와 담판을 짓기로 했습니다.


“이제 끝내자.”


라고요.


S “끝이라니?”


K “…내가 물러날게.”


이제 그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유일한, 하나뿐인 제 결단이었습니다.


M "거짓말, 거짓말이지?! 나를 버리는 거야?!!”


M은 저에게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저는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그러자 S가 말했습니다.


“이거 쓰면 되잖아.”


S를 바라보니, 손에 식칼이 들려 있었습니다.


S “이걸로 날 죽이면 돼. 자.”


그렇게 말하며 S는 제게 식칼을 건넸습니다.


분명 저 자신도 정신적으로 몰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뭐야. 그거면 되는구나.

그렇게 생각한 저는 S를 향해 돌진했습니다

손이 따뜻하다.

그렇게 느낀 순간 S는 그 자리에 털썩 쓰러졌습니다.


S는 구급차에 실려 갔지만 그대로 사망했습니다.

저는 살인 현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되었고, 한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했습니다.


교도소 면회에는 저를 걱정해 준 모두가 찾아와 주었습니다. 물론 M도요.

M은 면회 때 나직이 말했습니다.


“S가 아직도 나를 만나러 와.”


S는 이제는 이 세상에 없을 텐데도요.

그때, 저는 M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형기를 마치고 드디어 풀려난 저는 먼저 M의 집으로 갔습니다.


“K가 좋아하는 돼지고기 생강구이 만들어놓고 기다릴게.”


며칠 전 M이 한 말을 가슴에 품고, 조급함을 참으며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제 눈에 들어온 것은

M이 목을 맨 모습이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차가워진 생강구이와 M이 쓴 편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편지에는 저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그리고 S가 귀신이 되어 자꾸 나타나고 있으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적어놓았죠.


절망한 저는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져 죽었습니다.

정장을 입은 건 말이죠. 언젠가 M을 다시 만났을 때, 바로 프로포즈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거든요.”




상당히 오랜 시간 정장 입은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만, 이상하게도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멍하니 있자, 정장 입은 남자는 곁눈질로 저를 바라보며


“그럼, 저는 이만.”


이란 말을 남기고 가게를 나섰습니다.

왠지 머리가 멍해져 버린 저는,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왠지 아른거리는 듯한 느낌에 싸여 있었습니다.


나중에 정장 입은 남자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그룹에 댓글을 달고 있던 저는, 심상치 않은 점을 깨달았습니다.


[정장 입은 남자? 그런 사람이 있었나요?]


[▲▲님, 계속 멍하니 계시고, 말 걸어도 대답이 없으셔서 무서웠어요.]


[기분이 안 좋으신가 싶어서 다들 신경 쓰시더라고요.]


아무도 이 이야기를 듣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정장을 입은 남성조차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흔히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귀신이 모인다고들 하는데, 정장을 입은 남성도 그런 식으로 찾아온 걸까요?

그리고 K 씨는 귀신이 되면 M 씨와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건, M 씨는 이미 성불한 걸까요?

그게 아니면……


이야기의 내용은 물론, 무서운 이야기의 당사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꽤 충격을 받았고, 다시는 그런 모임에 참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무서운 이야기가 모이는 곳은 주의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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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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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

어제 잠깐 올렸다가 조금 수정해서 재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