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나이가 40대 중반의 아재이고 나이가 있어서인지 귀신보다는 사람이 더 무서운것 같은데
그날의 기억은 참 신기（?）하긴 합니다.

편한게 글쓰겠습니다.
97년 파주읍 향양리에 위치한 초등학교 분교같은 부대에 근무하였다.
교회에 다닌다고 어느날 군종을 시켜주었다.
그렇다고 나의 보직이 바뀌거나 군생활이 편하게 풀리진 않았다.
오히려 더 불편하였다.
일정이 끝나면 쉬고싶은데 간혹 고개 2개를 넘어야하는 교회에 출석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날 부대내에 정문초소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났다.
한창 어수선할쯤 일직사관들이 점호끝나면 나를 대표기도 시켰다.속으로 이게 무슨짓인가 싶기도 하였지만
어쩔수 없이 기도를 하곤했다
시간이 지나자 나의 기도빨과는 무관하게 귀신의 소문은 없어지고 덕분에 나의 점호이후 대표기도 또한 없어졌다.

가을이 다가올쯤 여느때와 다름없이 야간근무를 배정받았는데 평소와는 달리 그날은 후임병과 근무서는것이 아닌 고참과 근무를 서게 되었다.
후임병과 배정을 받으면 화이바벗고, 탄띠 풀고, 총 세워놓고 자곤하는데 고참과 근무를 서게되니 총을 허리춤에 세우고 근무를 서게 되었다.

초가을의 새벽은 조금은 서늘하긴 했지만 잠오기 너무도 좋은 환경이였다.
잠깐 망중한에 빠져있을때 이미 고참은 골아 떨어져있었고 나도 벽에 기대에 살짝 졸았는데

갑자기 비누향이 나면서
목주변에 소름이 끼치면서 뒤에서 누가 있음을 느꼈다.
분명 사람이라곤 나의 발아래 자고있는 고참말고는 사람이 있을수 없는 자리에..

사람이 아님을 느끼면서도 스스로에게 내손에는 총이 있고（그래봤자 공포탄이지만） 이런것에 쫄았다는것이 쪽팔린다는 생각에
심호흡크게 하고 돌아서니 아무도 없었다.
속으로 " 아 씨발 쪽팔리구로 괜히 쫄았네" 하며 돌아설려고하는 찰나 계속되는 소름에
밑으로 보니 6세정도 되는 여자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놀라서 다시한번 보니 그 아이는 없어졌다.
너무도 분명히 여자아이의 형태를 봤기에 완전 놀라고 마침 교대시간이 다되어 고참이 일어나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더니
다음날 부대내에 군종이 귀신보고 쫄았다고 영빨 없다고 소문만 날뿐 그 이후에 그러한 일들을 전혀 경험하진 못했다.

미취학의 머리카락이 어깨를 넘어선 단정한 여자아이의 모습..이또한 시간이 지나자 점차 잊혀지고
제대후 간혹 군대얘기나 할때 술안주용으로 얘기하며
미친놈소리 들으며 웃곤 하였다.

시간이 한참지나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이제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지는 나이가 되었다.
여느때 처럼 새벽에 일을 나가야 되어서 방문을 열고 나갈쯤
갑자기
완전히 잊었던 그날의 기분이 완벽히 느껴지고 ...등부터 목까지 타고 오는 소름..그러면서 완전히 잊었던 아이의 모습이 기억이 서서히 나기 시작했다.
"아....이려면 안되는데... 씨발...어찌돌아봐야하나..."싶다가 그래도 가족이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돌아서는 순간
그날에 봤던 여자아이.. 어깨를 넘어선 머리카락 같은키 같은복장의 아이가 서있었다.얼굴을 보는순간
아주 짧은 비명을 질렸다..무서움의 감정보다 놀라움에 더 가까운..25년전 부대정문 초소에 봤던 아이는...
우리집 큰 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