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작년 5월 말 즈음이었던 것 같다.
거즘 모든 중학교에서 그러하듯 우리 학교도 5월 말 즈음이면 체력측정, 유연성측정 등 뭘 자꾸 측정하기 바빴다. 당연하게도, 유연성, 악력, 지구력 측정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왕복 달리기를 할 때, 나름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사건이 벌어진다. 여기서 이를 읽는 이라면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것. 맞다. 귀신소동이다.
우리 학교는 여섯 내지 일곱 씩 모둠을 만들어 왕복 달리기를 하였기에 난 비교적 먼저 뛰었고, 누구보다 빠르게 나가 떨어져 잘 뛰는 학우들을 구경했다. 하나 둘 나가떨어져 등급이 측정되고 다음 모둠이 뛰기를 반복하는 그 때였다.
세번째 모둠이었는 지 네번째 모둠이었는 지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만 아마 네번째 모둠이 뛰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분명 우리 반 여섯이서 뛰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여섯이던 학우들이 다섯이 됬을 때 갑자기 삐쩍 마르고 키가 큰 20대 초반의 남자가 신발장과 가장 가깝게 있던 학생 옆으로 뛰어가는 것을 봤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냥 어지간히 바쁘겠거니- 하고 마저 같은 반 학우들이 얼마나 버틸 지 가늠하던 와중, 난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그는 진작에 지나갔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이 두 눈으로 딱 봤을 터인데, 그가 또 학우들과 뛰고 있었다. 이상한 건 그 뿐이 아니었다.
왕복 달리기를 하면, 사람은 한 번 가고 한 번 오며 이를 반복하는 게 당연한 소리고 이치이지만은, 그 사람은 가기만 하는 것이다. 분명 사람이 갈 때에는 여섯이었으나, 올 때에는 다섯이이기의 연속이었다.
이는 다섯이던 학우가 넷이됬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갈 때에는 다섯, 올 때에는 넷이 되는 것이다. 나의 학우들을 향한 두 눈은 점점 그에게 고정되었다.
그는 뛰면 뛸수록 더욱이 즐거워 했고, 그와 동시에 기괴해져갔다. 학우들이 세 바퀴를 뛰었을 때, 그는 산뜻한 미소를 머금고 살짝 뛰었다.
살짝 뛰는 것에서 점점 전력질주가 되갈수록 그의 입은 찢어질 듯 위로 올라갔고 평범한 조깅하듯 앞뒤로 움직이던 그의 몸은 춤을 추듯 휘졌듯이 했다. 다들 알지 않은가, 다리는 폴더폰마냥 접히다 펴지고 어깨는 들썩이며 목은 정자세에서도 힘들정도로 뒤로 꺾이는 모습.
그제서야 난 느꼈다. 아, 이새끼 인간 아니구나.
하지만 내가 뭔 무당도 아니고 뭘 할 수 있을리가 없기에 그냥 지켜만 보았고, 셋에서 둘이 될 즈음 만족했는지 사라져있었다. 난 그냥 오랜만에 제대로된 거 봤다, 하고 넘어가려던 참이던 중, 신발을 바꿔 신으려 신발장에 간 학우들은 난리가 났다.
내가 봐왔던 그가 뛴 자리에, 젖은 발바닥 자국이 딱 그가 뛰었던 그 자리들에 찍혀있는 것이다. 난 여상하게 대답했고 한 3초 즈음 모두가 얼어붙었다.
" 아까 사람 지나가지 않았어? 그 때 찍혔나보지. "
난 아직도 날 바라본 애들의 그 눈빛을 기억한다. 애초에 여길 지나간 사람은 없었다는, 소름끼친다는 그 눈빛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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