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가 원룸에 살다가 "어차피 잠만 자는거 방값 조금만 줄이자" 라는 생각으로 저렴한 방을 찾으러 다녔다


찾다보니 건물은 오래됐지만 나름 잘 관리된 미니원룸을 발견했다.


오래된 곳이라 자동잠금장치가 없어서 키를 받아들고 방에 들어갔다. 오래된 감이 있지만 크기도 적당하고 본가의 내 방처럼 아늑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마냥 좋은 곳은 아니었다.
먼저 햇빛이 그렇게 잘 드는 방이 아니었고 그러다보니 왠지 모를 습한 느낌에... 이름 모를 작은 벌레들까지...
거기다 일주일 중 3-4일은 건물 뒤 술집 소음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며칠 선잠을 자다보니 자도자도 피곤했다. 인상 깊었던 그 날 역시 선잠에 들었을 때 였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떠보니 머리 맡에 어두운 실루엣이 보였다. 친구인가 싶어 누운 상태에서 고개만 좀 돌려 그 실루엣을 보니...


키 170 정도 되보이는 여성이 고개를 숙인 상태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채 가만히 서 있었다.


원래 겁이 정말 많은 편인데,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다. 아마 잠이 덜깨서 "뭐지?? "라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개꿈이라 생각하고 1-2초 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내 방에 지금 여자가 있을리 없는데?! 라는 생각에 몸을 급하게 일으키니 여자는 그 자리에 없었다. 인기척이나 사라지는 소리가 없었으니 당연히 사람이라 생각하면 안됐지만... 바로 불을 켜고 이 작은 방에 혹시 숨었나 싶어 샅샅이 뒤져봤지만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하긴... 새벽 3시에 무슨 사람이 남의 방에 찾아와...


마지막으로 누가 들어왔던거 아니야?? 라는 생각에 현관문을 확인해보니 문이 잠겨져있지 않았다.


혹시 스토킹?? 이라는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지만 거울을 보며 망상을 지워냈다. 그래도 문단속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경각심을 가졌다. 뭐 당연하게도 10년 넘게 도어락에 익숙해진 나의 몸은 문단속을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


새벽 어느 날, 다시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머리 맡에 그 검은 실루엣이 서 있었다.


가위를 눌리면 귀신이 보인다기에 가위 무경험자인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당연히 그 검은 형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에 계속 쳐다보면서 말이다.


손가락은 움직였고 이건 가위가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없어질까 고민하다가 저번처럼 눈을 감았다가 뜨면 없어지겠지?? 라는 바램으로 눈을 꼭 감았다. 다행히 그 검은 형체는 모습을 감췄고, 혹시 현관문이 잠겨있지 않아 이런 현상이 생기는게 맞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이과생이 아니었기에 문과 검은 형체의 연관성을 다시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한마디로 문단속 잘해야지 라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술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들었다.


그럼 당연하다는 듯... 새벽 3-4시 머리 맡에 검은 여성이 서 있었다. 아무런 말도 어떠한 시선도 없이 고개를 떨구고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얼굴조차 볼 수 없는 그 여성.


그후, 월에 1-2번 잠금장치가 열려있으면 검은 여성이 서있었고 5-6개월 후로는 잠금장치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겨 그 검은 여성을 보지는 못했다.



그렇게 1년 좀 넘게 살았고, 새로운 건물주가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나를 포함한 모든 세입자들이 그 건물에서 나와 다른 자취방으로 나가야했다.



수소문을 해봐도 딱히 떠도는 말은 없었다. 그녀는 문단속의 요정이었을까?







요약. 자취방 현관문 안잠그면 새벽에 왠 여자가 내 머리맡에 서있음




Ps.
1. 건물주가 팔 생각이라서 그랬는지 제가 사는 층의 복도만 센서불을 고쳐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밤의 복도 분위기는 첫 사진과 같았습니다.

2. 사진은 링의 사다코인데... 제가 본 형태는 사진 속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다른게 있다면 무릎까지 내려올 정도로 머리카락이 길었고, 옷은 온통 검정색에 손,발을 뒤덮을 정도로 옷이 길었다는 것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