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박증 환자다. 벽에서 두 뼘 정도 띄워진 침대 위로 이불을 침대의 중간으로부터 '정확하게' 대칭이 되도록 정돈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왜 대칭이냐구? 그야 대칭 강박증 환자니까.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나도 이게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하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해야 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사람들이 대칭으로 앉아있지 않으면 즉시 불안감이 시작된다. 액자나 텔레비젼, 시계 등등 벽의 정중앙에 놓이지 않으면 불안해 미칠 것만 같은 몇몆 물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정중앙에 있는 게 맞는지 자로 재 '확인해야만 한다'. 그래, 나도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하다는 걸 알아서, 줄자를 꺼낼 때마다 억울해서 울고만 싶다. 몇몇 물건들은 이미 갖다버린 지 오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강박적인 사고와 행동이 모든 것에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물건은 그냥 내 기준에 맞춰서 정리한 뒤, 되도록이면 건들이지 않으면 되니까.
...사실 정말 심한 건 내 몸에 관한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머리카락과 발톱까지도 대칭이어야만 한다. 나도 단정한 오대오 생머리에서 벗어나고 싶다. 긴 머리를 가지고 싶지만 매일 밤 끄트머리를 다듬다 정신을 차려보면 언제나 <레옹>의 마틸다 같은 머리가 되버린다. 그 머리도 나름 예쁘지 않냐고? 그렇지 않다. 가위를 드는 순간 나한테 중요한 것은 대칭이니까. 손톱? 물론 기르고 싶지. 그러나 언제나 머리와 같은 이유로 실패한다.
사실 이런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멍이나 상처 같은 것이다. 이런 것들은 생기는 즉시 내 정상적인 생활을 망친다. 멍을 어떻게 몸 반대편에 정확히 같은 크기로 만들 수 있을까? 흉터는.. 사실 몸에 작은 대칭 흉터가 몇 개 있다. 이 정신나간 행동이 너무 억울해서 종일 울었던 적도 있다. 슬프고 우울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다. 강박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내가 조심하는 수밖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몸이 거의 대칭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젠 나만의 규칙에 나름대로 익숙해졌기 때문에 나름대로 잘 맞춰서 사는 편이다.
이런 나한테 의외로 공장은 좋은 일자리다. 자동화된 기계들은 컨베이어 벨트 좌우에 대칭적으로 늘어서서는 대칭적으로 움직이잖아? 그리고 이런 단순노동은 생각을 좀 덜어주니까. 사실 전에 있던 공장은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나와 버리고 말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럴 일이 없길 바란다. 말했듯이, 내 의지로 되는 게 아니니까.
하얀 병실에서 눈을 떴다. 부모님이 울고 계셨다. 뭐지, 무슨 일이지? 왼손에 통증이 느껴졌고 흰 붕대 같은 것이 두껍게 감겨져 있었다. 난.. 아무 기억이 없는데. 일터에서 일을 하던 기억 밖에는. 멍하게 의사가 설명을 들었다. 왼손의 절반이 공작 기계에 들어가, 으스러져버렸다고 한다. 엄지손가락을 뺀 나머지 네 손가락과 함께. ...그 순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불안감이 나를 덮친다.. ..오른손을 보며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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