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해외는 중국 항저우야.

투어로 갔었는데 어떤 절에 갔을 때

몇 개씩 세워져 있는 불당 중 하나에 놓여있는 불상에서 이상한 게 나오는 걸 봤어.

팔다리가 엄청나게 긴 승려.

그게 내 쪽을 향해 흔들거리면서 오더니 말을 걸었고

중국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알아들을 수 있었어.

하지만 어째선지 나는 그때

[안 보이는 척을 하면 해를 끼칠 수 없다]

이 생각이 들어서 가까이 있던 친구에게

저 경치 예쁘지, 이런 얘기를 했어.

그 승려（?）는 날 향해 물론 중국어로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나는 안 보이는 척 안 들리는 척을 했어.


그러자 승려（?）는

[보였다면 돌려보내지 않았을 거다.]

이렇게 말하더니 또 흔들거리면서 불상 안으로 들어갔어.

그러자 종소리가 났고, 승려들이 불당으로 들어갔어.

[곧 독경 시간인가 봅니다. 방해되지 않도록 돌아갑시다.]

가이드의 말에 다들 그 자리를 떠났어.

승려들은 대체 무엇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는 걸까.

그건 절대 부처님이 아니야.

참고로 그 후에 자칫하면 죽을 뻔했을 수도 있었던 사고는 있었는데

무사히 회피할 수 있었고 귀국했어.


3일 후, TV에서 중국 각지 항일 시위 상황이 나왔어.

만약에 그때 그게 뭐였냐고, 그 승려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물었다면

나는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을까?

​

313 : : 2015/05/09（土） 21:10:27.57 ID:F9cDgN6s0.net

>>305

안 보이는 척하는 동안, 중국어로 무슨 말 들었는지 기억나?

​

315 : : 2015/05/09（土） 21:22:48.71 ID:Fk5mkV6fO.net

>>313

전부 알아들은 건 아닌데

[이름은?]

[어디서 왔지.]

[여기서 뭘 하고 있지?]

등.

중얼중얼 거려서 알아들은 건 이 정도뿐임

（그래도 신기하게 움찔거리지는 않았고대답하면 안 돼. 안 들리는 척, 안 보이는 척.）

이런 마음으로 가까이에 있던 친구를 잡고 승려를 가리키며

그 뒤에 있는 산들의 경치를 보며 서로 예쁘다고 얘기를 했어.

승려（?）가 얼굴을 키스하기 직전 정도로 밀착시켰지만 모르는 척을 하면서 은근슬쩍 피했어.

산에 있는 절이었으니까, 뭐가 있었던 걸까.

하지만 승려（?）가 들어간 불상을 향해 기도를 드리던 수행승들을 봤을 때

（이 사람들에게는 보이는 걸까. 저건 부처님이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어서 오싹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