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드립니다. 대명고등학교 3학년 최미래양이 실종되었습니다.

 - 정보를 알고 계신 분은 아래 번호로 제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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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 점심의 급식엔 맛없는 코다리 강정이 나온다. 냉장고 속에 흰 생크림 케이크가 들어있으니 맞을 것이다.

 코다리 조림은 원래는 싫어했지만, 익숙해지니 먹지 못할 것도 없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싫어하는 것이라도 반복적으로 들이밀어지면 점점 익숙해져가는 것이다. 

 "코다리 강정.... 싫어....." 

 닭강정인 줄 알고 허겁지겁 코다리 강정을 집어먹던 지연이가 한숨을 쉬며 급식실을 나온다.

 축 늘어진 잡초처럼 몸을 둥글게 구부리고, 온 몸으로 코다리 강정이 싫다는 것을 표현한다. 

 "그러니까, 밖에서 먹고 오자니까 그래. 그치, 미래야?" 

 혜수가 다정하게 웃으면서 말을 거든다. 

 "학교는 무서운 곳이야. 나를 코다리 강정에 적응시켜버리다니. 폭파시켜버리고 싶어." 

 "훌륭한 자세야, 친구. 같이 동참하게 해줄래?" 

 내 생각이 마음에 들었는지 지연이가 늘어지며 들러붙는다. 우리는 학교 폭파의 주제로 불이 붙어 열띄게 토론한다. 

 급식실을 먼저 부숴야 해, 악의 근원이야. 맞아, 맨날 누린내나는 돼지고기만 나오는 걸 보면 분명 지하에 돼지 사육장이 있을거야. 아니 그것보다 교무실 먼저 하면 안될까? 곧 우리 시험이잖아..... 

 "어느 정도나 폭파시킬건데? 폭파라면 중장비를 동원하는 게 아니라 폭발물을 사용하는 걸텐데, 이 정도 크기를 폭파시키려면 왠만한 규모 이상으로 필요한 것 알지? 파편 처리는 어떻게 할지 생각해봤어?" 

 우리의 폭파 계획은 허무하게도 혜수의 냉철한 지적에 금방 허물어져버리고 만다. 우리에게 그걸 반론할 충분한 지식과 이성은 없었으므로.

 하루하루 수능 준비에 바쁜 소녀들에게 그걸 보충할 시간이 있을리 만무한 것이다. 

 ".....떡볶이나 먹으러 가자. 교문에 학주 버티고 있을 것 같은데. 개구멍으로 가자." 

 "좋은 생각이야, 친구. 같이 동참하게 해줄래?" 

 할 말이 없어진 우리가 할 말은 많지 않았다. 우리는 패잔병마냥 조용히 개구멍을 향해 걸었다.

 떡볶이 집에 들어가자 분식집 아주머니가 우릴 반겨준다. 수저를 놓으면서 주문을 넣었다, 평소처럼. 

 "떡볶이 4인분 주세요." 

 "3명이서 먹는거니?" 

 실수했다. 되물음에 아차싶었지만 아직은 되돌릴 수 있는 정도의 실수다. 

 "네, 저희 많이 먹을거에요! 4인분 주세요!" 

 "아유, 당연하지! 우리 친구들이 얼마나 자주 오는데, 아줌마가 그 정도도 못하겠어?" 

 떡볶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또 이야기를 한다. 아까 급식실에서 하던 이야기의 연장이다. 

 "수능 끝나면 뭐할래?" 

 "죠스 베이 가자니까." 

 "거긴 중간 끝나고 갔잖아. 체슐리 가자." 

 구멍 뚫린 양말 사이로 삐져나온 발가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내 차례가 왔음을 느꼈다. 

 "흠흠." 

 헛기침을 하자 혜수와 지연이의 시선이 모여든다. 내 계획을 듣고 나면 모두 감탄할 것이었다. 그렇게 하기로 정해졌으니까.

 주머니 속에 꼬깃꼬깃 접어 넣어둔 전단지 두 장을 꺼내 보여주자 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거 보임?" 

 손가락으로 전단지의 구석을 가르키면서 보여주자 혜수와 지연이가 더더욱 좋아한다.  

 -전단지를 가지고 아리랜드 방문 시 츄러스와 젤리소다 2인분 무료 제공!- 

 "새로운 롤러코스터도 들여왔대. 360도로 연속 5번 돈다던데? 수능 끝나고 우리 꼭 여기 가야돼." 

 "가자." 

 "찬성이야." 

 떡볶이를 먹고 우리는 운동장을 세 바퀴를 돌았다. 

 그래도 살이 빠지진 않겠지만, 최소한 여기서 더 찌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그렇게 돌고 들어가니 반 안에 친구들이 모여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원히 이럴 수는 없어. 물론 안타까운 일이긴 한데. 나도 내 일이 있단 말이야!" 

 "그래서 더 해야한다니까?" 

 "야, 하예은, 내숭 떨지마. 어차피 너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싶어서 들어온거잖아."

 여태까지 없던 일이다. 가라앉았던 불안감이 다시 차오른다. 이 세계는 내가 주인공이다. 

 "다들 뭐해?" 

 "아니, 별거 아니야." 

 "그냥, 이야기? 하고 있었지이." 

 불안감에 물어보자 다들 어색하게 웃으며 눈을 피한다.

  별 거 아닐리 없다. 마치 방금 전까지 내 뒷담을 까다가 들킨 사람들 같다.

 유일하게 활짝 웃는 것은 하예은 뿐이다. 소위 말하는 노는 애. 반에서 분위기를 만들고, 남자애들이랑도 잘 어울리는 애. 

 "어서 와, 미래야! 우린 그냥 사진 좀 찍자고 이야기 나누고 있었지. 우리랑 같이 사진 찍자!" 

 하예은이 친근한 척 웃음 짓는다.  밀랍인형 같은 웃음이다. 

 "나는.... 됐어. 너희들끼리 찍어." 

 "아, 그러지 말고 같이 찍자니까?" 

 "예은아, 꼭 찍어야할까?" 

 내가 망설이자, 예은이 내게 다가와 바짝 붙는다.

 말릴 틈도 없이 사진은 찍혔고, 화면 속 내 모습은 일그러진 채였다. 

 아니나 다를까 하예은은 나에게 바로 핀잔을 주기 시작한다. 

 "무슨 영정사진 찍니? 표정이 왜 그래애~?" 

 "애초에 우리는 친한 사이도 아니었잖아. 왜 갑자기 사진을 찍자고 해?" 

 "아니이. 친하지 않으니까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어." 

 "지워줘." 

 "나는 너와 기억을 남기고 싶어서 그런건데, 서운하다." 

 "지워. 당장." 

하예은은 습관적인 가식적인 웃음으로 넘기려고 하다가 내가 표정을 풀지 않는 것을 보고 입을 뾰쪽하게 내밀었다.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애들이라면 몰라도, 나에게 저런 앙탈은 통하지 않는다. 받아줄 기분도 아니었고 말이다.

 다행히도 하예은의 무리는 하예은에게 가세해서 나를 꼽주지는 않았다. 

 어색하게 눈알을 굴리면서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내가 말 없이 노려보자, 마지못하다는 듯이 하예은이 지우는 것을 보여준다. 

 "어휴, 알았어, 알았어! 지우면 될 거 아니야!" 

 이제 괜찮을거다. 정말 괜찮을거다. 실수했어도, 아직은 되돌릴 수 있는 실수다.

 아무 일도 없을거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예은이 내게 거짓말했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다음 날, 등교하자마자 보인 것은 하예은의 얼굴에 보란듯이 그어져 있는 붉은 색 X였다. 

 "예은아." 

 자기 무리와 떠들던 하예은은 내가 자신을 조용한 곳으로 부르자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너 안 지웠지. 사진." 

 "왜 그래, 지우는 것도 보여줬잖아." 

 "거짓말 하지 마." 

 그러면 네 얼굴에 X표가 있을리 없잖아. 뒷말은 삼키고 그저 하예은을 조용히 바라봤다. 하예은은 답지 않게 쭈뼛거리더니, 변명

하듯 말했다. 

 "그 사진에는 내 얼굴도 있잖아." 

 "지우라고 했잖아." 

 "사진이 잘 나와서 다른 애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었어."  

 "........ 아, 썅. 말 더럽게 안 쳐듣네. 지우라고 했잖아! 왜 안 지웠는데? 죽고 싶어? 그렇게 죽고 싶으면 그냥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서 뒤져버려! 그러면 더 깔끔하고 최소한 남는 거라도 있지!" 

 "왜 화를 내고 그러는데? 이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야?" 

 요즘 부쩍 화가 많아졌다. 조금만 어긋나도 화가 나고, 마구 소리를 지르게 된다.

 최미래, 대명고등학교 3학년, 원래는 이러지 않았다. 내가 소리 지르는 것을 들은 하예은이 울먹였다. 갑자기 정신이 들어 사과했다. 

 "예은아. 난 널 좋아하지는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워하지도 않아. 소리 질러서 미안해." 

 등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하자, 갑자기 하예은이 나를 붙잡았다. 

 "나도야. 나도 널 잘 알지 못하지만, 나도 널 미워한 적 없었어. 한 번도. 정말이야." 

 안절부절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았다. 하예은이 이렇게 말할 줄도 알았나?

 그냥 노는 것만 좋아하는 담배피는 골빈 애인 줄 알았는데.

 좀 더 우리가 친했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내뱉어버렸다. 

 "혹시, 원하는 것 있어?" 

 나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다. 원하는 것은 한 가지만 빼고 모든 이룰 수 있다. 그러니 소원 정도는 들어주는 게 어렵지 않다. 

 "원하는 거?" 

 "아무거나라도 좋아. 아무거나 말해줘." 

 "나랑 사진 찍어주면 안돼?" 

 "그래. 뭐, 닳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나 고양이 필터 씌워서 찍어줘. 나 그거 좋아하거든." 

 "그건 내 안목을 믿어도 좋아." 

 하예은이 히히 웃으면서 필터를 골랐다. 꽤나 마음에 드는 필터였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몇 장 더 찍었다.

 서로의 얼굴을 바꿔서 찍기도 하고, 이상한 외계인 필터같은 것도 씌워서 찍었다.

 필터로 찍힌 내 모습이 너무 웃겨서 그만 깔깔 웃어버렸다. 하예은도 같이 깔깔 웃었다.

 내 웃음소리보다는 하예은의 웃음소리가 더 커서 담임이 구경까지 왔다. 

 "다녀왔습니다." 

 즐거운 건 늘 한순간에 지나가버린다. 야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 맞아줬다. 엄마가. 

 "왔니? 먹고 싶은건 없어?" 

 "됐어. 나 다이어트 해야하잖아."  

 "무슨 네 나이에 다이어트야. 그러지 말고 먹고 싶은 걸 말해주면...." 

 "밥 맛이 없어요." 

 말을 자르고 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문을 걸어 잠그고 싶지만 그랬다간 뭔가 잘못될지도 모른다. 

 문틈으로 나를 지켜보는 엄마의 시선이 느껴진다. 숨 죽이고 있는 엄마의 시선은 내 등에 고정되어 있다. 

 내가 뭘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공책을 꺼냈다.

 하예은이 뭘 좋아했지? 나나콘을 좋아했던 것 같다. 아마. 

 걔는 맨날 그걸 먹고 있었으니까. 그거 말고도 다른 것도 떠올려서 노트를 채워나갔다.

 이번 일주일은 후회없이 보내고 싶다. 

- 오독콘 주기 

- 공부 도와주기 

- 경품 주기 

 다음 날은 반에 들어가기 전 매점을 들렸다. 내가 먹을 것은 아니고, 하예은이 먹을 것이다. 

 "예은아." 

 하예은은 자기 무리와 대화를 하다가 나를 꺼려하며 돌아보았다. 매점에서 사온 오독콘을 던지자, 한층 더 나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먹어!" 

 "어? 어...." 

 "그리고 간뇌 시상하부에서는 THR이 분비 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지 말을 뭉개다가 자기 무리와 대화를 하며 오독콘을 까먹는다.

 하예은의 친구들은 떨떠름하게 나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이며 감사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에도 시험 답을 슬쩍 말해주면서 하예은에게 오독콘을 줬다. 가끔은 이야기도 했다.

 혜수와 지연이는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이번 주는 하예은에게 잘해주기로 정했으니 바꾸는 건 없었다.  

 그렇게 알게된 하예은은 생각보다 성격이 좋은 애였다. 물론 말 할 때 과도하게 욕을 섞어쓰는 경향이 없잖아 있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는 애였다.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고, 순대를 먹을 때 간은 먹지 않았다. 엑소를 좋아했고, 춤은 더 잘췄다.

 살짝 애 같은 면도 있었는데, 춤 추는 걸 보다가 호들갑 떨면서 칭찬해주자, 쑥스러운 기색이 있으면서도 금방 좋아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새 친구 비스무리하게 되고, 농담까지 주고 받았다. 

 "아, 하예은! 담배 냄새 나! 담배 좀 끊으라고 했지!" 

 "그러게. 넌 이런 거 피지 마라.......후우." 

 딸기맛 막대사탕을 후 불면서 하예은은 낄낄거렸다. 평소에는 자기 무리와 낄낄거리는 소리가 정말 듣기 싫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웃음소리가 특이한 것 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요일에는 학교에서 추첨을 했다. 주머니에 든 3만원을 꺼내서 당첨 쪽지를 사고, 하예은에게 넘겨줬다.

 1등 경품으로 이어폰을 받게된 하예은은 기뻐보이기보단, 찝찝해보였다.

 금요일이 밤, 야자가 끝나고 나서야 하예은은 내게 묻는다.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시험은 잘 봤어?" 

 "덕분에. 네가 말해준 것만 나오더라고." 

 "경품 받아서 좋았어?" 

 "그러긴한데, 왜 이러는거냐고 물었는데." 

 "난....나는 널 싫어하지 않아." 

 "그건 저번에 끝난 이야기 아니었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 하예은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얼마 없다. 

 "미안해." 

 "왜 사과하는거야?" 

 "미안해......" 

 이 세계의 주인공은 나다. 어차피 말해도 이해할 수 없을거고, 고백해도 잊어버릴 것이다. 하예은은 망연한 상태로 날 따라온다. 

 "미래야, 대체 왜 이러는거야?" 

 "미안해, 나 따라오지 마. 밝은 곳으로만 다녀. 오늘은 금요일 밤이니까." 

 따라오지 못하도록 속도를 높여 달린다. 그러자 하예은은 날 따라오다가 그 자리에서 멈춰서서 날 바라본다. 

 어두운 주황빛을 내리쬐는 가로등이 깜박거리면서 어두운 길을 비춘다. 날파리는 그 주변을 모여들다가, 틱틱 소리를 내며 부딪히다 떨어진다.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선다. 인적이 드문 곳이다. 무섭다. 눈을 꼭 감고 달린다. 그리고 누군가와 부딪힌다. 

 "......." 

사과 인사는 필요하지 않다. 나는 상대가 누군지 안다. 동시에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아는 것이라고는 놈이 꽤나 키가 크다는 것과, 항상 담배냄새를 풍겨오는 남자라는 점 정도.

 매 번 나는 놈의 얼굴을 보려 애쓴다. 하지만 소용 없다는 것만 깨달을 뿐이었다.

 놈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꽁꽁 얼굴을 싸매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가죽장갑을 낀 서늘한 손이 내 목으로 올라온다. 있는 힘껏 반항해보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죽음에 가까워질 뿐이었다. 

 "시...싫어어...." 

 목이 졸리면 혀가 튀어나온다. 반항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얗게 날아가버린다. 

 손에는 힘이 빠져 축 늘어져 버린다. 곧 눈 앞이 어두워지며 몸이 한 없이 추락하는 기분이 든다.

 지겹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숨을 내뱉는다. 

 나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다. 장르는 스릴러고, 역할은 피해자다. 

 하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결코.

 나는 내가 살해당하는 일주일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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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 쓴 상태에서 올리는 소설입니다. 일주일 내로 다 올릴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