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오늘과 같이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아무도 없는 빈 교실
칠판에는 '휴교'라 적혀있었다.
누군가 적어둔 것일까
하지만 학교에 들어왔을 때에는 아무도 없었다.
선생님도 경비도 없었다.

끼이익

뒤 돌아보니 문이 천천히 닫히고 있었다.
바람 때문인가 보다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털이 곤두선 팔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긴장을 풀었다.
아마 아무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놀랐지 않았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괜스레 문 밖을 살짝 보았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고 창문 역시 닫혀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교실 안으로 다시 들어와 창가에 앉았다.
천둥 번개와 쏟아지는 빗줄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기도 힘들었다.

'비가 좀 그치면 돌아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책상에 엎드려 문 쪽을 바라봤다.
젖어있는 머리 때문에 찝찝했지만 딱히 닦을만한 게 없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학교에는 운동부가 있다 보니 샤워를 할 수 있는 설비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 날씨에는 돌아가기도 힘들고 이대로 젖어 있다면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씻고 옷이나 갈아 입을까 싶었다.
하지만 허락도 받지 않고 멋대로 사용해도 될까 싶었다.

콰쾅

밖에서는 여전히 무시무시한 폭우와 번개가 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니 뭐 상관없나 싶었기에 일단 일어나 체육복을 챙겨 샤워 실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대 아무도 없는데 학교 문이 왜 열려있었지?'

혼자 의문에 빠진 체 계단을 내려가 보니 1층에 불이 켜져 있었다.
정전 때문에 안켜지는줄 알았는데 2층만 그랬나 보다.
일단 선생님이 계시면 차라도 얻어 타볼까 싶은 마음에 서둘러 내려갔다.

타박 타박 끼익-

1층에는 아무도 없었고 교무실 쪽을 봤지만 불은 꺼져 있었다.

"저기요?"

혹시나 싶은 마음에 불러봤다.
하지만 나무로 된 바닥이 내는 기분 나쁜 소리와 쏟아지는 빗소리 말고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무섭기는 했지만 이대로 찝찝하게 있기는 싫어 나중에 혼나더라도 그때가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다가오는 공포를 무시하며 샤워실이 있는 복도 끝으로 뛰어갔다.
뛰는 소리가 소란스러웠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인지 아무런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고 그대로 샤워실로 서둘러 들어왔다.

탁

일단 불은 제대로 켜졌다.
켜지는 불빛에 안심하며 일단 탈의실에서 일단 옷을 벗고 그대로 샤워실에 들어갔다.
아무도 없이 혼자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기 위해서 일까
혼자서 이런 저런 노래를 부르며 억지로 즐거운 척을 하며 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했다.

끼익

물을 잠그고 수증기가 끼여 잘 보이지 않는 거울을 봤다.
거울 속에 뭔가 일렁이는 느낌이 드는 내가 비춰지고 있었다.
주변에 습기가 차서 그런가 싶어 손으로 거울을 닦아보았다.
하지만 거울에는 제대로 내가 비춰지고 있었다.
이상한 느낌을 뒤로 하고서 서둘러 샤워실을 나왔다.
탈의실에서 느껴지는 침묵을 무시하고서 비치 되어 있던 타월 하나를 집고서 서둘러 몸을 닦았다.
그리고 젖지 않는 속옷과 체육복을 입은 후 복도 쪽으로 얼굴만 빼꼼 내밀어 밖을 봤다.
여전히 지치지 않고 내리는 빗소리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다만, 분명 켜져 있어야 할 중앙 현관 쪽의 불이 꺼져 있었다.
누군가가 불을 껐다면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인데 나는 아무도 보지도 인기척조차 듣지 못했다.

'혹시 길이 엇갈린 것은 아닐까?'

"계세요?"

아직 복도 쪽에 있다면 아마 내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여전한 빗소리 뿐이었다.

"뭐지?"

몰려오는 공포감 쫓아내기 위함일까 혼잣말을 해버렸다.
일단 샤워실의 불을 끄고 다른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다.

탁

샤워실의 불을 끄고서 일단 중앙 현관 쪽으로 가보았다.
비를 맞아서 먹통이 되어있는 아X폰을 다시 켜보기 위해 전환 스위치를 눌러 보았지만 켜지지 않았다.
그래도 핸드폰을 들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뭔가 안심이 되는 것인지 주위를 경계를 하며 천천히 계단 위로 올라가 보았다.

탁

'?'

위에서 갑자기 불이 켜졌다.

"저기 계세요?"

혹시나 싶어 위쪽으로 말해봤지만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방금 스위치가 눌려지는 소리만 들렸고 그 이후로 아무런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가 장난을 친다고 해도 복도를 걷는 소리는 들려야 정상이었다.
그도 그런것이 우리 학교의 복도는 오래된 나무로 되어있어 아무리 조심히 걸어도 소리가 꼭 나기 마련이었다.

"저기요?"

다시 한번 위층을 올려다 보며 말해보았지만 빗소리 말고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일단 2층으로 계속 올라가 보았다.
그리고 2층에 올라와 보니 스위치는 off가 되어있었고 어째서인지 불이 켜져 있었다.

'고장난건가?'

스위치를 다시금 on에서 off로 바꿔보았다.
불이 제대로 꺼졌고 주위에는 칠흑으로 매워졌다.

"진짜 뭐지? 번개 때문인가?"

하지만 그런 의문에 대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탁

그리고 다시금 스위치를 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1층에서 들려왔다.
어두우니 괜스레 더 무서워져 다시금 스위치를 키고서 밑으로 내려갔다.

타박 타박 끼익-

나무에서 나는 기분 나쁜 소리

타박 타박 끼익-（끼익-）

평소에도 싫었지만 오늘 따라 더욱 듣기 싫은 소리였다.

타박 타박 끼익-（끼익-）

그런대 아까부터 뭔가 발 밑에서 나야 할 소리가 먼 곳에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듯 했다.

타박 타박 끼익-（끼익-）

타박 타박 끼익- 끼익-

"뭐야?!"

순간 뒤에서 점점 다가오는 소리에 놀라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니, 원래 서두르고 있었지만 더욱 빠르게 뛰어 내려갔다.

탁 탁탁 탁 끼익- 끼익-

"으악!"

쿵!

하지만 순간 발을 잘못 디뎌 그대로 미끄러져 계단을 굴러 내려와 버렸다.
커다란 소리가 났었지만 굴러버린 이후로 빗소리 말고는 여전히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끼익- 끼익- 끼익-

아무도 없을 계단에서 여전히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불빛 때문인지 소리는 계단에서 부터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나는 그 상태로 정신을 잃었다.

"이봐 학생! 괜찮아?"

누군가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정신을 차려보니 경비 아저씨가 눈 앞에 있었다.
현관에 누운 채로 방치되어 있었던 건지 상당히 몸이 차가웠다.
사람을 봤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하지만 바닥에 쓰러져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계단에서 구른 탓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얼마 안있어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대원 분들이 오셔서 나를 병원에 데려가 주셨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하고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주위에서 물어보았지만 나는 대답해 줄 수 없었다.
설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계단이 오래되어 목재로 된 부분이 들어져 있었다고 한다.
내가 넘어진 이유도 그런 것을 밟아 구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내가 본 계단은 들어져 있지 않았었다.
그리고 들어졌다는 부분을 생각해보니 그 기분 나쁜 소리가 계속해서 머물고 있던 계단이었다.




cf. 막상 써서 읽어보니 안무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