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천천히 죽어가는 삶이었다.
매일 담배 한 모금으로 그 죽음을 조금씩 앞당기고 있었고 그저 더욱 빨리 죽기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그러한 생에 한 발자국 더 빨리 다가가게 만들어 준 것이 있었다.
아버지의 잔소리였다.

어느 때와 다름이 없었던 회사 생활 도중에 상사의 화풀이였을까 나의 고집이었을까 나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 아버지의 잔소리와 분노에 나는 슬펐다.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마지막 끈이 풀려버린 것이다.
모든 것이 결국 나의 잘못이고 참지 못한 나의 잘못이었다.

이미 부서져 가던 마음의 유리 파편이 그날 따라 더욱 날카롭게 느껴졌다.
더 이상 모아보아도 부서진 파편은 그저 파편일 뿐이었다.
그날 나는 술에 취한 상태로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마셨다.
하지만 돌아오지 마음 한구석은 그저 높고 공포스럽지만 나를 편하게 해줄 마지막 도전만이 남아있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인생이란 어딘가에서 끝나기 마련이었다.
나는 그저 이 끝을 내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그만두는 쪽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공포심을 마주 보며 말했다.

'이번 공포를 이겨내면 이제 끝이겠지'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아...

그리고 뛰어내렸다.
고통스러움은 잠깐이었다.
슬픔도 잠깐이었다.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이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었다.
나는 이것이 편안함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나는 작은 송아지로서 삶이 시작되었다.

가축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버린 삶은 또 다시 가축이었다.
그리고 가축으로서의 삶은 인간으로서 사는 삶보다 편안하다 느꼈다.
생각할 필요도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저 살아가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차라리 인간보다는 나았다.
그렇기에 삶의 마지막에 들려오는 살을 찢는 톱의 소리를 그저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차피 죽음이라는 공포는 한 순간이며 이 공포를 지나면 더 이상의 삶은 없을 것이라 믿으니까
그저 천천히에서 조금 더 빠른 죽음을 받아들이면 충분했다.

나는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해 감았던 눈을 뜨며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갔다.

덜커덩 거리는 쇳소리가 들려왔다.

죽음이 나를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발 밑이 천천히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내 목에 날카로운 칼날이 닿자 살이 찢어지는 고통이 나를 덮쳐왔다.

마지막 단말마와 같은 비명 소리를 내어보았지만 고통이 사그라 들지 않았고 계속해서 나의 살을 찢고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고통마저 지나가면 끝이었다.

그런 생각에 오히려 실성하듯 웃었다.

그렇게 웃으며 목이 잘려나가는 고통을 느껴가며 미쳐버리는 듯 했다.

그 마지막의 순간 떠올랐다.

마지막에 아버지랑 먹었던 것은 소고기였었다.

어째서 떠올랐던 것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 생각을 끝으로 나는 정신과 육체가 끊어지는 것을 느끼며 가축으로서의 생을 끝냈다.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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