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중학교 교사입니다. 여름만 되면 학생들에게 푸는 썰이 하나 있습니다.

심야괴담회 애청자이기도 한 저는 이 프로그램만 보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요.

이야기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억을 더듬으면서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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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9년 1월, 훈련병을 마친 이후 나는 gop 자대로 배치를 받았다.

우리 사단은 1년마다 gop에 배치된 대대와 교대를 했는데, 9월에 우리 대대가 gop에 투입된다고 했다.

때문에 각 소대는 약 절반 가량 인원을 차출하여 7~8월 여름즈음부터 각 gop 소초에 투입되어 인수인계를 받게 되는데,

나는 차출 된 병사 중 한 명이었다.

어느 소초든 마찬가지겠지만, 산속 깊숙한 곳에 위치하여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소초로 들어가는 입구는 약 2~3m 높이의 쇠로 된 통문이었는데 통문이 열릴 때마다 끼기긱 쇳소리를 내었다.

소초는 매우 허름하고 작았다. 들어서면 짧고 좁은 복도, 몇발 자국 들어가면 오른편에 급식소, 바로 맞은 편에 부소초장, 소초장이 다는 침실

침실 바로 옆에는 상황실, 상황실 맞은편에는 병사들이 자는 방이 있었다.

상황실에는 우리가 투입되는 곳으로 추정되는 지도가 한쪽 벽면에 크게 붙어있었고, 옆에는 알 수 없는 군대 용어들로 가득차있었으며

바로 옆 벽면에는 현재 투입되고 있는 인원들이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도록

자석으로 만든 병사 말판들이 붙어있는 작은 미니지도 같은 것이 있었다.

흡사 체스말을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인수 인계를 받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각 소대는 약 10개의 초소를 분담하여 맡는다. 각 초소마다 번호가 부여되어있다.

우리가 맡은 섹터는 10초소~19초소였는데, 그 중간에 이상하게도 15초소 다음에 16초소가 아닌 15-1초소, 16초소 순으로 가고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아저씨, 여기 15-1초소는 뭐에요?"

인수인계 해주던 병사가 말했다.

"아, 거기. 우리 대대가 들어오기 전에 생긴 거라던데. 거기서 병사 한 명이 자살했대요. 그 뒤부터 뭐 귀신이 나온다나. 그래서 거기 나무 판자로 막고
옆에 15초소 새로 지은 거에요."

옆에 같이 듣고있던 내 사수 박 상병이 기겁을 했다.

상황병 인수 인계를 마친 이후 우리가 맡은 섹터를 올라가보았다.

어두운 동굴 같은 곳을 통과한 후 계단을 오르자 우리가 앞으로 투입할 gop환경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순찰로, 듬성 듬성 들어선 초소, 그리고 바로 옆에는 한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강이 북한까지 이어져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우리가 맡은 순찰로를 걸어가다가 15-1초소를 지나는 순간, 정말로 나무 판자로 입구를 틀어막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15초소가 있었는데, 다른 초소들은 각각 거리가 꽤 멀었지만 15초소와 15-1초소는 거리가 너무나도 가까웠다.

다음 날 우리는 부대를 복귀하고, 몇 번의 인수인계를 받은 이후 우리 대대는 완전히 gop로 투입된다.

투입되던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