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나 어린시절, 내가 다녔던 학교에 약간 모자란 형이 한명 있었다,
나보다 두살이 많았던 그 형은 늘 침을 흘리고 다니며,
반곱슬 머리가 떡진채, 굵은 입술에는 항상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그 일을 목격하기 전엔 그 피라는게 어려서인지 그리 신경쓰이지 않았다,
（당시 내가 살던 곳이 농촌이라 아이들이 놀수 있는 놀잇거리는 늘 자신의 몸이었기에,
그리 대수롭지않게 여기지 않았나 싶다,）
더군다나 그 형은 말을 잘 못했다,
더듬거리면서 한마디씩 말을 꺼내긴 했는데 그 말도 거의 알아듣지 못할 수준이라
그 깡촌 시골 분교 선생에게도 무시를 당하곤 했었다,
하물며 지나가는 다섯살 꼬맹이도 그 형을 보고 무시를 했는데 더 말이 필요하겠나,
무더운 여름날, 하루는 내가 숲으로 바람을 쐬러갔었다,
숲 속 그늘속을 걷거나 바위 위에서 낮잠을 즐기는게 그 당시 내 취미였던지라
방학때엔 항상 숲 속에 머물며 지냈었다,
（나아가 한겨울에도 숲 속에 있고싶어 큰 바위 밑에 몇달간 공을 들여 굴을 파고
아지트를 만들었던 나였으니 말 다했다,）
항상 오르던 그 산에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그 바위에 올라 나는 잠을 자고 있었고
해 질 무렵이 되거나 해가 떨어져서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지금도 미스테리라는 단어로 남겨져있는 내 머릿속 그날의 기억을 얻게되었다,
산너머로 해가 기울어가는걸 본 나는 몸을 일으켜 대충 옷을 털고 바위 아래로 내려왔다,
밥먹을 시간이 한참 지난지라 꾸중할 할머니가 떠올라 핑계거리를 생각하며 숲을 걷고있었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벌레소리와 간간히 들려오는 개울물소리,
그리고 그 소리 틈을 타고 뭔가 찍찍, 쩝쩝대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는데,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이상한 소리라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호기심은 호승심을 낳았고,
알 필요도 없는것을 꼭 알아야만 하겠다는 충족욕을 일으켰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 걸었던게 아마 30분 남짓,
（해져가는 산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었던건 항상 다니던 산길이었고
늘 비상용으로 후레쉬를 들고다녔었으니 해매는 일은 없없다）
마을 끄트머리에 있는, 마을 사람들이 귀신나무라 부르던,
가지가 축 늘어지고, 곳곳에 오색띠가 매어져있는 나무 밑에서 그 형을 보았다,
그 바보형,
다행히 불을 밝히고있는 낡은 가로등 불빛에 내 후레쉬의 빛은 눈에 띄지 않았고,
수풀속에 숨어 모든걸 볼 수 있었다,
（밝은 곳에선 어두운 곳을 보지 못한다, 허나 어두운 곳에선 밝은 곳을 볼 수 있다,）
뭔가를 질척거려가며 허겁지겁 먹고있는 그 형은,
주위를 두리번거려가며 그릉.. 그릉..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으르렁대고 있었다,
어려서인지 무섭다거나 위화감은 들지 않았다,
다만 호기심이 더더욱 치밀어 올라 그 형이 먹고있던 것에 눈을 집중했다,
하지만 나무줄기가 만들어낸 그림자 때문에 보이지 않았고,
답답한 마음에 옆으로 한걸음 발을 옮기는 순간 발 아래 잔가지를 밟고 말았다,
놀란 나는 그 형이 있던곳으로 눈을 돌렸고 순간 늑대 울음소리와 비슷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그 형이었다,
다행히 나를 눈치채진 못한것 같았다,
가로등 불빛을 마주한 그 형의 입과 손엔 피가 흥건했었고,
무언가의 뼈 같은게 왼손에 들려있었다,
하지만 내가 더더욱 놀란건 그것이 아니었다,
이 울음소리,
몆년전부터 밤마다 들려오던 소리였다,
마을사람 누구도 그 소리의 이유를 자세히 알지 못했고,
그냥 산에 사는 산짐승의 소리라 치부했었기에 나를 포함해 마을사람들은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었다,
허나 진실은 이것이었다, 바로 이 형이었다,
움직이기 시작한 그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네발로 기어다니고 있었고,
나는 몸을 숨겨 더더욱 조심스럽게 그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학교에서 본 그 형은 두발로 걷고있었고,
손이나 몸에 피같은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울음소리도 내지 않았고,
다만, 입가의 피는 늘 보던것과 똑같았다,
생각해보니 굵은 입술에 묻어져있는 그 피는 절대 굳거나 엳어지지 않았었다
학교를 마치고 향한곳은 마을 끄트머리에 있던 귀신나무, 어제 그 장소,
그 형이 뭔가를 먹던 곳을 확인했지만, 별다른 이상한 점은 없었다,
내가.. 잘못 본 걸까,
하지만 분명히 그의 손과 입에 낭자한 그것은 피였다,
만약 이곳에 명확한 증거가 있었다면, 난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아무런 이상한점도 보이지 않았다,
하다못해 주위에 피 한방울 보이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몆번이나 그곳 근처에 숨어 그 형의 모든걸 목격했고 눈에 담았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평소와 다름없이 그냥 동네 바보로 변하는 그를 보았고,
그곳 근처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그저 우두커니 서있는 나무만이 자리할 뿐이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믿지 못할 것에 대한 믿음이 생긴것이,
어린날의 당시의 내가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 그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괴물의 그것이었다,
증명할 길이 보이지 않는,
그러나 내 눈에는 분명히 보이고 있는 이 모든 진실,
그 어린 나이에 증명이라는 말을 머리에 새길정도로 그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꿈속에서도 보이는, 매일밤 내가 목격하고있는 그 장면,
그것을 밝힐 간단한 방법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방법을 실행치 못한것은 지금도 왜인지 나조차도 궁금하다,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울고불고 떼를 써, 마을어른들과 함께 목격했다면,
분명 마을 어른들은 그 현장을 잡았을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 그의 정체와, 그가 먹고있던 그것도,
그 일을 목격하고있은지 거진 일년이 지났다,
나는 개울가에 앉아 가재를 잡으며 놀고 있었고,
한창 가재를 잡아 집게다리를 잘라내려하고있는데,
같은 마을에 살던 동생 하나가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건냈다,
경구형 죽었데, 어른들 말로는 오늘 아침에 마을 저수지 물에 빠져 죽었다던데,
어린 나이라면 누군가의 죽음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줄을 모른다,
하다못해 자신의 가족이 죽는 일이 있어도 말이다, 그저 한번 울기만 할 뿐이지,
허나 그때 나는, 왜 죽었을까, 나 말고도 누군가가 알고있었나 하는 생각이 심각하게 들었다,
그가 죽고난 후,
나는 몇번 그 나무 아래로 찾아갔다,
허나 반기는것은 스산하게 부는 바람과
그 바람에 날려 흔들리는 귀신나무의 밧줄과 이파리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우두커니 비추고있는 가로등은 언제부터인가 불이 간당간당하더니 한번씩 꺼질때도 있었고,
그 형이 죽고난 후 얼마안있어 나는 가정형편탓에 산청으로 전학을 갔고
그곳에서 초중고를 졸업하며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기억속에 모든걸 담아둔채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그날의 이야기를 하고있다,
아직도 나는 그날의 일이 분명한 진실이라 당당히 밝힐 수 있다,
거제도의 어느 마을에서 일어났으며 나만이,
아니 일부의 사람들만이 알고있었을 것이라 믿고있는 그 이상한 이야기,
나는 지금 그 20여년전의 일이 몇달전부터 갑자기 떠올라 그 마을,
내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 거제도의 내가 살았던 그 옥산마을에서,
그리고 그를 목격했던 그 나무 아래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내가 보았던 것이 무엇이던 상관없다,
진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고싶을때가 많지만,
진정 부정하고싶은건, 지금 이 자리에, 아직도 이 자리에,
그 가로등 불빛이 아직도 간당간당 불을 깜빡이고 있다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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