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혹시 좀 자는 척 하고 있으면 와이프가 챙기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해보지만, 밤낮 없이 수유하느라 지친 와이프는 미동도 없다.
와이프도 나처럼 눈이 번쩍 뜨였는데, 자는 척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아기 울음 소리에 몸이 일으켜진다.

새벽 3시. 마지막 수유를 하고 잠든 게 몇시쯤이었더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 속싸개를 들춰본다. 기저귀의 노란줄이 파랗게 변해 있다.
일단 오줌은 잔뜩 쌌고. 기저귀를 열어 보니 황금색 똥이 한가득이다. 몸이 추워졌는지 아기는 또 앙앙 울어댄다.

부스스하게 일어난 와이프가 정신도 못 차린 채 '오빠 출근해야 하니까 좀 더 자. 내가 할 게'.
괜히 착한 와이프를 의심한 죄에 대한 형벌을 스스로에게 내리듯 '아니야. 너도 낮에 못 쉬었잖아. 내가 기저귀 갈고 분유 줄 테니까. 그냥 자'
결국 우리는 둘 다 잠들지 못하고 거실로 나와 따뜻한 분유를 먹인다.

덩달아 일어난 고양이도 소파 옆에 앉아 만져 달라고 그르렁거린다.

분유 쪽쪽 빠는 소리. 고양이 그르렁거리는 소리에 덧붙여 우리는 눈은 누굴 닮았고, 입은 누굴 닮았고, 이러다가 연예인 시켜야 하는 거 아니냐는 하나 마나 한 소리를 수백 번째 읊어댄다.

그렇게 새벽이 흐른다.

백만원이 넘는 유모차. 4세 고시. 무슨 무슨 학군. 그 학군에 들어가기 위한 집값. 그 집에 전세인지 자가인지. 금쪽이니 학폭이니.

우리도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저 지금은 젖병 쪽쪽 빠는 소리에 행복하다.
이 젖병 쪽쪽 빠는 소리가 언젠가 부모 등골 쪽쪽 빼 먹는 소리로 바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래 내 등골쯤 얼마든 내어주지.

우리 엄마, 아빠가 그랬듯.

이렇게 아빠가 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