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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을 맞아 한무리의 대학생들이 다같이 모여 캠핑을 가기로 했습니다.
예정대로 계곡에 도착하여 텐트를 치고 점심을 먹으며 화기애애 하던 그들이였으나 갑자기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날씨 예보까지 꼼꼼히 확인했고, 이런 태풍에 대한 뉴스도 본 적도 없었기에 모두 크게 당황한 사이 바람은 더더욱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텐트를 걷고 모두 차량에 타 가장 가까운 건물로 피신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뻔하게도 GPS도 휴대폰도 먹통이 되고, 길은 뻘밭이 되어버렸군요.
차 바퀴가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절망적인 가운데 일행 중 하나가 산등성이에서 빛을 보았습니다.
짜증과 쾌활함이 어중간하게 섞인 짧은 의논 끝에 일행 하나가 비 옷을 입고 빛의 정체를 확인하러 갔습니다.
잠시 후 비 옷에도 불구하고 거의 팬티 밑까지 촉촉하게 젖은 채로 돌아온 그는 테마 파크? 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빛이 들어온 건물을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그 곳의 주인인가 관리자인가 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에게서 태풍이 끝날때까지 머물러도 좋다는 허락까지 받아왔답니다.
필요한 물품들을 간략히 챙기고, 일행 모두가 지랄 맞은 태풍을 뚫고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머무를 곳이 생겼으니, 영 답이 없던 상황보다는 좋아져서인지, 유쾌한 개드립을 치며 올라가는 이들도 있었고,
입을 놀리지 않는 사람들은 속으로 X발X발 거리며 산을 올랐습니다.
개드립 파 일원 하나가 넘어져 X발 파로 전향한 것을 빼면, 별 문제 없이 일행 전부 건물에 도착했습니다.
'뭐지? 러브 호텔인가? 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화려하네' 라고 누군가 생각했습니다. "뭐야, 러브호텔 이냐?" 누군가는 입 밖으로 그걸 꺼내네요.
"러브 호텔은 아닙니다. 일단 어서 들어오세요." 인터콤이 말하자 문이 열렸습니다.
머쓱한 분위기 속에, 일부는 소리까지 감시하는 보안에 꺼림칙함을 느끼며 모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와, 안은 생각보다 깨끗한데?" 누군가 조까튼 소리를 했습니다.
'조용히 좀 해. 주인장이 그 드립을 알아들으면 더 머쓱해지잖아.' 라고 누가 생각만 했네요.
"그리고 생각보다 더 놀라운 곳이죠. 우리 캔디 랜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흑인 총잡이가 복수를 위해 돌아올 거 같은 이름이네.'
"여기가 뭐 테마파크 비슷한 곳인가요?"
"테마파크 비슷한 곳이 아니고 테마파크입니다. 사실 아직 정식으로 상호명은 등록하지 않았죠. （'다행이네.'）
다들 푹 젖으셨는데, 갈아입을 옷이 있으시다면 저기 화장실을 이용해주세요. 갈아입고 직원 휴게실에서 쉬시면 됩니다."
정말로 친절한 어.. 자기 소개는 안하셨네 그러고보니. 아무튼 직원분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였습니다.
모두가 옷을 갈아입고 곧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뭘 하든 안까지 푹 젖은 비옷을 입고 있는 것보단 낫죠.
한 싸구려 비옷은 심지어 거의 판초우의 수준이였거든요.
'왜 굶지마에서 비에 젖으면 정신력이 아작 나는지 알 거 같애.' 가장 기분이 조까탔던 누군가가 생각했습니다. 네. 판초우의 입었던 나요.
짐을 직원 휴게실에 풀고, 휴식을 좀 취했더니 다들 말이 많아졌습니다. 하긴 누가 직원 휴게실에 있는 걸 캠핑 하는 것보다 좋아하겠습니까만.
어쨋든 시간내서 온 건데, 하늘의 변덕으로 계획을 조지다니. 그래도 폭우에 아무도 안다친 건 다행이지만, 내 캠핑이 이렇게 개노잼이 될 리 없어.
스맛폰과 수다로 시간을 때우던 가운데, 똥이라도 한판 지르러 간 줄 알았던 개드립파 1호가 소식 하나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아까 그 지배인 （'총괄 관리자신가?''） 분한테 여기 뭐 즐길 거 없냐고 물어봤더니 （'시X, 개 민폐잖아'） 아직 미개장이라는 거야.
안전 검사랑 시운전 끝내셨다는데 진짜 뭐 할 거 없냐고 （'아니, 이 진상 새끼야.'） 물어보니까 그럼 특별히 여길 체험하게 해주시겠데. 잘했지 않냐?" （...）
모두가 저게 진상짓이라고 생각했지만, 테마파크 선체험은 솔깃한 얘기였습니다.
"대신 신발 사이즈만 알려달래. 그러면 맞은 사이즈의 신발 가져다 줄테니까 그걸로 갈아신어달래."
모두가 신발... 이라기 보단 장화에 가까운 걸 신고 밖으로 나왔을 때 방화벽이 모두 올라가있고, 시설들에 불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마치...
"캔디 랜드 말고 초콜렛 공장이 더 어울리겠네. 아 특허 침해인가?" '저작권, 등X아.'
사탕과 초콜렛, 과자로 이루우진 동산. 거기에 시소나 미끄럼틀은 물론이고 회전목마나 미니코스터, 범퍼카 등의 어트랙션도 좀 있네요.
"윌리 웡카를 몰랐다면 헨젤과 그레텔에게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설명했을텐데 아쉽게 되었네요." 어느새 지배인이 나타나 말을 했습니다.
지배인이 설명하길 매우 사실적인 설탕, 초콜렛 공예로 만든 방을 체험하는 카페가 원 계획이였는데,
어쩌다보니 웡카 짝퉁 테마 파크를 건설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컨셉 카페 + 뷔페 + 테마파크 가 다 합쳐진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코로나 때문에 개장이 계속 늦춰졌죠."
"저희 5인 이상인데 그러면 장사하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당연히 불법인데, 이 친구가 정말 끈질기게 부탁하셔서 체험 시켜드리는 겁니다.
어차피 여기 과자들도 재개장할 때 다 새로 해야하니까 마음껏 드세요."
'아휴 진상 새끼. 평소에도 그러더니만. 그래도 이번엔 고맙다.'
앞에는 월리 웡카 동산, 그리고 면전에서 허가를 받았으니 대체 뭘 더 기다릴쏘냐? 하고 달려가는 두 놈이 한심하면서도 이해는 갔습니다.
이 두 사람을 선두로 모두 당당하게, 쾌할하게, 우아하게, 조심조심, 쭈뼛쭈뼛, 신중하게 동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행이 즐겁게 즐겼습니다. 누구는 좀 덜 즐겼지만요. 쭈뼛쭈뼛과 신중하게, 그러니까 나요.
쭈뼛쭈뼛 은 당뇨가 좀 있어서 여기서 함부로 단 거 먹으면 묫자리 찾으러 가야하고, 나는
'애초에 여기에 제대로 된 설탕이나 초콜릿을 썼겠냐. 방부제 듬뿍 넣고, 단가 오지게 싼 거로 도배했겠지.'
하지만 그도 재미가 없다고 거짓말은 못했습니다.
아무리 당으로 에너지를 채워도 결국 체력의 한계로 느긋하게 회전 목마나 타던 1호, 쾌할하게, 우아하게 3인방.
맛도 괜찮고 시설도 괜찮은데, 집에 돌아가면 찍은 영상으로 홍보 좀 해줘야겠다며 시시덕거리던 와중에...
툭.
우아하게 밑으로 뭔가가 떨어졌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소리였지요.
투툭. "뭔 소리 안들려?"
투툭 툭. "야, 니가 무거워서 이게 감당을 못하나보다 ㅋㅋ" "아, 무슨 소리야 그게 -_-"
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툭.
갑자기 젤리빈들이 한무더기 우아하게 밑으로 쏟아지더니, 신발이 떨어지고 우아하게 가 넘어졌습니다. "뭐야, 야! 괜찮냐?"
'쾌할하게' 가 우아하게를 부축하러 목마에서 내려온 순간 갑자기 우아하게 가 숨 넘어가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놀라서 모두가 돌아봤을 때, 우아하게 를 부축하던 쾌할하게 는 우아하게 의 바지가 텅 빈 것처럼 추욱 늘어져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녀의 다리 하나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우아하게 는 패닉을 일으켰습니다. 다리 하나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충격에 울부짖던 그녀의 가슴 하나가 갑자기 추욱 쳐졌습니다.
그러더니 흘러내리듯 순식간에 미끄러져 내려가서 윗옷 안 벨트 위에 걸렸습니다. 호흡이 가빠진 그녀는 허둥지둥 대며 윗옷을 바지에서 뺐습니다.
탱글 한 젤리 덩이가 그녀의 배 위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철푸덕 떨어졌습니다.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진정해! 제발!"
"빨리 119를 불러!"
"전화 아직도 먹통이야!"
"주인 아저씨, 주인 아저씨! 주인.."
주인 아저씨를 찾던 1 호가 넘어졌습니다. 아니 무너졌습니다.
바삭한 과자가 갈라지는 소리가 나더니 장딴지가 갈라지고 발목부터 그는 무너져내려갔습니다.
껍질이 부숴지며 안에선 초콜릿 캔디가 한가득 쏟아져나왔습니다.
"어... 아?"
하반신이 무너져내리면서 반사적으로 몸을 받치기 위해 내린 손과 팔은 바닥에 부딫치며 그대로 뭉게졌습니다. 매우 사실적인 케이크였습니다.
뭉개진 케이크가 밀어올려지며 그대로 어깨가 떨어져나갔고, 그의 몸을 잡아줄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애들..아.. 살려줘..." 하반신이였던 쿠키 부스러기 더미 위에서 울먹이는 그의 몸이 앞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의 몸은 천천히 45도 까지 기울더니...
와장창
순식간에 넘어지며 머리가 깨져버렸습니다.
두 명이 비명을 질렀고, 한명은 과호흡을 하며 마구 흐느끼고 있었고, 나머지는 미동 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이건 정말 현실인가?'
"정말 환상적인 테마 파크 아닙니까? 여러분?" 갑자기 지배인이 나타났습니다.
"이 X발 새끼야. 너 무슨 짓 한 거야!"
"여러분. 먹고 마시는 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딱 세상의 이치대로 되셨네요."
"그게 뭔 개소리야!"
"정말 기가 막힌 컨셉의 테마 마크를 공짜로 즐기는 기 막힌 행운이 여러분의 분수에 맞았" "너 죽었어 임마!"
"니들 속은 거라고. 여기가 뭐 하" "엄마.. 제발 살려주세요. 하라는 거 다 할게요."
"야, 나 말 좀 하" "돈을 원해요? 전화만 되면 되는 데로 돈 부쳐줄게요." "설명해줄테" "전화만 하게 해줘요." "좀 닥쳐봐 버러지새X들아!"
울음 소리를 빼고 모든 소리가 죽었습니다. 우아하게는 딸국질을 시작했습니다.
"여긴 지옥이야. 여기서 니들이 뭘 처먹었던 간에, 니들 몸은 니들이 처먹은 걸로 변해간다. 나도 그건 어떻게 못해. 걍 죽은 거야. 꽥."
"살려주세요!"
"난 못살려준다고." 그는 우아하게 와 쾌할하게 에게 다가갔습니다.
"많이 먹을수록. 몸이 가벼울수록. 여성일수록 빨리 변하는 거 같더라.
먹는 거 봤는 데 가장 시간 오래 남은 놈도 1 시간도 안남았어. 유언이라도 남길래?"
"제발요... 전 죽기 싫어요. 살려주세요." "개X끼야, 대체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뭐야!" "의사... 이거 치료 받으면 어케 안되요? 의사 좀."
"응, 니들 죽어. 섹♡ 못해 본 놈 있으면 지금해라."
"대체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뭐야!?"
"니들한테 원하는 게 있을 거 같애? 애들아. 여기서 나가려고 해본 놈 있니? 못 나가. 그리고 나도 못나가. 나도 여기 갇혔어 시X아."
이런 어이없는 대답에 흐느낌과 정적만이 남았습니다. 무엇을. 무엇을 해야...
"니들 중에 과자 안먹은 사람?"
쭈뼛쭈뼛 과 신중하게 가 눈치를 보더니 신중하게 먼저 손을 천천히 들었습니다. 어느 한군데가 부숴지는 것을 걱정하는 마냥 천천히, 귀 높이까지만요.
쭈뼛쭈뼛도 따라 손을 들었습니다.
"니들은 나 따라와봐. 답 없는 새끼들하곤 달리 니들은 답이 있으니까."
둘은 주저했으나, 신중하게 먼저 발을 땠습니다.
"너 진짜 저 새끼를 따라갈거야?" 쾌할하게 가 물었습니다.
"그럼 어떡하게?"
"..."
"가야지."
"저 새끼 허튼 짓 하면 죽여버려."
쭈뼛 과 신중 은 그를 따라갔습니다. 남은 일행은 굳은 거 마냥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눈만 굴려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은 비상구로 보이는 곳을 열고 층계참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내려가며 지배인은 자신이 알아낸 것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 곳의 절대 규칙은 먹은 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야. 다행히도 숨 들이켜서 공기 마시는 건 쳐먹는 걸로 안치나봐. 참 자비롭지 않냐?"
점점 내려가면서 구조물이 콘크리트에서 옛 돌벽으로 변해갔습니다. 축축한 공기와 이끼들로 둘러쌓인 가운데 그들은 철창들을 지나쳤습니다.
철창 안에는 마스코트? 그나마 가장 부르기 적합해 보이는 무언가들이 갇혀있었습니다.
"저 놈들도 참 불쌍해. 사탕 처먹고 사탕 되는 거 보고 버티고 버티다가 사탕만 아니면 되겠지 하고
허기에 뭘 잘근 잘근 씹다가 그게 피와 살이 된 놈들이야.
이 지옥은 참 영악해. 결국 사람은 먹을 거 없이 못 버티는 거 알고, 허기를 견디려고 하는 헛짓거리들도 잘 알아. 결국 여기 부속품으로 만들지."
"저 새끼들 역할이 뭔데요?"
"몰라 저 새끼들 질감이 솜이나 면이던데 뭐 마스코트라도 만드나 보지.
내가 여기서 나가려고 조사 좀 했는데 저 새끼들 조사 하는 데에는 시간 그리 안썼어."
"저... 그러면 여기서 어떻게 나가나요? 설마 우리를 희생시키려는 건 아니죠?"
"난 여기 6년 갇혀있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나가지면 6년이나 있었겠냐?"
"..." '시X, 이 새끼 역시 누구 죽여봤잖아.'
"6년 이나요?" 쭈뼛쭈뼛이 말했습니다.
"그래 6년."
"저, 잠깐만 다시 올라가게 해줘요."
"맞아요, 쟤 좀 올려보내줘요."
"갑자기 왜 그러냐, 니들?"
"저, 저, 당뇨약 먹어야해요. 그거 없으면 어차피 죽어요. 먹고 오게 해주세요."
"저 새끼 혼자 올라가면 남은 얘들 나 먼 짓 당했냐고 난리 날텐데 저도 같이 좀 다녀오게 해줘요."
"이거 진짜 중요한데. 지금 아니면 기회도 없어. 니들 여기 갇혀 지낼거냐?"
"지금 죽으면 소용 없잖아요. 재 약만 먹고 오게 해주세요."
"이거 진짜 중요하다고. 내가 6년 간 조사해서 겨우 얻은 실마리가 있는데 니들 지금 그걸 망친다고? 생각 있냐?"
"그러니까 빨리 약만 먹고 오게 해달라고요. 둘 다 부른거보면 어차피 사람 많아야 되는 일 같은데, 얘 빨리 약 찾아주고 올게요."
"야, 니들 나 못 믿냐."
"..." '이 새끼 나쁜 새끼인 줄만 알았더니 빡대가리 새끼네. 그걸 말이라고 하냐?'
어느 한 사람이 6년 동안, 무엇을 먹든 먹은 무엇인가로 바뀌는 지옥에서 살아왔다. 웡카 공원? 먹으면 공원 일부행이 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이 곳에 매점 하나 못 봤던 걸로 기억한다. 혹시 긴급할 때 약 구할 일 있나 찾아 봤었다. 응급 환자를 대비한 응급실조차도 없었다.
어차피 매점이 있었어도 거기 있는 건 못 먹을 것이다. 절대 규칙에 따라 먹는 음식이 되버릴테니까.
하지만 딱 두 가지 먹을 수 있는 것이 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이고, 다른 하나는..
'이 새끼는 그렇게 사람을 처먹어놓고 사람이 못 되었네.'
"그러니까, 지금 안올라가면 뒤진다 이거지?"
"제 당뇨가 정말 심하거든요. 부탁할게요."
"그럼 지금 죽어."
"네?... ㅇ. ㅇ..어ㅓㅓ...."
쭈뼛쭈뼛의 양 눈이 중앙으로 모이더니 흰자위를 드러내며 위를 쳐다보았습니다.
위를 바라보는 시야를 양분하는 기다란 검은 줄.. 흘러내리는 따스한 무언가... 이 것은 아프고.... 다.
콰당 하고 쭈뼛쭈뼛은 선 자세 그대로 뒤로 넘어선 채 뒤로 넘어졌습니다. 그의 미간에는 중식도가 박혀 있습니다.
"와, 니들 내가 숨겨놓은 칼 눈치채서 그 지랄 한 거 아니였냐? 피할 생각도 안하네?"
신중하게 의 다리가 풀렸습니다. 두 차례나 쿵 소리가 나서인지 옆의 마스코트도 울부짖었습니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자 보인 마스코트는
피와 살코기, 그리고 뼈로 이루어진 몸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솜과 면... 그것은 늙은이의 솜털이 되버린 머리카락 마냥 머리에 조금 붙어 있을 뿐이였습니다.
으아아아아!
신중하게는 중식도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뽑히지 않았습니다.
"깊숙히 박힌 칼을 그렇게 당기기만 하면 안빠지지."
지배인이 신중하게를 발로 후려찼습니다. 옆구리를 차인 신중하게 는 옆으로 굴렀습니다. 고통, 분노, 슬픔, 공포.
일어나야할 이유도 일어나야 하지 말아야할 이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신중하게 는 재빨리 일어서서 도망갔습니다.
그는 계단을 빠르게 올라 비상구로 나섰습니다. 물론 윙카 공원에도 희망은 없었습니다.
쾌활하게 는 뛰쳐나온 신중하게 를 보았습니다.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 이해한 듯 했습니다.
'쭈뼛쭈뼛이 죽었어. 저 지배인 새끼한테 죽었다고! 무서웠는데. 내가 머뭇거렸어. 나는..' 그러나 바싹 마른 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우아하게 는 죽었어. 아니 사실상 죽은 거라고 해야하나?"
그녀의 몸은 호흡만을 잃지 않았을 뿐. 이미 이곳저곳 젤리나 사탕이 되어 흘러내려 옷은 헐렁하다못해 추욱 늘어졌습니다.
눈알은 딱딱한 젤리가 되었습니다. 왼쪽 눈은 흘러나왔고, 오른쪽 눈은 아직 그녀의 눈구멍에 매달려... 이제 오른쪽 눈도 없습니다.
그녀는 머리카락이 없습니다. 팔도 없습니다. 어깨에는 큰 구멍이 있을 뿐입니다.
무언가 소리가 목에서 나오는 데, 이게 울음인지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왜 다른 애들은 조용해?"
"울부짖던 애들 입과 목이 다 바스러져버렸어. 말이라도 가능한 건 나랑 저 놈 뿐이야. 평소에 제일 시끄러웠는데, 지금은 제일 얌전히 있더라.
그래서.. 결국 쭈뼜쭈뼜은 죽었어?"
"죽었어."
"다 죽었네, 우리. 진짜 개 같다. 개 같다, 진짜."
쾌할하게 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의 눈은 이미 눈물을 내는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야, 과자 새끼들이랑 감동의 상봉 중이네. 존나게 눈물겹다야. 왜 여기까지 올라왔어? 너 아래로 다시 끌고 갈 생각 하니까 정말 토 나온다."
"..."
"와, 새끼 눈에 힘주는 거 봐. 내가 지배인이라 했지? 6년 근속 인육 요리사이기도 해 내가 인마. 어디서 재료 주제에 눈을 부릅 떠?"
칼을 쥔 오른 손에 힘을 주며 그가 한 걸음 내딛었습니다.
"지금 내려가면 좀 덜 아프게 끝내줄테니까, 우리 좋게좋게 가자, 어?"
지배인은 신중하게 에게 계속 다가갑니다.
"아니면 너, 과자라도 몰래 먹었냐? 그런 꼼수 쓰는 X끼들 때문에 내가 고기는 냉동고에 좀 보관했다 먹어."
그가 또다른 한걸을을 더 내딛을 때..
"죽어 개X끼야!"
부숴져 내려가는 몸으로 그는 주방장에게 몰래 접근한, 1호의 가장 친했던 친구가 주방장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자신에게 달려든 과자더미의 질량에 주방장은 넘어졌고, 친구는 주방장의 안면을 후려치기 시작했습니다.
"과자 주제에 지랄이야!"
주방장이 팔을 휘둘를때마다, 자신이 팔을 휘두를때마다 팔은 부숴져갔습니다. 팔이 남지 않자 그는 머리를 박았고,
목이 부러져 힘이 들어가지 않자 몸으로 부딫쳐댔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고기, 너 어딨어! 이리와! 콜록. 개같은 과자 새끼들. 편히 보내주려고 했는데 진짜 성격 지랄 같네. 켁"
신중하게 가 일어섰습니다.
"아 진짜, 퉤 부스러기. 콜록 ㅅ...."
중식도가 지배인의 머리 위에 꽂혔습니다.
하지만 그의 과자 가루로 뒤덮힌 그의 눈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그는 따스함과 아픔을 느꼈고, 곧 그의 인격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웡카 공원에 처음으로 피와 살이 뿌려졌습니다.
"애들아... 내가 죽였어."
"..."
"애들아..."
"..."
"애들아, 제발..."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사탕과 젤리와 과자, 그리고 피와 살 뿐이였습니다.
'난 이 X병X 3류 공포 영화 같은 곳에 죽지 않아. 난 죽지 않을거야. 그렇다고 살지도 않을거야.'
하지만 캔디 랜드에 탈출구는 없습니다. 신중하게 는 찾으려고, 나가려고, 부수려고 해봤지만 그 어디에도 답은 없었습니다.
아니 아직 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상구... 그 아래에는 탈출구가 있을까요?
지배인이 못 나간 걸 보면 거기에도 탈출구는 없을겁니다. 이게 이성적인 결론입니다. 하지만 그대로 멈췄다간 신중하게 는 미쳐버릴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내려갔습니다
마스코트들에게 힌트가 있는지도 잘 보았지만 어두운 감옥 구석의 그들을 관찰하기는 어려웠고 그렇다고 풀어줄 수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그들도 그저 희생자일 뿐.
초록 돌바닥에서 붉은 핏자국이 시작되어 신중하게 의 발걸음을 쭈욱 뒤따라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두터운 철문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방공호 문 같네요. 그는 손잡이를 끼익끼익 돌려서 열었습니다. 방안은 한기가 가득하고...
고기가 가득, 아니 시체가 3~5구 있습니다. 해체된 저 고깃덩이는 대체 몇 사람 이었을까요?
거기에도 탈출구는 없습니다. 사방이 두터운 얼음의 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제 고기나 먹으며 영영 거기서 살까요? 아니면 죽을까요? 아니면 사람을 포기할까요?
가장 이성적인 답변이 고기 먹으며 살기 라는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아니 조까 시발'
그는 다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직원 휴게실로 달려갔습니다.
산을 오를때 혼자 넘어졌던 개드립 1호.
차에 놔두면 물건 다 쓸려간다고 자기가 가능한 한도 내에 짐 최대한 다 챙기다고 지랄했었던 1호.
부탄가스는 대체 왜 챙기냐고 빙구 소리 듣던 1호.
가장 먼저 죽었던 1호.
그는 직원 휴게실로 찾아갔습니다.
'조까.. 이 지랄 맞은 곳. 악몽이 아니면 조까튼 현실이겠지.'
"악몽이면 깨겠고, 아니면 진짜로 불타겠지."
웡카 동산. 타기 좋은 설탕이 차고 넘치고, 지하에는 솜과 면들이 좀 있습니다.
사실 부탄가스가 없어도 다 태우고도 남았겠네요.
그래도 신중하게 부탄가스까지 다 챙깁니다. 남김없이 다 태우게요.
그렇게 과자들에 불을 먼저 붙였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
캔디 랜드가 파이어 랜드가 되며 건물의 방화벽이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이 건물은 살아있는 것 일까요?
비상구를 통해 이동하려니 비상구가 잠겨있습니다. '와, 화재 때 열리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하지만 걱정마세요.
문고리는 그렇게까지 안튼튼하고, 부탄가스 폭발력은 그리 안 약하니까 이 ↗ 같은 건물아.
신중하게 하나 하나 남김없이 태웁니다. 아무것도 남겨선 안됩니다.
지하 통로를 지나던 중 그는 갑자기 철장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사람이었던 존재였건만 그들도 불은 무서워했기에, 그는 가까스로 두꺼운 철문을 열고 냉동고로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아니 냉동고 였던 곳으로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춥기보단 오히려 따뜻한... 그리고 축축한 바닥을, 얼음벽이 녹아 있는 벽을 보았습니다.
그곳엔 수없이 많은 알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웅크리면 사람 하나가 들어갈만한... 그리고 사람 비슷한 것이 들어가 있는 알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왜 그 중엔 친구들과 비슷해 보이는 것도 있을까요?
이 곳의 절대 규칙. 먹은 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먹은 게 자기 자신이 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먹어온 건물은, 그 육신 뿐만 아니라 영혼 까지 먹은 걸까요?
그 건물은, 아니 그 건물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건물의 새끼들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풀려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신중하게 는 무서워졌습니다.
그 순간 알 하나가 터졌습니다. 죽어가는 건물이 알을 부화시키고 있는 것이였습니다.
그는 빨리 이 곳에 불을 붙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알들이 부화하고 있었고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습니다.
알에 불이 붙지만 터지면서 나오는 액체에 꺼져버렸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알을 여기서 부화한다는 것은 새끼가 나갈 장소가 있다는 소리겠지요. 그곳이 어딜까요?
그때 그는 알들에서 나온 액체가 한 곳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물줄기의 끝에서, 그는 벽에 측면으로 난 거대한 배수구를 발견했습니다.
무거운 뚜겅을 옮기는 와중에도 알들은 계속 부화했습니다. 알에서 나온 사람과 같은 무엇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그에게 곧 달려들까요?
저들이 활동하기 전에 여기에 불을 붙일 수 있을지 그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도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부탄가스가 가득 든 가방에 불을 붙이고, 그게 이곳을 태우길 빌며 배수구로 기어나갔습니다.
기어나가는 동안 터지는 소리를 들은 거 같기도 하지만, 그건 그저 그 건물이 내는 울부짖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암흑 속에서 지독한 찌꺼기들로 가득한 하수구를, 그저 아무 생각도 없이 미친듯이 기어나갔습니다.
정신이 들었을 때 그는 오물에 뒤덮힌 채 차안에 있었습니다. 아직도 폭풍이 치고 있었지만 그 세기는 많이 잦아들었습니다.
그가 운전을 담당했던 건 다행이였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나올 생각도 못했기에 차 키를 챙길 생각을 못했겠지요.
차 키는 그의 주머니에 잘 있었습니다. 그는 당장 떠나고 싶었고,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았습니다.
헛돌며 그의 마음을 불안하고 다급하게 했던 바퀴는 곧 진창을 빠져나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아직도 공포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건물은 정말 살아있던 걸까요? 우린 먹이로써 그곳에 유인되었던 걸까요?
죽은 친구들은 정말 그 건물에 완벽히 먹힌 걸까요? 성불하지도 못한 채, 그 건물의 새끼가 된 걸까요?
그 새끼들 진짜로 다 타죽었을까요? 그 건물은 불 타버렸을까요?
정말. 정말? 정말로?
더 이상 신중하지 못하게, 오직 신경질적으로 불안하게 핸들을 움켜질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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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4 [1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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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냥 |
와 너무 재밌어요 진짜 몰입해서 읽었음....와 그나마 베드엔딩말고 메리베드엔딩이길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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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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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플라본 |
호러 하기보단 크리피 하네요. 정말 멋져요 이런 기묘하고 괴악한 내용은 글로써서 맛이 살기가 쉽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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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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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농장 |
헐리웃 공포영화를 보는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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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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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견병걸린개같은소리 |
완던 재밌어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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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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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4 [1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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