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머어~"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될 뿐인 가축으로서의 삶은 언제쯤 끝나는 것일까
나는 원래 사람이 였던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하찮은 짐승일 뿐이다.
그저 하루하루 사육사가 주는 사료와 여물로 배를 채울뿐 그저 하루하루 무미건조하게 살만 쪄가는 짐승일 뿐이다.
"음머어~"
짐승의 삶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오히려 편했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사료와 암컷만을 탐하는 가축으로서의 삶이니 그럴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저 지금을 즐기는 편이 차라리 나았다.
옆에 있던 한 친구는 어제 낮에 끌려간 뒤로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았지만 내 차례도 곧 올것이라 체념하고 그저 마지막 인사를 하며 작별인사를 해주었다.
오늘도 한 암컷을 범하고 다시 여물을 먹으며 내 뒤를 따라이어 도살장으로 끌려갈 내 아들들을 보고 있으니 썩 기분이 뭣같았다.
하지만 그런것을 모르니 순진 무구하게 축사안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 것이 겠지
부르릉 푸웅
트럭 한대가 왔다.
아마 오늘도 누군가가 팔려가거나 도살장으로 끌려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막을수도 그럴 의지도 생기지 않았다.
전생에 인간이였든 뭐든 지금의 나는 이 작은 축사안의 한마리의 가축에 불가할 뿐이다.
내 뒤에서 바들거리며 떨고있는 이 작은 송아지는 그것의 공포를 느낀것인지 나의 보호를 바라는것 같았다.
알려준적은 없지만 내가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나는 모른척 고개를 돌렸다.
아마 이번에는 내 차례가 아닐까 싶어 스스로 사육사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나까지 없어지게 된다면 이녀석은 정녕 혼자가 되겠지
이 작은 송아지의 어머니는 얼마전에 폐사가 결정되어 이미 누군가의 뱃속으로 들어가있지 않을까 싶다.
앞서간 녀석들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딱히 그립지는 않았다.
아마 나도 이미 사라진 친구들의 뒤를 이어 한마리의 가축으로서 삶을 끝내게 되겠지
내 뒤에 꼭 붙어 있는 작디 작은 송아지는 안절부절 못하며 걸어가는 나를 따라오려 했지만 다른 소들이 슬며서 막아 따라오지 못하게 막아주었다.
나는 뒤에 있던 다른 소들과 작은 송아지에게 눈인사를 하며 사육사를 따라 축사를 나왔다.
"허, 참 요물이네 요물이야 울지도 않고도 알아서 따라 나온 녀석은 니가 처음이다."
사육사는 그렇게 말하며 내 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나는 담담히 사육사가 이끄는대로 화물칸에 올라타 가만히 축사 밖의 세상을 구경했다.
누군가는 차를 타고 출근을 하고 여행을 다니고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러 갈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누군가의 배를 채울 고기가 됨으로서 마지막 생을 끝마치겠지
길면서도 짧았다.
그저 그 작은 송아지를 더이상 못보는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송아지 만큼은 가축으로서의 삶이 아니기를 바랬다.
덜커덩 푸숭
트럭이 도착하고 그 주변에서는 피비랜내와 다른 소들의 고통스러운 울음 소리만이 들려왔다.
하지만 앞서 소리를 내던 소들은 정적이 되었고 다음 차례인 소들의 소리만이 차례대로 들려왔다.
사육사는 나를 끌고 이곳의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마 나를 두고 하는 거래이야기겠지 싶어 무시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피비린내는 멈추지 않았지만 그런곳에서도 피어난 작은 민들레가 보였다.
사육사의 발 밑에 밟혀 있기에 나는 머리로 사육사의 몸을 살짝 밀었다.
"이... 이눔 이눔이 와이라지? 얌전히 있어라!"
"아이고 김사장님이 꽃을 밟고 이쓰가 그라는 것 같심더"
"어익? 그랬나? 와 이놈의 시끼 참말로 요물이네 요물이여"
그리고 뭔가 더 대화를 나누는것 같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그 작은 민들레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서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볼 뿐이었다.
그 꽃을 보다 상념에 잠기며 눈을 감았다.
나는 인간이었을때 고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항상 함께하던 친구와 둘이서 소주에 고기를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 었을때도 가축과 다름 없는 삶을 살았었다.
그저 꿈도 욕망도 없이 회사를 다니며 기계처럼 일을 하던 삶이었다.
to be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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