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사진이 아닌 참고용입니다.）
미안해. 요새 회사일이 바빠서 퇴근하면 9시 10시 사이라
최근 근황이 어떤지 적질 못했어.
다행히도 내일 연차 하루 받아서 방금 컴퓨터 전원 켠 참이야.
마침 내일 휴일이기도 하겠다, 생각 좀 정리해서 오늘 한번 써야겠다 마음먹은 상태였거든.
꿈에 대한 얘기들을 적어줄게.
저번에도 얘기한 것 같지만, 처음엔 그냥 언뜻 생활하면서 까만 문 같은게 보일 뿐이었어.
꿈에서 화장실 가다가도 보고, 담배 피다가도 보고, 문득 야식사러 저 멀리 편의점가는 길목에서도 보고 등등..
희한하게 정말 그 까만게 뜬금없이 보이는데 정말 내 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듯이 그게 보였다.
마치 원래 거기 있었다는 마냥.
내가 의식도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웠으니 어쩌면 주차장 돌담에 보였던 그 까만 문같은게 처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그정도로 당연한 듯 내 꿈에서 나는 그걸 인식하고 있었다는 거고,
마치 현실에서 꿈 내용이랑 틀린그림찾기를 하는게 아닌가 싶을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빈도 수가 한 달이 지나면서 점점 많아지고 있어.
처음엔 일주일 정도의 간격이었던게 지금은 하루이틀 꼴 길어봐야 3일정도로 그 꿈을 계속 꾸고있으니까.
그리고 확실한건, 처음엔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그 검은 문이란게 꿈이 이어지면서 점점 자기 존재를 과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간단히 얘기하자면 점점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거지. 그게 점점 꿈을 꿀때마다 그 기운같은게 세지고 있어.
그건 볼때마다 소름돋으면서도 마치 자길 봐달라는 듯이 날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끊이질 않아.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건데, 저번에 그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했잖아?
확실한건 꿈에서의 내가 그 문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무엇보다 문이 점점 가까워져와. 꿈 내용은 매번 다른데 마주 칠 때마다 그 문을 점점 가까이서 마주치게 돼.
이젠 내 보폭으로 다섯걸음만 걸으면 그 문에 다다를 수 있을 만큼 그정도로 가까워졌어.
그 문 또한 서서히 열리고 있는게 마치 꿈을 꿀때마다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모션같은게 이어지는 듯한 그런 거 있잖아.
예를 들어 보통 애니메이션 한 장면을 만들 때도 그 행동 하나하나 그린 그림을 여러갈래로 이어 붙여야 캐릭터가 움직이는 장면이 완성이 되잖아?
난 그걸 지금 그 꿈을 꿀때마다 서서히 겪고 있어.
내 머리는 그걸 원하지 않는데 꿈에서의 내 행동은 지금 그 문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있다.
떠올릴때마다 소름돋아. 지금도.
.
.
.
오늘 출근때문에 일어나서 거울을 봤는데 다크써클이 눈가에 진하게 펴있더라.
처음 왔을 땐 일본에서 살게 되었다는 꿈에 젖어서는 조금 피곤해도 눈가에 촉촉하니 빛이 선명했는데
계속된 야근 탓인가, 내가 봐도 초췌해졌다는게 눈에 띄게 보이는게
하긴, 일은 둘째치고 큰맘 먹고 일본왔더니 잘때도 스트레스까지 받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 싶다.
저번에 맨션을 나서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마침 그때 집주인이랑 마주쳤는데
너 요즘 왜이리 피곤해보이냐 이런얘길 들었다.
아 그냥 뭐.. 이러고 흘려듣곤 말았는데 거울보니까 누가봐도 그런 얼굴이더라.
처음엔 기분탓이겠지.. 싶었는데 계속 그런 꿈을 꾸면 누구라도 그런 얼굴이 되지 않을까?
아, 집주인은 맨션 바로 옆에 사는 사람인데, 전기상 비슷한걸 하나봐.
'xx키' 라는 누구나 알만한 전기회사 간판을 달고 있었거든. 낡은걸 봐선 암만 봐도 그냥 주워온걸 달아둔 모양인데
가끔가다 다마스 비슷한 봉고차량을 끌고 출장나가는걸 봐선 주변 어르신분들 가전제품같은걸
고쳐주는 일을 하는 모양이더라.
저번에 퇴근하면서 마침 집주인을 만나뵜는데, 낡은 세탁기 비스무리한걸 고치고있길래
"이런 늦은 시간까지 수고하십니다"
하고 인사했더니
"지금 퇴근하는겨?"
하고 너스레를 떨던게 결국 캔커피 한잔 얻어먹으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지.
'探索' 란 얘길 들어서 뭔소린가 했더니 이사오고 나서 마을 주변 좀 둘러봤냐 이런얘길 고쳐서하시길래
아직 일이 바빠서 제대로 보진 못했습니다. 라 대답하니 이런 시골이라도 주변 관광지 사업이 좀 잘되서
나같은 외국인이 놀러오는 일이 좀 있으니 구경같은거 좀 해도 나쁘진 않을거같다. 이런얘길 하시더라.
무슨 숨겨진 관광 스폿이라나, 내가 볼땐 별 볼거 없어보이던데.
아무튼, 이번 연차 때에 장보는김에 주변 산책좀 해볼까 싶어서 이야기를 꺼낸게
뒷산에 신사있다고 했었지? 내 집 바로 위에.
내가 사는 맨션에서 좀만 돌아가면 낡은 돌계단이 있고 그걸 한 200계단쯤 올라가면 낡은 신사가 하나 나와.
1930년대 즈음 지어진 신사라는데 한참 버려져있다가 최근에 그게 발견되서 관광지로 좀 갈고 닦아놓은 유명한 신사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시길래 언제 한번 가볼까 싶었던 차에
마침 집주인에게서 그런 얘길 하시니까 궁금한거 이것저것 물어봤지.
"신사 한번 올라가보신적 있으세요?"
"아 물론이지. 전기 좀 고쳐주러 올라갔다온 적 있다."
요즘 같은 때에 신사에 200계단이니 뭐니 내 나이로선 올라가는건 무리니 어쩌니 별거아닌 얘길 하는 와중에
'거기에도 사람이 살아요?' 라고 내가 놀란듯 물었거든?
솔직히 그냥 신사 하나 덩그러니 있을 줄 알았으니까. 뭐.. 그냥 이제껏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게 맞겠지.
그럼 당연한거 아니냐란 듯한 표정을 짓던 집주인은 마침 잘됐다는 듯 이런얘길 해주셨어.
조심하는게 좋을걸? 저긴 미친 무녀가 살아.
요즘 같은 시대에 무녀? 싶었지만 미친 무녀라니.. 그런건 계약하기전에 얘기해주는게 당연한거 아니냐?
난 얼굴을 찡그리곤 '아 몰라 피곤하니까 일단 들어가서 자자' 싶어서
다음날도 출근이니 그냥 넘기고 잊어먹었거든.
그게 다시 기억이 난게 바로 얼마전이었어.
너네 명절에 시골 내려가면 밤중에 가로등 몇개 불 켜져 있는거 빼면 정말 어두운거 본 적 있지?
여긴 정말 도심에서 2~3시간 좌석버스 비스무리한 걸 타야 겨우 도착할 수 있을정도로 엄청 시골이거든,
그리고 여긴 5시 반정도만 되도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
만약 야근이라도 하게 된다면 겨우 마트에서 반값할인 도시락같은걸 챙겨먹는게 전부인 나날인데,
퇴근할 때만 되면 정말 가로등 말고는 모든 불이 꺼져 있어서 무섭다고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야.
난 그 무녀를 그 밤중에 만났다.
회사에서 도보로 보통 30분정도 걸어가야 내가 사는 맨션이 나오는데,
도통 산 위에 있는 오르막길이라 좀 돌아가야 할 일이 많아.
지름길을 찾긴 했는데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이 많아서 가끔가다 정말 무섭다고 느낀게 한두번이야 말이지.
오늘도 '아 정말 스산하네..' 싶으면서
헉헉 오르막길 오르면서 겨우 맨션 앞 길까지 도착했는데, 맨션까지 가려면 신사 돌계단 앞을 꼭 지나야되거든.
거기엔 가로등 하나가 켜켜히 켜져있는데
그 앞에 누군가 서있더라.
언젠가 인터넷에 심령사진 한번 검색해본 적이 있었는데,
어떤 여자가 차렷자세로 서있는데 어딘가 모를 기시감에 보기만해도 섬뜩함을 느꼈던 적이 있거든.
가끔가다 그런거 검색해보면 소름이 돋을만한 그런 사진들 있잖아.
그걸 현실로 맞닥뜨리니 다리에 힘이 풀린다는게 어떤 기분인지 알겠더라.
적어도 쓰러지진 않았는데, 정말 흠칫하고 깜짝 놀란다는걸 경험했다.
그래도 살짝 살짝 몸을 흔들면서 움직이는거 보니 아 사람이구나 하는걸 느꼈지.
무서운거 꾹 참고 '아..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려니
내 말은 들은건지 어쩐건지 그상태로 가만히 서있기만 하길래, '이상한 사람이네..' 하고 그냥 지나치려 했거든?
가까이서 보니 무녀의 복장은 말 그대로 특이했어.
너네 혹시 이x야샤라는 만화 본적 있냐? 나도 어렸을 땐 정말 재밌게 봤는데,
만약 봤다면 거기서 나오는 여주인공 무녀 복장 기억하지? 상의는 하얀색에, 하의는 빨간색에, 좀 전통 복장같으면서 통이 넓은 그런
의상을 입고 나오잖아? 그 무녀가 입고있는 옷이 정말 그것과 똑같았어.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상의와 하의 색이 반대였다.
상의는 빨간색에, 하의는 하얀색.
그게 날 낮게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튼 난 오금이 저릴정도로 무서워서 빠른걸음으로 그사람을 지나치려 하던 찰나에
난 분명히 들었다.
얼핏 봤을땐 내 또래의 20대, 잘 봐도 30대 초반의 그런 연령대처럼 보였는데, 뭔가 광대가 튀어나온 삐쩍 말라있는 느낌이라
어딘가 아파보이는 얼굴이었는데, 그게 낮게 웃음을 흘리고있었다.
그 웃음소리도 지나칠때 들었는데, 그건 이세상 웃음소리가 아닌듯 들렸어.
'이히.. 힉..' 하는 웃음소리가 마치..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듯한 소름이 끼치는 소리같이..
난 그거 듣고 거의 도망치듯 2층 집에 올라가서 급하게 문을 걸어잠궜다.
당분간은 나갈 엄두도 못내겠더라.
그렇게 씻지도 못하고 이불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려했는데, 잠이 와야 자던가하지.
.
.
.
꿈이 더 심해진 건 이때부터라 생각해.
이번에 꾼 꿈은 평소처럼 까만 문이 내 생활에 묻어나는 꿈이 아니었다.
꿈 속에서 난 정말로 까마득한 어둠 속에 서있었어.
그게 점점 회색빛으로 바뀌더니
어느샌가 내 방 한가운데 서있는 날 발견했다.
'이거 꿈이야?' 싶으면서도 평소엔 이런 꿈을 꿔본적이 없으니까 조금 혼란스러웠어.
근데, 확실히 꿈이라 확신하게 된건, 바로 앞에 보이는 까만 문을 본 순간이었다.
'아.. 또 그거구나.' 처음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
매번 꾸던거였으니까.
근데 이번엔 좀 달랐다.
내가 저번에 얘기했던 적 있지? 그거 조금씩 문이 열리고 있다고.
이번엔.. 정말 달랐어.
조금..
아니... 좀 많이..
문이 살짝 열려 있는건 맞아.
거기서
손이 나왔다.
알아? 하얀 손.
그게.. 천천히 꾸물 꾸물 나와서는.
내 앞으로 손바닥을 펴더라.
마치.. 카운트 하듯이.
그러곤 나도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로 그 앞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쯤 꿈속의 난 날 비웃듯-
한 걸음 그 앞으로 한발짝 걸었다.
그러자 그 손바닥이..
카운트했다.
손바닥에서 엄지손가락을 접었어.
낮게 깔린 소리로 그건 말했다.
よん。 （이제, 네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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