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웃대 계정을 알고 있는 관계로 실화 작성을 위해 아이디를 새로 생성했습니다.

때는 16년 전, 2005년의 일입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저는 가정사로 인하여 갑작스레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전 모 초등학교와 천변 근처인 이 곳은 원래 살던 동네와 그리 멀지 않음에도 작은 물가 근처라 발전이 덜 된 것인지 꽤나 낙후되고 음침한 분위기였습니다.
게다가 화장실은 건물 밖에 있고, 푸세식에 나무 문을 단.... 그 예전에도 굉장히 낡은 집이었죠.

그 집의 구조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건물의 문을 열면 가게 한 칸, 가게의 왼쪽으로는 부엌（이자 세면실이었죠....ㅎ 가게보다 몇 칸 내려가고 돌같은 재질로 기억합니다.）, 오른쪽으로는 작은방, 작은방에서 더 들어가 안방으로 이어지는 구조고 안방에는 다시 화장실로 나가는 나무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게 건물 왼쪽의 철문을 열면 작은길로 부엌,화장실로 갈 수 있는 구조였죠.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첨부해봤습니다.
8-90년대에서나 볼법한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당시 부모님은 가게라고 해도 요청을 받고 나가서 하는 일을 하셨기 때문에 사실상 가게는 자재창고처럼 쓰였고, 때문에 가게문은 거의 항상 잠겨있었습니다.
부모님도 거의 항상 출타중이셨죠.

게다가 초등학생이었던 저와 언니는 열쇠를 자주 잃어버렸고, 2층 집 주인의 요청에 따라 건물 옆의 철문은 잠그지 않고 외출하셨어요. 아마 그 시대니까 가능한 일이었겠죠...?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부모님은 가게 안의 작은 방, 그리고 그 안쪽의 안방을 사용하셨고, 언니와 저는 작은방에서 생활했어요.
작은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 불투명한 창문이 있었는데, 시계태엽만한 열쇠구멍이 난 잠금장치였습니다. 어렸던 저는 그것이 다락방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벽 （한 번도 열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후에 빛이 새어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창고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도 그럴것이, 9살의 저는 분명 그 위치는 부엌이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철문을 열고 다닌 것에 비해 불청객은 새벽 3시에 배달시키신분을 열심히 찾던 아저씨와 화장실을 썼다며 당당하게 나가던 할저씨를 제외하고는 딱히 없었는데
딱 어느날, 여름 날 밤이었습니다.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더위에 지쳐 살풋 잠이 깨었는데

톡
토도독

하는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비라도 내리는 걸까 싶어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불투명한 유리 너머로 누군가가, 기괴하게 엎드린자세로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다락방 안에서 문을

톡
톡톡톡

하며 열려는데
그 유리에 붙은 손가락이 개구리처럼 보여서
너무 무서웠습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사람 형체고
그걸 보고 너무 놀란 저는 잠시 몇 초간 가만히 굳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제가 한 행동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건지 이불 속으로 손을 넣고 옆에서 자고 있는 언니를 흔든 것이었습니다.

언니는 당연하게도 깨어나지 않았고,
제가 깨어난 것을
유리창 너머의 것에게 들키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깨지 않는 언니를 원망하며 결국 굉장히 어색하게 잠꼬대인척 돌아누워 버렸습니다.

그럼 적어도 그것과 '마주'하지 않을 수 있단 생각에....

그러나 유리창 너머의 그것도 어둠 속에서 저의 움직임이 보인 것인지 잠시 조용하더니 얼마간 조심스러운 소리를 내다가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 때의 저는 그것을 창고에 갇혀있던 귀신 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눈을 꼭 감고 빨리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반쯤 기절하듯이 잠들어버렸거든요.

다음 날, 부모님의 출근도 보지 못했기에 부모님께 말씀드리진 못하고 저의 가장 정신적 지주였던 세 살 터울의 언니에게 간밤의 일을 얘기했어요.

언니는 저에게 멍청한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만 제가 정말이라고, 너무 무서웠다고 말하자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그래? 그럼 확인해보면 되겠네?"
하더니 저를 부엌 출입문으로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들려 온 언니의 말

"어? 뭐야...? 진짜 창문에 뭐 발자국 같은게 찍혀있는데...?"

네, 그렇습니다.
부엌 위의 다락방과 연결된 창문이 작은방에 하나, 그리고 밖에 부엌문 옆에도 하나 있었던 거였어요.
키가 작은 저는 창문의 밑틀을 볼 수 없었을뿐더러
애초에 그 창문이 다락방과 이어진 문인 줄 아예 모르고 있었던거죠.

아마 발자국인지 먼지인지 무엇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도 그 때 언니의 말만 믿고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상대도 어둠이 아니었더라면, 제가 어린 아이인게 보였더라면, 제가 간밤에 소리를 듣고 깨어나지 않았었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