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휴대폰 노트를 정리하다가 예전에 꿨던 악몽노트（?） 를 발견했어.

보통 꿈은 꾸고나면 기억이 잘 나지않기 마련인데
가끔씩 너무 생생하고 뇌리에 박히는 꿈들이 있잖아?
오늘은 그중에서도 신비롭고 무서웠던 꿈이야
시작은 이래

처음 정신을 차린곳은 서울 어느곳에나 있는
그런 한적한 골목길이었어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는
자전거, 벽에 붙은 과외홍보전단 수도권 시민들에겐
익숙한 그런 골목길

인기척이라곤 내가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소리 밖엔 없을정도로 너무 고요했어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던 나는
이 골목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

골목길은 Y 자 모양이었는데 내 뒤로는 까마득히 높은
벽돌담이 길을 막고 있었고 앞으로는 양갈래 길이
있었는데 그 중 왼쪽 길은 누가봐도 습하고.. 어둡고
들어가는 길조차 장애물을 넘어서 가야하는 어려운 길이었어 반면 오른쪽은 빛도 환하고 대놓고 좋은 길이었어

근데 내가 무슨 모험심리가 일었는지 왼쪽의 어두운 길로 가고 싶어진거야 예상대로 나는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장애물을 넘어.. 어두운 길을 양쪽 벽을 짚고 힘들게 걸어나간 왼쪽 골목에 끝엔 성인 남자 키만한 작은 담벼락이 있었는데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넘어버렸어 담벼락 너머의 풍경은 무슨.. 시장? 같았어 옛날 시장이 아닌 요즘처럼 천장도 있고 그런곳.

시장안은 신기할정도로 사람이 없었어 길을 물어보고 싶었는데 어떤 가게를 가도 불만 켜져있지 사람이 없더라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 어느 한 곳 사람이 있는 가게를 찾았지

가게에는 아주머니 한분이 국밥을 끓이시고 계셨는데
그 표정이 무슨 쳐다만 보고 있어도 나도 눈물이 날거같은 그런 슬픈표정을 하고 계셨어 난 아주머니에게 나가는 길을 물어봤지

“아주머니 죄송한데 시장 나가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대꾸도 없이 손으로만 내 어깨 너머를 가르키더라 그 손가락끝이 머문곳을 쳐다보니
분명 아까전엔 없었던 시장의 출구가 생긴거야
그 당시엔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 낯선곳에서
나갈수있다는 기쁨만에 사로잡혀서 고맙단 인사도 없이 바로 출구로 뛰쳐나갔어

시장밖엔 사람들이 많았어 20-30대 젊은 사람들.. 노인분들.. 심지어 어린 아이들 까지도

하지만 뭔가 이상한게.. 모두 한 방향을 향해 걷고있었어 마치 반대편으로는 절대 가서는 안되는 사람들 처럼 말이야 조금 이상했지만 나도 그 행렬을 따라 걸었어 그래야 할거 같았거든

계속 길을 따라 걸으며 주변을 살펴봤는데 여러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어 뭐 열쇠, 샷시, 슈퍼 뭐 이런것들
근데 그 간판들의 글씨가.. 거울에 비친거 처럼 다 뒤집혀져있었어 그것들을 보니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이
갑자기 뇌리를 스쳤지

‘귀신들은 사람따라하는걸 좋아하는데 제대로 하지 못하여 반대로 한다’

꿈이지만 소름돋더라고 뭔가 이 행렬을 따라가면
안 될거같은 기분이 들었지 정신을 차리고 주변에 아무에게나 말을 걸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중 딱 두분만
내 말을 받아 줬어 멋진 중절모를 쓴 노신사분과
고운 색동옷을 입으신 할머님 이었는데

노신사분은 나를 보자마자 화를 엄청 내셨어

“아직 한창인 놈이 여기가 뭐라고 와, 이 길이 어떤 길인줄 알고 겁도 없이 따라 걸어!”

그러시며 노발대발 하시더라구 옆에 있던 할머님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한마디 덧붙이셨어

이 행렬을 따라오지 말고 반대로 걸어라 뒤에서 누가 부르고 쫓아와도 돌아보지만 않으면 그들은 널 절대 볼수 없다고..

말을 듣고나서 뭔가 잘못되었다는걸 깨닫고
노신사분과 할머님에게 감사인사를 드리고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어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몸에 힘이 풀리기 직전까지 달리는데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 뒤에서누가 쌍욕을 하면서
나를 부르더라 순간 돌아볼 뻔 했지만

이 악물고 끝까지 달렸어 길에 끝에는 무슨 비상문 같은게 있었는데 문을 여니까 뜬금없는 올라가는 계단이 있더라고 밖에서 봤을땐 끽해야 2-3층 건물인데

엄청 높고 긴 계단이었어 나에게 선택지란 없었지
계단위를 목표로 무작정 도망쳤어 내가 지나온 밑에쪽에선 날 부르며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고
다리에는 힘이빠지고 정말 울다시피 비명을 내지르며
달린순간 계단에 끝에 도착했고 문을 발견했어

문을 열어보니 환한 빛이 날 감쌈과 동시에 잠에서 깻지

꿈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좀 급하게 끝난 면이있네